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에도 테라스가 좋아, 프랑스답다는 것

[큰사진] 프랑스 일몰과 스위스 제네바 전경

등록 2015.12.02 18:07수정 2015.12.02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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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피르네 볼테르의 일몰 프랑스의 일몰과 한국의 일몰은 다르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의 삶 어디든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 김민수


서울을 떠나 독일 뮌헨공항을 경유하여 스위스 제네바에 도착하니 8시간의 시차 덕분에 곤한 잠에 빠져 있을 새벽이 아니라 저녁 무렵이었다. 시간을 번 듯한 느낌, 그러나 다시 서울로 돌아가면 사라질 시간이니 시차로 번 시간은 저축된 시간이 아니다.

허긴, 시간은 저축할 수 없어 공평하다. 제네바 공항에서 첫번째 목적지인 프랑스 '페르네 볼테르'는 차편으로 30여 분 거리였다. 이미 어둠이 짙었고 긴 비행 끝에 몸은 피곤했다. 그렇게 하루는 지나갔다.


다음 날(11월 10일), 그곳에서 장엄한 일몰을 볼 수 있었다. 일몰의 순간 어디에 서 있는가에 따라 전해지는 느낌은 다르다. 그렇다고 꼭 어딘가에서 바라봐야만 일몰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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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제네바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난 버스, 안개가 온 종일 자욱한 날이었다. ⓒ 김민수


다음날(11일) 아침은 안개가 자욱했다. 프랑스에서 스위스 제네바로 향했다. 대략 1시간 정도 차량으로 이동하자 제네바 시내에 접어들었다. 세계의 유명한 단체의 건물이 속속 보인다.

중립국을 표방했던 스위스, 그들의 선택은 지혜로웠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간구했던 수단, 그것은 회색분자의 행동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방편이었다.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필이면 프랑스 친구는 "프랑스 사람들은 회색을 싫어해요. 이것 아니면 저것 분명한 것을 좋아해요"라고 말했다. 파리에 가면 검은 색 옷을 입은 이들이 많을 것이란다. 그게 파리지엥 패션이라나? 그런데 하필이면, 나는 회색 점퍼를 입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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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제네바 종교개혁자 칼빈의 주요활동 무대였던 제네바 거리의 모습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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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 Pierre Cathedral 1160년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공사를 시작했고, 100년 뒤에 고딕양식으로 완성되었으며, 18세기에 주요외관을 클래식으로 마감했다고 한다. 스위스 개혁교회에서 사용하는 성당이다. ⓒ 김민수


회의 일정을 마치고 제네바 시내를 산책했다


생 피에르성당(St. Pierre Cathedral)은 1160년 건축이 시작되었으며, 건축양식은 로마네스크 양식이었다고 한다. 100년에 거친 건축 끝에 완성했을 때에는 고딕양식으로 완성되었다고 한다. 이후 18세기에 접어들면서 클래식으로 주요 외관을 변경했다고 한다.

'성당'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개신교(프로테스탄트)에서 이 건물을 사용한다고 한다. 근처에는 종교개혁자 칼빈이 활동했던 곳도 있고, 칼빈박물관도 있다. 그런 영향으로 종교개혁기에 많은 성당이 개신교들의 모임 장소로 사용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교회'가 아닌 '성당'으로 불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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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제네바 성당 첨탑에서 바라본 스위스 제네바 전경 ⓒ 김민수


성당 종탑을 올랐다. 계단을 가파랗고 돌고 또 돌아도 첨탑은 나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첨탑을 오르내린 날, 건강 관련 어플 '계단오르내리기'에서는 20층을 오르내린 것으로 표시가 되었다.

그곳에서 바라본 스위스 제네바의 전경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오른편으로 혼느강이 흐르고 왼편으로는 레만호가 자리하고 있다. 레만호의 중간지점은 프랑스와 스위스의 국경이다. 별 의미가 없지만(?), 프랑스 에비앙에서 바라보면 스위스 로잔이 맞은 편으로 보이고, 로잔에서는 에비앙이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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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제네바 왼쪽 혼느강의 물이 레만호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레만호의 중간에는 스위스와 프랑스의 국경이 있다. 두 나라를 오가는 데 자유롭기 때문에 느낌상으로는 한 나라 같았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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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제네바 도시의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것도 행운이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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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제네바 성당의 종탑을 돌며 스위스 제네바의 전경을 바라보았다. 안개가 종일 껴서 시야가 넓진 않았지만 나름 신비스러운 모습이었다. ⓒ 김민수


성당 종탑이 있는 이곳 제네바는 그 양편의 중간지점이라고나 할까? 건물들은 고딕스럽고 클래식스러웠다. 유럽은 대부분 건물들을 유지하면서 리모델링하는 방식으로 건물을 유지해 왔다. 물론, 아파트나 고층건물이 들어서긴 하지만, 건물이 있던 곳에 세워지는 경우는 드물다. 지금도 건물들은 성채처럼 견고하고, 건물 안에 들어서면 큰 마당이 있고, 심지어는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텃밭도 있다.

출입구는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작고, 작은 창으로 밖을 경계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창문이 많다. 그리고 가게들도 옛 건물들 안에 자리하고 있다. 골목길 사이사이에 카페와 식료품을 파는 가게들이 자리하고 있고, 도로는 그다지 넓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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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제네바 성당 앞 마당에 위치한 건물들도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 김민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프랑스에서는 도로가 좁다고 민원이 들어오면 아예 자전거 도로 같은 것을 만들어서 차량 소통을 더 힘들게 한다고 한다. 도로를 넓혀주는 것이 아니라, 불편함을 가중시켜 차량을 가지고 나오는 것을 자제하게 만드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만일, 차량 소유자들의 요구대로 도로를 넓혀주었다가는 중세의 건물들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런 정책을 쓰고, 국민도 그런 정책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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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제네바 프랑스에서도 그랬지만 스위스 역시도 핸드폰이 일상은 아닌듯 했다. 그래도 간혹 SNS삼매경에 빠진 이들을 만날 수는 있었다. ⓒ 김민수


우리의 개발 방식과는 많이 다르다. 가히 몇 백년은 된 건물들 일층에는 가게가 많다. 가게만으로는 좁아서 골목길에 테라스를 치는 것이 일상이고, 추운 날씨에도 손님들은 실내보다는 테라스를 더 선호한다. 일명 '테라스 문화'라는 것이다.

11월 13일 파리 테러 이후에도 프랑스 시민들은 의도적으로 카페 테라스에서 일상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다소 의도적인 면도 있었겠지만, 테라스 문화는 어쩌면 유럽의 문화가 아닌가 싶다.

전주에는 '가맥'이라는 문화가 있는데, 이것도 잘 살리면 우리네 문화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거리 풍경, 사람 풍경이 이국적이니 호기심어린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정보의 한계로 인해 많은 부분은 감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느낌' 혹은 '감', 그것을 다른 말로 '눈썰미'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곳에서는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이들을 여간해서는 만나기 힘들었다. 지하철이든 거리든 카페든 그랬다. 오히려 자전거를 타고 가다 멈춰서서 핸드폰을 바라보는 그녀가 신기해 보였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스위스 #제네바 #일몰 #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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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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