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거는 사랑, 이거 아니면 곤란할 걸

[별 읽어주는 여자⑦] <올드보이>를 통해 본 전갈자리의 삶과 사랑

등록 2015.11.05 20:25수정 2015.12.09 16:05
0
원고료로 응원
<코스모스>의 저자이자 천체물리학자인 칼 세이건에 따르면 우리 모두는 별에서 온 물질로 만들어진 천문학자의 후손이다. 어스트랄러지(Astrology)에서는 우리가 어떤 별의 영향을 받고 태어났는가에 따라 세상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방식이 다르다.

열두 별자리와 행성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 우리에게 친근한 영화·드라마 속 캐릭터를 예로 들어 이야기하고자 한다.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나 자신과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그 혹은 그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기 위해서. - 기자 말

a

<올드보이> 중 유지태의 요가 전갈자세 ⓒ 쇼이스트


영화 <올드보이>에서 유지태의 요가 자세를 기억하는가? 양팔에 의지해 몸을 거꾸로 세우는 그 아사나는, 당장이라도 치명적인 독을 쏘기 위해 몸을 팽팽하게 긴장시키고 있는 전갈의 공격 자세다. 사자자리나 천칭자리, 쌍둥이자리라면 한시도 못 버틸 극도의 긴장과 집중 속에서, 전갈자리는 일생을 버틴다. 인생을 '모 아니면 도'라 믿으며 가장 극단적이고 어려운 방식을 선호한다.

그러니 웬만해서는 주위 사람들이 배겨나기 어렵다. 전갈자리의 카리스마는 눈빛에서 나온다. 집요하고 타는 듯한 눈길이 상대방의 양 미간을 뚫고 벽까지 응시한다. 산다라박부터 이유비까지 강렬한 아이라이너로 눈을 강조하는 것은 전갈자리의 화장법이다. 남의 비밀을 파헤치는 것은 좋아하지만 정작 본인은 비밀이 많아 검은 선글라스가 트레이드마크. 화성에서 온 남자들이 동굴 속으로 숨듯, 혼자만의 침묵에 잠기는 것도 특기다.

전갈자리는 10월 24일, 상강(霜降 : 24절기 중 18번째로 서리가 내리는 시기)부터 11월 22일 본격적인 추위가 느껴지고 낙엽이 떨어지는 시기에 태어난다. 가을 타는 남자들처럼 비밀이 많고 말이 적은 것은 태어난 계절 탓일 수도 있다. 게자리, 물병자리와 함께 감성을 지배하는 물의 별자리지만 전갈자리의 물은 순도 높은 술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죽음과 재생, 부활을 관장하는 명왕성의 영향을 받는다. 1930년 로웰천문대의 톰보가 처음으로 관측한 명왕성은 너무 작고 거의 보이지 않는 데다 움직임 또한 불규칙해서 이를 행성으로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아직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명왕성이 발견되기 전에는 전갈자리가 전쟁의 신 마스의 지배를 받는다고 생각했다.

중독되는 사랑, 잔인한 피의 복수

전갈자리는 가볍게 사귀다 헤어질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집착과 질투가 강해 한 번 마음에 둔 대상을 포기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그야말로 목숨 걸고 사랑하기에 자살을 포함해 온갖 치정에 얽힌 살인 사건의 주인공들은 아마 전갈자리가 아닐까 싶다.

극한 상황을 잘 버티고 피를 무서워하지 않으며, 음식도 음지에서 자란 버섯이나 칼로 난자한 회를 좋아한다. 외과의사가 되려면 전갈자리가 주요 별자리에 하나쯤 있어야 한다. 피를 보면 기절하거나 토해서 외과의를 포기하는 이들은 전갈자리 기운이 부족하거나, 천칭자리일 것이다.

a

박찬욱 감독 복수 3부작의 대표작 <올드보이> ⓒ 쇼이스트

상처받은 자한테 복수심만큼 잘 듣는 처방도 없어요.
한 번 해 봐. 십오 년 간의 상실감, 처자식을 잃은 고통.
이런 거 다 잊어버릴 수 있을 거야.
다시 말해서 복수심은 건강에 좋다.
하지만 복수가 다 이루어지고 나면 어떨까?
아마 숨어 있던 고통이 다시 찾아올 걸?
- 영화 <올드보이> 오대수와 이우진의 첫 대면에서 우진의 대사

박찬욱 감독의 복수 시리즈 가운데 <올드보이>는 전갈자리의 성격을 잘 말해주는 영화다. 특히 유지태가 연기한 이우진은 그대로 전갈자리의 캐릭터다. 수많은 아사나 가운데 전갈자세를 선택한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말이다. 술 좋아하고 떠들기 좋아하는 오대수(최민식)는 아내와 어린 딸아이를 가진 평범한 샐러리맨인데  어느 날 갑자기 납치돼 사설 감금방에 갇힌다.

8평 제한된 공간에서 삼시세끼 중국집 군만두를 먹으며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텔레비전을 보는 것이다. 1년 후, 뉴스를 통해 들려온 아내의 살해 소식. 게다가 아내의 살인범이 본인이란다. 오대수는 자살을 시도하지만 죽는 것조차 용납되지 않으니, 복수를 위해 체력을 단련하고, 자신을 가둘 만한 사람들과 사건들을 모조리 기억해내 '악행의 자서전'을 기록한다.

그런데, 15년 만에 갑자기 풀려난다. 우연히(?) 들른 일식집에서 갑자기 정신을 잃어버린 오대수는 보조 요리사 미도(강혜정) 집으로 가게 되고, 미도와 오대수는 연민에서 시작한 사랑을 키워간다. 한편 감금방에서 먹던 군만두 속 전표를 추적(비밀을 밝혀내는 것은 전갈자리의 특기), 15년 동안 자신을 가두었던 이우진과 첫 대면을 하는데, 우진은 게임을 제안한다. 자신이 가둔 이유를 5일 안에 밝혀내면 스스로 죽어주겠다고.

a

올드보이 스틸컷 오대수(최민식) vs 이우진(유지태) 눈빛 카리스마가 빛났다. ⓒ 쇼이스트


오대수 : "누구냐 너, 누구냐?"
이우진 : "나요? 나는 일종의 학자죠. 전공은 당신이구. 오대수학 학자, 오대수 권위자. 뭐 내가 중요하지는 않아요. '왜?'가 중요하지."
- 오대수와 이우진의 첫 통화 내용

존재론, 음모론, 명상의 세계, 신비로운 우주세계에 심취하는 전갈자리는 양자리가 한 우물을 파다 금세 다른 우물로 눈을 돌리고, 쌍둥이자리가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개의 우물을 팔 때, 지구의 중심까지 한 우물을 깊게 파내려간다. 그들은 관계를 맺기 어렵지만 일단 시작하면 거리감 제로를 지향, 사랑과 섹스에 있어서도 영과 육의 완전한 합일을 추구한다.

내가요, 여기까지 델구 와서 딴소리하니까 화내는 거
이해해요. 인정해.
나두요, 아저씨 맘에 들어서 데리구 온 건 맞거든요.
근데 아저씨 내 이름도 모르잖아요. 나 미도예요.
저기요. 나중에요. 마음의 준비가 되면요. 그때는, 정말, 꼭! 
(중략) 내가 만난 진짜 외로운 사람들은 다 개미환각 겪었어.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개미들은 항상 떼로 댕기잖아요.
그래서 진짜 외로운 사람들은 개미 생각 자꾸하게 되나봐.
물론 나는 한 번두 느껴본 적 없지만
- 강간하려는 오대수를 회칼로 제압한 미도의 약속

전갈자리는 자신이든 남이든 약한 것에 자비롭지 못하다. 자신의 치부를 남에게 보이는 것을 극단적으로 싫어할 뿐 아니라 무능력자를 철저하게 무시한다. 미도는 오대수에게 마음을 열면서도 외로움의 비밀은 감춘다. 또한 말이 너무 많은 것도 싫어한다. 원체 비밀이 많은 이들이니까. <올드보이>의 오프닝 신을 기억하는가? 오늘만 대충 수습하며 사는 오대수는 말이 너무 많은 게 문제였다.

죽음→재생→부활, 영혼의 연금술

어릴 때부터 삶과 죽음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는 전갈자리는 한번 죽었다 살아나야 진짜 인생이 펼쳐진다고도 한다. 땅을 기던 애벌레가 스스로 고치를 만들고 숨었다가 탈피해야 아름다운 나비가 되어 하늘을 날 수 있는 것처럼. 전갈자리의 영혼은 세 단계가 존재한다. 1단계, 모든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을 컨트롤하고 싶은 미성숙한 영혼의 단계다.

2단계는 훌륭한 경쟁자를 만나 최고의 승부를 벌이고 싶은 단계로 '나는 아직 배고프다'고 말했던 승부사 거스 히딩크 감독, 강자를 찾아 떠도는 일본의 사무라이 등이 이쯤에 해당한다. 3단계는 깊은 통찰. 우주와 내가 하나 되는 영적인 단계다. 어느 단계에 있든 전갈자리는 영혼의 연금술을 거쳐 성숙한다. 지하 세계의 왕, 하데스의 지배를 받으므로 살아서 죽음→재생→부활의 시간을 거쳐 성숙하는 것이다.

a

<올드보이>는 사랑에 모든 것을 거는 전갈자리의 영화다. ⓒ 쇼이스트


<올드보이>의 오대수가 15년의 감금 생활을 거쳐 5일간의 진실 추적을 통해 성숙, 변화하는 것처럼. 영혼의 연금술을 거친 전갈자리는 타인의 마음 속 상처를 들여다보고 치유하는 능력도 가진다. 물의 별자리는 감정이입이 잘 되니까.

전갈자리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

기억을 지워도 사랑은 지워지지 않듯(영화 <이터널 선샤인>), 모든 것을 컨트롤하고 싶어하는 전갈자리도 사랑에 빠지는 것은 어떻게 하지 못한다. 열두 별자리 가운데 가장 섹시한 전갈자리와 사귀고 있다면 기억하시라. 그의 사랑의 눈빛을 똑바로 마주하지 말라. 그 눈빛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올드보이>의 이우진처럼 자신의 인생을 바치는 사랑에 숨이 막혀 질식하게 될지 모른다.

당신이 전갈자리라면 기억하라. 배우 신현준이 황장군(<은행나무침대>)의 심각함에서 벗어나 웃기는 캐릭터(<맨발의 기봉이>)로 변신하며 인기를 끌었듯 죽었다 깨어나는 영혼의 연금술을 하루라도 빨리 거쳐야 한다. 사랑에 목숨 거는 버릇은 초장에 고치는 것이 좋다. 그러다 정말 죽을까 걱정인가? 원래 전갈자리에게 인생은 '모 아니면 도!'다.

<올드보이>와 비슷한 전갈자리 캐릭터는?

영화 <엽기적인 그녀>(2001) 그녀 (전지현 1981년 10월 31일 생 ☼전갈자리 ☽사수자리, 감독 곽재용 1959년 5월 22일 생 ☼쌍둥이자리 ☽ 전갈자리 )
말 그대로 엽기적인 그녀와 견우의 무섭고 아름답고 슬픈 사랑이야기. 본인이 직접 움직이는 대신 남을 시키고, 뒤에서 통제하고 조절하는 것을 좋아하는 전갈자리 그녀와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난 견우(차태현)은 "자기야" 한 마디에 코가 꿰어, 좋아하는 콜라 대신 커피를 마시고 발 아픈 그녀 대신 하이힐을 신는 것도 모자라, 만나자면 만나야 하고 헤어지자면 헤어진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2004)> 감독 미셸 공드리 (1963년 5월 8일 ☼ 황소자리 ☽ 전갈자리) 각본 찰리 카프먼 (☼ 전갈자리 ☽ 물고기자리)
뜨겁게 사랑하다 지친 연인이 기억을 지우고도 다시 사랑하게 된다는 내용의 영화. 사랑하는 상대를 자기 마음대로 컨트롤할 수 없는 것을 참을 수 없어 자신의 기억을 컨트롤하려 하지만 한 번 꽂힌 상대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

영화<귀여운 여인 Pretty Woman,1990> 비비안 (줄리아로버츠 1967년 10월 28일 ☼전갈자리 ☽사자자리) :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신데렐라 콤플렉스,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으로 손꼽히는 <귀여운 여인>. OST "Oh Pretty Woman"과 함께 숍에서 여러 벌의 옷을 갈아입는 장면은 이후 숱한 로맨틱 코미디에서 반복되고 있는데, 이때 비비안은 길거리의 콜걸에서 성숙한 여인으로 탈바꿈한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1975년 10월 4일 생 태양과 달별자리 뼛속까지 천칭자리. 2000년부터 KBS, SBS, MBC 등에서 방송작가로 먹고 살다 엘 까미노 별들의 들판 산티아고를 걷고 내 삶의 지도 어스트랄러지와 만나 일하며 놀고, 놀며 일하는 프리랜서 작가

AD

AD

인기기사

  1. 1 '추미애 아들 의혹', 결국 이럴 줄 알았다
  2. 2 굴·바지락·게에서 나온 '하얀 물체'... 인간도 위험
  3. 3 10살 초등학생 성폭행... 스포츠계에선 흔한 일이었다
  4. 4 정형돈도 놀란 ADHD 금쪽이... 오은영 생각은 달랐다
  5. 5 정청래도 뛰어든 '지역화폐' 대전, "이재명 린치 못봐주겠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