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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다들엉 강정!" 시민들의 연대로 성사된 강정국제평화영화제

[현장] '평화'를 염원하는 사람들, 강정에서 영화로 만나다

16.04.25 16:54최종업데이트16.04.2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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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 개막식장 제주도 서귀포시 예술의전당이 강정국제평화영화제 상영을 거부하여 급하게 마련한 개막식장인 서귀포성당. ⓒ 박진우


▲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 개막식장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 개막식이 열리는 서귀포성당 내에 설치된 평화를 염원하는 촛불. ⓒ 박진우


결국 열렸다.

강정국제평화영화제가 열리기 직전인 지난 13일, 서귀포시는 영화제가 열리는 서귀포시 예술의전당 대관을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불허했다. (관련 기사: 또 하나의 사전검열? 서귀포시, 강정영화제 대관 불허) 주최 측은 급히 서귀포 성당으로 장소를 옮겨 개막식을 열었다.

결과는 '매진'이었다. 개막식이 열린 지난 23일 오후 6시. 개막식이 열린 서귀포 송산동 서귀포 성당의 좌석은 6시가 되기도 전에 만석이 됐다. 성당 안은 참가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고, 참석자들은 그래도 부족한 공간에 앉기 시작했다. 전국에서 모인 일천여 명의 시민들의 마음은 모두 '평화'로 넘쳐났다.

개막식 사회자는 제주 출신이자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 홍보대사인 영화 <카트>의 부지영 감독이 맡았다. 그는 "앉거나 서거나 자유로운 모습으로 영화제 개막식이 진행된 건 처음"이라며 "이렇게 짧은 기간 안에 국제영화제가 만들어진 전례가 없다. 장소 변경 등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여러 자원봉사자 등 시민들만의 노력으로 성공적으로 문을 열게 됐다"며 말문을 열었다.

개막작은 김동빈 감독의 <업사이드 다운>이었다. <업사이드 다운>은 세월호 유가족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전문가 16명이 한국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되짚어보는 내용의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 상영이 끝난 후 김동빈 감독과 관객, 세월호 유가족이 함께하는 대화의 장이 서귀포성당 지하에서 진행됐다.

"모든 폭력에 무관심과 방관으로 대처하지 않기를"

▲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 관계자 인사말 왼쪽부터 양윤모 집행위원장, 채현국 홍보대사, 이요상 집행위원 ⓒ 박진우


영화제를 축하하기 위해 <부러진 화살>의 정지영 감독, <소수의견>의 김성제 감독,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임순례 감독, 제주 출신 영화배우인 김부선 등이 참석했으며, 이번 영화제에 출품작을 선보인 <불안한 외출>의 김철민 감독, <레드마리아2>의 경순 감독, <강정오이군>의 오재형 감독, <다섯 대의 부러진 카메라>의 가이 다비디 감독, <소설무용>의 건문 감독 등도 개막식에 함께 했다.

제주 지역사회에서는 천주교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를 비롯해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고희범 전 한겨레신문 사장, 강경식, 김용범 제주특별자치도의원도 함께 평화의 뜻을 공유했다. 홍성우, 고권일, 김성환 등 세 명 위원장의 개막선언과 함께 참가자들은 한목소리로 '모다들엉 평화'를 외치며 함성으로 영화제의 시작을 알렸다.

서귀포 시민연대 상임대표인 홍성우 위원장은 "강정 마을 공동체를 복원하고 제주와 세계의 평화를 염원하며 달려오신 국내외 여러분과 영화인 여러분께 감사하다"고 말했고, 강정마을 부회장인 고권일 위원장은 "평화를 향한 우리의 마음은 마치 바다를 흘러가는 강물과 같이 도도하게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면서 '계속 함께해달라'고 요청했다. 신부인 김성환 위원장은 "좋은 영화를 보며 평화적인 상상력을 키워나가면 좋겠다"며 인사말을 했다.

양윤모 집행위원장은 "먼 길을 달려오신 국내외 평화활동가와 영화감독들에게 감사하다"면서 "이 영화제는 시민들의 생각으로 십시일반 만들어진 전 세계 최초의 사건이고 평화를 타이틀로 한 대한민국의 최초의 국제영화제다. 앞으로도 영화제가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오늘의 환호와 관심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강우일 주교는 이어 "평화연대를 구축하는 일만이 고조되는 세계 전쟁의 위험을 막아내는 방법이며, 이 영화제를 통해 더 많은 대중이 평화를 나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고, 모든 종류의 폭력과 무관심과 방관으로 대처하지 않기를 소망한다"며 평화에 대한 축사를 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제주서 처음 열리는 국제영화제


▲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 개막식장에 가득 모인 시민들 서귀포시 예술의 전당에서의 영화 상영이 거부되어 개막식을 위해 급하게 마련된 서귀포성당을 가득 매운 시민들 ⓒ 박진우


강정국제평화영화제는 제주에서 처음 열리는 국제영화제로, '평화'를 주제로 하고 있으며, 이번 26일까지 서귀포성당과 강정마을회관, 그리고 마을내 성프란치스코 평화센터에서 열리며, 야간에는 야외인 강정천과 삼거리극장 등에서도 진행된다.

강정국제평화영화제에서는 11개국 34편의 영화가 상영되고, 강정평화영화학교가 열리며, 세 번에 걸친 평화포럼 등도 함께 진행된다. 영화제는 25일과 26일 이틀이 남아있다.

오늘(25일)에는 <시티즌포> <탈선> <구럼비 - 바람이 분다> <밀양아리랑> <스와니 - 1989 아세아스와니 원정 투쟁의 기록> <다섯 대의 부서진 카메라> <지속되는 꿈들 햇빛과 사이렌> 등이 상영될 예정이며, 오후에는 '기억투쟁으로서의 영화 : 기억과 성찰'이 진행된다.

마지막 날인 26일에는 <카이카제 특공대원의 증언> <항거> <거미의 땅> <나의 하루> <소설무용> 등이 상영된다. 저녁에는 강정마을 의례회관에서 폐막식을 끝으로 해 나흘간의 일정은 모두 마무리될 예정이다. 폐막식에서는 '강정평화영화상(가칭)' 시상과 함께 폐막작 미카미 치에 감독의 <우리 승리하리라>가 상영될 예정이다.

이번 강정국제평화영화제의 재원은 오로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후원으로 이뤄졌다.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 관련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www.ipffig.org)에서 확인하면 된다.

▲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 개막 리셥션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 개막작 상영후 개막 리셉션이 서귀포성당 지하 1층에서 열리고 있다. ⓒ 박진우



덧붙이는 글 '모다들엉, 평화'로 시작하는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IPFFIG, 집행위원장 양윤모)의 핵심 표어는 '모다들엉(모두 모여라는 뜻의 제주말)'으로 강정국제영화평화제가 추구하는 지역적 사고와 세계적 연대, 그리고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라는 의미를 담았다.
강정국제평화영화제 모다들엉 서귀포성당 해군기지 양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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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보장된 정의의 실현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실천하는 시민들의 다양한 노력이 지속될 때 가능하리라 믿는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토대이며,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 했다.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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