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지대 사태' 법원과 헌재에서 희비 교차

재단과 싸운 정대화 교수는 승소했지만... 사립학교법 헌법소원은 각하

등록 2015.11.26 14:51수정 2015.11.2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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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재단 복귀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지대학교 사람들이 26일 웃고 울었다. 재단을 비판하다 파면당한 정대화 교수 관련 소송에서는 이겼지만 사태의 뿌리, 사립학교법 사학분쟁조정위원회 관련 조항이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김용대)는 정 교수가 학교를 상대로 낸 지위보전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채무자(정대화 교수)는 상지대 정교수 지위에 있음을 정하며 채무자(학교법인 상지학원)는 채권자의 업무수행을 방해해선 안 된다"고 했다.

법원, 부당하게 파면당한 정대화 교수 손 들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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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22일 기자회견에서 학내 문제를 설명하고 있는 정대화 상지대 교수. ⓒ 권우성


김문기 전 총장은 재단 이사장 시절 비리 논란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옛 재단 쪽 인물을 정이사 과반 이상으로 정한 사학분쟁조정위원회(아래 사분위) 결정을 교육부가 2010년 8월 30일 확정하면서 상지대는 다시 한 번 시끌벅적해졌다. 지난해에는 김문기 전 총장의 전격 복귀까지 이뤄졌다.

정 교수는 이 일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김 전 총장 퇴진 운동 등에 앞장섰다. 학교는 그의 활동이 상지대의 명예를 훼손했고, 정 교수가 겸직 금지 규정도 어겼다며 지난해 12월 그를 파면했다. 정 교수는 징계가 부당하다며 곧바로 교원소청심사위원회(아래 교원청위)에 심사를 청구했고, 지난 3월 정직 1개월이 적정하다는 결정을 받았다. 학교는 여기에 반발해 취소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정 교수의 연구실 출입 등을 금지했고, 강의도 배정하지 않았다.

26일 법원은 아직 교원소청위 결정 취소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당장 유효한 징계는 정직이라는 정 교수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또 상지대가 그의 연구실 출입이나 홈페이지 접속 등을 막는 것은 업무방해라며 금지시켰다.

다만 정 교수의 강의 문제는 이미 2015년 2학기 학사일정이 진행 중인데다 학교가 특별한 사정없이 그를 배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 교수가 임금을 받지 못해 생계가 위협당하는 등 급박한 위험에 처했다고 할 수도 없다며 임금 지급 가처분신청 역시 기각했다.


일부 승소였지만 김문기 전 총장 쪽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는 지난 10월 정대화 교수를 정직 1개월에 처하는 것도 지나치다는 법원(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이승한) 판결에 이어 반가운 소식이었다. 반면 이들에게 같은 날 나온 헌재 판단은 아쉬운 결론이었다.

상지대가 여전히 학내 분쟁으로 시끄러운 데에는 2010년 사분위와 교육부의 결정이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 상지대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 총동문회 등 구성원들은 사분위와 교육부 결정에 반발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헌재, '상지대 사태' 다시 낳은 사립학교법 합헌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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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대 정이사 선임안을 놓고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던 2010년 8월 9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학생, 교수, 교직원, 동문회 회원들이 김문기 비리구재단의 복귀 반대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2012년 이들은 헌재 문을 두드린다. 학내 분쟁이 일어난 사립대학의 임시이사를 사분위가 정하도록 한 사립학교법 24조 2의 2항 등이 청구대상이었다.

상지대 교수협의회 등은 ▲ 사분위는 심의기구인데도 대법원장이 위원 11명 가운데 5명을 추천하는 것은 법원이 행정절차에 직접 관여하는 것이라 삼권분립 원칙 등에 어긋나며 ▲ 사분위 심의 과정이나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절차가 없고 ▲ 사분위가 정한 임시이사가 정상화를 해소했는지 등을 사분위가 전적으로 판단하도록 한 내용도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재는 재판관 5대 4로 사립학교법 해당 조항이 합헌이라고 선고했다. 26일 강일원·김이수·서기석·이정미·이진성 재판관은 조정위원들은 대법원장뿐 아니라 대통령과 국회의장이 각각 세 명씩 추천한 인물들로 채워지기 때문에 공정성과 전문성을 갖췄으며 대법원장이 더 많은 인원을 추천하는 것은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심의를 두고 행정소송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사분위가 학교법인의 정상화 여부를 판단할 때 사립학교법 시행령에 근거해 여러 관계자들의 의견을 듣고 있는 만큼 관련 규정의 부재가 문제는 아니라고 봤다. 대학 자율성의 본질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다만 박한철 소장과 김창종·안창호·조용호 재판관은 사립학교법 일부 내용은 위헌이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은 정상화 과정에서 정식이사를 선임할 때 설립자나 옛 이사 등을 배제하는 대목을 문제 삼았다. 학교법인의 설립 목적을 보장할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한데 해당 조항들은 법인 쪽 의사를 반영할 여지를 전혀 보장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학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였다.

끝나지 않은 상지대 사태... '김문기 전 총장 위장 해임'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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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기 전 상지대 총장. ⓒ 연합뉴스


상지대를 둘러싼 법정 다툼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재단은 우선 정 교수의 손을 들어준 행정법원 판결에 불복, 항소를 제기했다. 또 정 교수에게 내려진 징계 수위를 정직으로 낮춘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상지대 쪽은 이때도 1심에서 패소했으나 항소했다.

김문기 전 총장이 당사자인 소송도 있다. 그는 지난 7월 자신의 해임은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해임 당시 상지대 비상대책위(아래 비대위)는 이 일을 두고 교육부의 개입을 막기 위한 재단의 꼼수라고 했다. 최근 김 전 총장이 1심에서 이기자 비대위는 25일 "재단이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의견서도 일절 제출하지 않는 등 무변론으로 대응해 김 전 총장이 자동 승소했다"며 "위장 해임"을 다시 한 번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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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대 #정대화 #김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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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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