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은 정말 미신일까요?

평생 무당으로 살아온 영동 조선생 씻김천도제

등록 2015.12.17 16:47수정 2015.12.17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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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무당 조선생의 천도제를 올리기 위하여 모셔 올 신들을 지정하여 준비한 제사상 ⓒ 임무택


서울 강남에서 '영동 조선생'으로 이름을 날리던 큰무당 조선생이 얼마 전 세상을 떠났다. 젊은 시절 전북 익산에서 영험하기로 소문난 점집을 하다가 그 여세를 몰아 강남에 둥지를 틀고 많은 신봉자들을 찾아오게 했다.


신의 영역에 도전한 탓일까? 개인적인 가정사는 별로 평화롭지는 못했지만 후배 무당들에게는 훌륭한 선배로 존경을 받아서인지 죽기 전에 후배들이 모여 천도제를 지냈는데 나도 참여하면서 무속에 대해 새롭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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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김굿판의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초혼의 형상들은 굿을 하기 전 무당들이 직접 창호지를 오려서 만든다. ⓒ 임무택


무속(巫俗)은 원시 종교의 형태를 벗어나지 못했으나 종교로서 모든 요소를 구비하고 있어 오늘날에도 살아 있는 종교로서 기층 민중들에게 뿌리깊이 파고들어 폭넓은 기반을 갖고 있다. 무속은 외래 종교가 들어오기 훨씬 전부터 한민족의 신앙 기반이 돼왔으며 한국인의 의식구조의 저변을 이루면서 한국문화의 기본 흐름으로 자리 잡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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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김굿을 하기 위해서 무악을 연주하는 장구 징 아쟁 꽹과리 등의 악기를 악사들이 연주하고 있다. ⓒ 임무택


무속은 주술적 자연 종교 형태의 것으로 종교적 조직 체계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조직화된 종교적 교리나 그런 차원에서 생각할 수 있는 윤리성이 존재하지는 않지만 높은 정신적 이상이나 내세적 구원의 이성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감성적 정념에서 현실 그대로 생활상의 당면한 문제를 초월적 신력에 의존하여 해결하려는 것이 무속의 주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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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에게 제물을 바침으로써 제물의 양과 질에 비례하는 신의 응현(應現)에 의존하기 때문인지 많은 제물로 상을 차렸다. ⓒ 임무택


무속은 기원 방법이 신에게 제물을 바침으로써 제물의 양과 질에 비례하는 신의 응현(應現)에 의존되고 있지만 사람들은 무속의 신통력에 의존하여 병을 고치고 재난을 면하여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불안감의 해소와 생활에 희망을 주는 중요한 종교적 기능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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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은 나름대로 독특한 형태의 무가를 부르면서 가족들을 위무한다. ⓒ 임무택


지금도 무속이 기층 민중의 신앙적 의지 처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은 고대로부터 민족 공동체 속에서 생활을 통해 전승되는 역사성과 외래 종교가 삼국시대부터 계속 밀려 들어왔지만 민간인의 의식 구조와는 별개의 차원에 있었기 때문에 사멸되지 않고 한국인의 의식구조에 합치되는 종교적 기능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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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의 궁극적인 의미는 살아있는 사람을 위무하는 것으로 구성진 무가를 부르면서 가족들의 슬픔을 달래준다. ⓒ 임무택


그렇다면 무속의 우주관은 어떨까? 함경도 무가(巫歌)인 '창세가'(創世歌)에는 태초에 미륵님이 탄생하고 보니 하늘과 땅이 맞붙은 혼돈 상태였다. 천지가 열리면서 해와 달이 생겼고 해와 달에서 한 덩어리씩 떨어져 나가 각종 별이 생겼으며 미륵님이 인간 남녀 한 쌍을 점지해서 부부로 만들어 이 세상에 사람이 퍼지게 되고 이때 물과 불을 만들고 세상의 질서를 잡아 오늘의 세상이 있게 되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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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은 직접 만든 초혼의 형상으로 가족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씻김 행위를 통하여 마음속 응어리를 풀어준다. ⓒ 임무택


구약성경에 나오는 천지창조 과정과 무속의 우주관은 너무나 흡사하게 닮아 있음을 보게 된다. 고대로부터 자연 발생적인 신앙의 대상이 된 무속을 미신으로 치부하는 것은 편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으며 유일신을 신앙하는 믿음과 다신적 자연신관(自然神觀)으로 우주 삼라만상의 모든 물체에 위대한 정령(精靈)이 깃들어 있다는 믿음의 차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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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은 오랜 학습의 결과로 숙련되게 무구를 흔들며 춤을 추어 영혼을 위로한다. ⓒ 임무택


무속은 인간과 신령과 무당의 만남이며 인간은 무당의 중개로 신령과 만남으로써 그들의 문제를 풀고 무당은 신령을 모셔 춤과 노래 및 제물로 기쁘게 해드린 후 신봉자들에게 신령의 말을 전해 준 다음 신령을 돌려보낸다. 먼 옛날 인간들은 신령과 직접 교제할 수 있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그 자격이 상실되고 무당을 통해서만 효과적으로 맺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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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돼지를 잡아 외막대 무구에 올려 놓고 넘어지지 않으면 신령이 정성을 받아 들인 것으로 믿는다. ⓒ 임무택


무당은 신과 교통하여 신의 의사를 인간에게 전하고 인간의 소망을 신에게 고하는 영통한 존재이다. 이처럼 평범한 사람보다는 이질적이고 신비한 무당은 인위적인 세습에 의해 무당이 되는 세습무와 자연적인 강신에 의해 정신 이상의 과정을 거쳐 신의 뜻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무당이 되는 강신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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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한 신령들이 입을 옷을 들고 긴 삼베천을 가르며 나감으로써 안녕히 잘 가시라고 하직인사를 올리는 것이다. ⓒ 임무택


무당은 신령의 도움만으로 무업을 이끌어 나갈 수 없으며 매우 넓은 전통적 무속의 관습을 익히기 위한 길고도 힘든 학습기간이 있어야만 한다. 내림굿을 통한 신령의 도움과 기나긴 세월동안 끈질긴 학습으로 제대로 된 무당이 만들어지는 것이지만 오늘날 무당의 모습은 매우 세속화되어 돈벌이를 그의 사제적 기능보다 훨씬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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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을 하기 위해 준비한 모든 것을 태움으로써 굿판을 정리한다. ⓒ 임무택


평생 동안 많은 신봉자들을 위무하며 고독한 삶을 살다가 이승을 떠난 큰무당 조선생의 영전에 이 글을 바친다.
#무당굿 #무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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