경찰 "일부 시신 미수습"... 충격 못 벗어난 올랜도

[현장] 올랜도 총격사건 50명 사망... 아프간계 범인, 'ISIS에 충성 맹세' 후 범행

등록 2016.06.13 11:16수정 2016.06.13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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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현장 근처 ⓒ 김명곤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시에서 12일 오전2시 2분(현지시각)에 벌어진 총격 사건으로 50명이 사망하고 53명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지며 미 전역을 충격 속에 몰아넣었다. 부상자들은 인근의 올랜도 리저널 메디컬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사망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병원 측은 긴급 헌혈자를 찾고 있다. 이날 오전 12시까지도 일부 시신은 미수습 상태다.

버디 다이어 올랜도 시장은 올랜도시에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뒤이어 릭 스캇 플로리다 주지사는 오렌지 카운티 전체에 비상사태를 확장 선언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2일 오후 성명을 통해 "어떠한 테러 행위나 증오 행위도 우리를 바꿀 수 없을 것"이라며 "현재 연방수사국(FBI)이 9.11 이후 최악의 테러사건을 수사하고 있다"며 차후 대책 마련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인들이 희생자들과 그들 가족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올랜도 지역에는 약 1만여 명의 한국 동포들이 살고 있으나 12일 오후 7시(현지시각)까지 피해 상황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올랜도 경찰 당국은 오후 5시경 지역 미디어를 통해 파악된 5명의 사망자의 명단을 발표했으나 한인은 포함되지 않았다. 경찰은 가족이나 친척들을 수소문해 사망자의 신원 확인에 나서고 있다.

'최악의 총기 사건'중 하나로 기록될 이번 사건은 아프가니스탄계 오마르 마틴(29)에 의해 일어났다. 마이애미에서 북쪽으로 1시간 가량 떨어진 포트 세인트 루시에 살고 있는 마틴은 이혼을 한 번 했고, 최근까지 경비원으로 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아버지는 <워싱턴 포스트>에 "아들이 최근 마이애미에서 두 남성이 키스를 하는 것을 보고 격분했다"면서 "하지만 아들이 왜 이런 엄청난 일을 저질렀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911 긴급콜로 'ISIS에 충성 맹세' 후 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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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명의 목숨을 앗아간 오마르 마틴

마틴은 이번 사건에 앞서 AR-15 타입의 라이플과 권총, 그리고 폭발물로 중무장했고, 총격 사건을 벌이기 직전 911에 전화해 이슬람국가(ISIS)에 충성을 맹세한다고 말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하지만 그가 이슬람국가의 사전 계획과 사주에 의해 이번 일을 저질렀다는 증거는 확보되지 않았다.


애덤 쉬프 하원의원은 단독 성명서를 통해 "이번 사건이 작년 11월에 파리에서 벌어진 사건과 유사하다"면서 "라마단 기간(6월 6일~7월 5일)에 게이 클럽을 공격한 것은 ISIS에 정신적·종교적 영향을 받은 것을 말한다"고 지적해 이슬람국가와의 연계성을 에둘러 표현했다.

다선의 플로리다 출신 빌 넬슨 연방 상원의원도 <올랜도 센티널>에 "이슬람 급진주의와 모종의 연결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상원 정보위원회 간부들도 이번 사건이 어떤 형태로든 이슬람국가와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올랜도를 지역구로 둔 앨런 그레이슨 연방 하원의원은 "이번 사건이 동성애자 클럽에서 일어난 것으로 보아 증오범죄"라며 섣부른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미 연방수사국은 마틴과 이슬람국가와의 연결을 배제하지 않고 있으며 주변 인물은 물론 그간의 행적을 폭넓게 조사하고 있다.

한편 이번 총격사건으로 올랜도 다운타운 남쪽의 일부 주민들은 한동안 공포에 떨어야 했다. 목격자들의 증언과 유튜브에 공개된 동영상에서 드러난 당시 상황을 보면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범인 오마르 마틴이 경찰에 911 콜을 한 직후 특수기동대(SWAT)가 출동했고, 뒤이어 경찰의 반격이 벌어졌다. 이후로 클럽 안으로 뛰어든 범인은 홀 안에서 파티를 벌이고 있던 파티객들을 인질로 잡아 3시간 동안 경찰과 대치했다. 경찰은 소량의 폭발물을 사용해 마틴의 시선을 분산시킨 후 무장 경찰차량으로 돌진하여 제압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 한 명이 눈에 부상을 입었고, 최소한 30여 명이 목숨을 건졌다고 경찰은 전했다. 

총격 사건 초기 일부 파티객들은 총소리를 시끄러운 실내음악에서 나온 소리로 착각하고 파티를 계속하다 실제 상황인 것을 알고 탈출하거나 화장실에 숨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생존자들 가운데 하나인 메간 크리스티나(26)는 오전 9시, 지역 미디어 기자들과 인터뷰에서 "누구도 주말 밤 파티에서 이런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면서"누군가가 피를 흘리며 화장실 앞에 쓰러져 있기에 돌봐 주었는데, 그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르겠다"며 흐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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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생존자들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오른쪽이 기자와 인터뷰한 메간 크리스티(26). ⓒ 김명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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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역에서 모여든 취지진들. 시간이 갈수록 늘고 있다. ⓒ 김명곤


월트 디즈니 월드, 유니버설, 시월드, 레고랜드 등 대형 테마파크가 있는 올랜도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여행객들이 몰려드는 도시로, 매년 동성애자들이 대대적인 모임을 여는 장소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올랜도시를 비롯한 주변 도시에 크고 작은 수십 개의 동성애자 클럽이 산재해 있다.

미국 대선을 5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이번 사건으로 인해 공화-민주 양당 대선후보들은 물론 일반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총기 규제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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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관계자들이 사건현장에서 진을 치고 있다. 12일 오전 12시까지도 일부 시신이 수습되지 않았다. ⓒ 김명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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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랜도 거주하는 한 이슬람교 성직자가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아래는 한 주민이 페인트로 세멘트 길바닥에 "오늘 우리 모두의 가슴은 눈물로 젖어 있다"라는 영문과 "올랜도는 강하다"라는 글귀를 써 놓았다. ⓒ 김명곤


올랜도시는 대규모 성소수자 행사 열리는 곳
1991년 이후 올랜도에서는 매년 '게이 데이스 월트디즈니월드(gay days walt disney world)'라는 전국 규모의 공식 모임을 열고 있다.

매년 6월 첫째 토요일 (올해는 6월 4일)에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그리고 그들의 가족, 친구, 지지자들이 디즈니월드에 모인다. 첫해 3000명이 붉은 셔츠를 입고 참여한 이후 매년 증가해 1995년에는 1만 명, 2010년 6일간 행사에는 15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행사로 발전했고, 마지막날에는 3만여 명이 디즈니를 단체관광했다.

디즈니월드 측은 '게이 데이'를 거부하지 않고 있지만, 보수기독교단체들은 디즈니 월드가 행사 중지를 위한 어떠한 노력도 없는 것에 대해 비난하고 있다. 미국 개신교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남침례교 컨벤션은 8년 동안 디즈니 월드를 보이콧했고, 기독교단체 '페이스 2 액션' 시민들에게 "가족끼리의 디즈니월드 방문을 재고하라"고 촉구해 왔다.

또 일부 동성애자들은 마약 사용과 노골적인 성적 돌출성 등의 이유를 들어 '점잖지 못한 행사'라며 반대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코리아위클리에도 올려졌습니다.
#올랜도 #동성애 #테러 #I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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