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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룡이 나르샤> 이성계의 배신, 국가의 의미를 묻다

[TV리뷰] 정의와 힘으로 개혁을 꿈꾸는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15.12.09 18:24최종업데이트15.12.09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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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룡이 나르샤>에서 이성계의 '배신'은 무슨 의미일까. ⓒ SBS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 20회는 전국기준 13.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19회 방송분 13.3%보다 0.1%p 상승한 수치다.

시청률 조사회사인 닐슨코리아의 집계결과에 따르면, 같은 시간대 방송된 MBC <화려한 유혹>은 8.0%의 시청률, KBS2 <오 마이 비너스>는 9.4%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는 우리에게 무엇을 지적하고 있는가?

'개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두 가지! 정의와 힘!'

드라마는 기획의도에서 밝힌다. 또한, 정의와 원칙을 지키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힘이 생기면 불의해지기 쉽다. 그래서 드라마는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물음을 우리에게 던진다. 정의를 이룰 힘을 가졌으나 선하지 않은 사람, 선하지만 정의를 이루어낼 힘이 없는 사람. 드라마는 이들을 기획의도대로 비친다. 뫼비우스의 꼬리 같은 질문을 끝없이 우리에게 던진다. 이 드라마는 정의를 향한 선한 의지와 이를 관철할 힘을 동시에 갖는 길을 보여줄 수 있을까?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는 조선 건국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성계의 역성혁명 역사. 픽션과 실화를 넘나들며 드라마를 꾸려나간다. 뻔히 우리가 다 아는 사실을 드라마는 변조의 폭을 늘리기 위해 팩션을 택했다. 그 넓어진 밴드 폭으로 드라마는 '정의와 힘'에 대해 논한다.

배신보다 더 추악하고 잔인한 역성혁명에 대한 시선은 늘 존재한다. 그러나 역성혁명을 했음에도 현실에서 이성계는 추앙받고 있다. 드라마는 이성계의 삶을 통해 가장 중요한 정치의 본질을 지적하려 하고 있다.

정의를 착각하지 않는 자 vs. 정의를 착각하는 자

왕의 자질, 지도자의 자질. 결국 <육룡이 나르샤>는 600년 전 이야기를 통해 지금의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 ⓒ SBS


"왜 우리는 배신입니까? 그 고귀하신 것(개새끼)들은 배신이 아니고 힘없는 나만 배신이냐고요."

"여기 5만 명의 남의 집 자식이 있습니다. 이들에겐 10만 명의 어머니 아버지가 있습니다. 이 전쟁 계속하면 10만 부모에게서 5만 자식을 빼앗고, 그 피눈물을 어찌하시려고 이러십니까?"

도저히 탈영병을 베지 못하겠다며 자신을 베라는 이성계의 부하 춘길. 또 그 옆에 무릎 꿇는 무휼.

잠시 뒤. 이성계는 부르르 떨며 자신들의 아내와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씩 되뇐다. 자신들이 목을 베어야 할 탈영병들 앞에서 그는 주저한다. 그저 가족을 지키는 장수가 되고 싶었던 그. 자신이 그런 장수가 되어야 할 사람이라고 늘 생각했던 그. 그는 탈영병들의 목을 베기 전 자신들의 자식을 걱정하는 백성들을 기억한다. 반면 그들을 처결하지 않을 경우 위험에 처할 자신의 가족들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왕이란 백성을 먼저 보살펴야 하기에 자신의 선택은 언제나 가족일 것"이라는 다짐으로 살아온 이성계. 그렇기에 자신은 왕이 될 자질이 아니란 것 절실히 느낀다. 그런 그가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백성이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결국 칼을 뽑는다.

그 반대편에 대의로 가득 차 있는 권문세족 최영이 있다. 오히려 "어려움 없는 전장은 없다"라며 이성계를 몰아세운다. 최영은 생각하는 대의에는 백성은 없다. 백성의 안위는 없는 그의 대의에, 큰 희생은 당연하다.

그가 꿈꾸는 요동정벌. 고구려의 옛 땅인 요동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그는 당장은 고통스러워도 거대해진 미래의 나라에서 백성들이 행복할 것으로 생각한다. 모두가 불확실하게 생각하는 '요동정벌'이라는 대의에 그는 그렇게 확신에 가득 차있다. 전쟁터에 끌려가는 자식들을 보내는 가족들. 길거리에 가득 차 있는 백성들의 울음소리는 최영에게 들리지 않는다.

드라마가 말하는 정의와 힘, 우리에게 필요한 것

"전요. 아버지만큼 왕의 자질을 가진 사람을 이 고려에서 본 적이 없어요. 힘 있고 정의롭고 백성을 아끼고."

이성계의 아들 이방원은 확신한다. 아들이 확신하지만 정작 이성계 본인은 자신이 과연 왕의 자질이 있는지 의심한다. 자신은 오직 자신의 가족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장수일 뿐이다. 힘없는 혁명가 정도전은 이미 그를 왕재로 파악하고 역성혁명을 계획한다. 철옹성 같은 이성계의 충심이 그에게는 벽일 뿐이다.

결국, 그 철옹성은 무너진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그의 신념이 한순간에 쓰러져버렸다. 그저 무사로서 최선을 다하면 자신의 가족을 지킬 수 있을 거란 믿음이 깨졌기 때문이다. 이성계는 병사들의 눈물 뒤에 자신의 자식들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칼을 뽑았다. 드라마 속 배신의 아이콘인 이성계. 그는 이제 가장 큰 배신을 앞두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하려는 배신은 백성을 위한 길이다. 아니 그토록 소중하게 여기는 자신의 가족을 위한 길이다.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성계에게는 그저 정의만 있었던 게 아니다. 정도전 등의 다른 정의로운 이들과는 달랐다. 이방원의 말대로 그는 강력한 힘이 있었다. 그 강력한 힘이 그와 그 가족들과 백성들과 정의를 지켜줄 수 있게 되었다. <육룡이 나르샤 >는 지적한다. 역성혁명도 선량한 정의와 힘으로 이룬다면, 조선 건국은 역사로 남을 수 있다고. 배신의 순간은 건국의 시점으로 바뀐다.

난세의 시대. 고려 말 600여 년 전 존재했던 이성계. 과연 2015년 혼돈의 대한민국에는 누가 존재하고 있는가?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는 우리에게 묻는다. 힘 있고 정의롭고 백성을 아끼는 이가 나타나야 한다고. 드라마 속 정도전은 이성계를 통해 국가의 뜻에 관해 설명한다.

"국가(國家)란 창으로 땅과 백성을 지키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가족을 이룬다. 이것이 (바로) 국가입니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육룡이 나르샤 이성계 정도전 이방원 천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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