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세아미타불 관세'속'음보살

영화 <미스트> 다시 보기

등록 2015.12.18 18:28수정 2015.12.18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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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30일 동국대 김건중 부총학생회장의 단식 모습. ⓒ 불교닷컴


지난 2008년 개봉작 영화 <미스트>는 SF, 공포, 스릴러 영화로 충격적 결말로 주목을 받았다. 안개에서 나오는 정체불명 괴생물체에 맞서 목숨을 부지하려는 인간의 투쟁이 이 영화의 중심 내용이다. <미스트>의 중점적 갈등 구조는 인간과 괴생물체의 갈등이라고 볼 수 있지만 사실 이 영화 속 갈등 구조는 사상적 갈등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당하다. 따라서 주인공 토마스와 카모디 부인과의 갈등 양상을 따라 영화를 봐야 한다.

영화 속 역대급 '발암 물질' 캐릭터 TOP 5안에 드는 영예를 안기도 한 카모디 부인에 대한 관객을 평을 들어보면, '그 여자가 총 맞을 때 변비 앓다 변비약을 먹은 것처럼 시원했다'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카모디 부인의 죽음을 해소와 연결 지어 온 사람들의 궁극적 해소는 카모디 부인의 생물학적 죽음의 의미보다는 '카모디 부인이 가지고 있던 사상의 소멸에서 이루어진다.

카모디 부인의 믿음은 기독교 이단임에도 불구하고 피난민의 사회에서 지배적 이념이 된다. 외부의 위협으로 인해 인간은 믿음을 갈구했고 한 줄기 빛처럼 다가온 카모디 부인의 종교는 피난민들의 이념이 되기 충분했다. 그러나 카모디 부인의 믿음이 관객에게 납득 되지 않은 이유는 종교가 상식에서 어긋난 것들을, 무고한 목숨의 희생 등을 당연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며 관객은 희생의 행위가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이성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거리감을 두고 있음에도 카모디 부인이 총에 맞았을 때 사이다 원샷한 기분이 드는 것은 2015년의 종교 실태가 <미스트>에 나온 종교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기에 그렇다.

일면 스님과 보광 스님의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을 시작한 동국대학교 부총학생회장 김건중씨의 이야기가 매스컴에 보도된 바 있다. 김건중 부총학생회장이 단식을 통해 이뤄내고자 했던 것은 단 한 가지, 보광 스님과 일면 스님의 사퇴다.

보광 스님은 논문 표절 의혹에도 불구 대학교 총장직에 올랐으며, 이사장 일면 스님은 자질과 합법성 논란과 흥국사 탱화 절도 의혹을 받음에도 이사직에 올랐다. 사태를 두고 볼 수 없던 교수와 학생들은 보광, 일면 스님의 퇴진을 요구했는데 학교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김건중 부총학생회장은 단식을 통해, 귀 닫은 학교에게 말을 전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던 지난 12월 3일, 동국대학교 이사회가 열리는 날, 김건중 부총학생회장은 건강 악화로 인해 결국 병원으로 후송됐다. 그리고 새로운 소식이 하나 전해졌다. 이사회가 전원 사퇴를 선언했다는 소식이었고 여기서 문제는 종결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몇 분 뒤, 또 다른 소식이 들려왔다. 보광 스님의 이사직, 총장직 임기는 12월 4일부터이므로 이사직 임원 사퇴에 해당 사항이 없어 총장, 이사직을 유지한다는 소식이었다.

종교는 인간의 삶의 중요한 부분이기에 사회의 통념과 반대되는 주장도 수용된다. 단식 50일째가 되는 날 김건중씨는 구급차에 실려 갔다. 그것을 보며 가장 근본적인 물음이 떠올랐다. 그들은 왜, 인간의 죽음을 목격하면서도 그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는가. 우리는 모두 그 답을 알고 있다.


현재 순수한 종교란 없어 보인다. 적어도 암묵적으로, 그렇게 얘기되고 있다. <미스트>의 대미는 결말 부분이다. 결말이 의미하는 것은, 진정한 공포란 괴생물체도 안개도 아닌 자신도 따라 죽을 수 없는 '현실'임을 말해준다. 교육 시설의 타락은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지만 불교라는 특징의 타락은 다른 요소들보다 충격적이다. 미스트처럼 안개가 자욱이 끼어 한치 앞도 못 볼 상황에서야 우리는 그것을 인지해야 하는가. 그에게 20대란 어떻게 기억될지 나는 가늠조차 되지 않는 이 시점에서 보광스님은 어떤 행보를 걸어야할까. 답은 정해져 있다. 그런데 정작 들어야 할 사람은 듣지 않고 있다.

현재 김건중씨의 상태는 크게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결말은 <미스트>의 결말과는 다르길 기도해본다. 그래도 건강한 학생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길 바라며 그의 쾌유를 빈다.
#종교 #비평 #영화 #미스트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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