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귀기 힘들지만, 헤어지긴 더 힘든 그녀

[별 읽어주는 여자②] <내 아내의 모든 것>을 통해 본 처녀자리의 삶과 사랑

등록 2015.08.28 21:29수정 2015.08.28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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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의 저자이자 천체물리학자인 칼 세이건에 따르면 우리 모두는 별에서 온 물질로 만들어진 천문학자의 후손이다. 어스트랄러지(Astrology)에서는 우리가 어떤 별의 영향을 받고 태어났는가에 따라 세상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방식이 다르다.

열두 별자리와 행성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 우리에게 친근한 영화·드라마 속 캐릭터를 예로 들어 이야기하고자 한다.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나 자신과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그 혹은 그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기 위해서. - 기자 말


일복 많은 아름다운 선생님 '처녀자리'

아스트라이아는 '별'이라는 뜻이다. 보통 서양에서는 정의의 여신이 칼과 천칭을 들고 있으나, 옛 별자리 그림의 처녀자리는 보리 이삭을 든 여신의 모습으로 표현된다. 처녀자리는 8월 23일 처서(處暑, 24절기 중 14번째 절기로 더위가 그치고 가을을 맞이하는 시기)부터 9월 23일까지 가을 수확기를 앞두고 한창 바쁜 때에 태어난다.

날 때부터 보리이삭을 들고 나온 처녀자리는 염소자리와 함께 일복이 많은 별자리다. 처녀자리는 쌍둥이자리와 함께 전령의 신 수성의 지배를 받는데 쌍둥이자리가 호기심 많고 사교적인 수다쟁이라면 처녀자리는 꼼꼼하고 예민한 독설가다. 하데스가 반한 페르세포네처럼 아름다운데다 수성의 지배로 똑똑하기까지 한 처녀자리니 누구나 탐낼 만도 한데 문제는 처녀자리가 사람들을 가르치려 든다는 데 있다.

태양별자리와 달별자리
사람들이 흔히 천칭자리, 황소자리라고 하는 것은 그 사람의 태양별자리(Sun)를 말한다. 그 사람이 태어난 시간, 태어난 장소의 하늘에서 태양이 어느 별자리에 위치해 있느냐를 말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구에 살고 있고, 지구에 가장 근원적인 에너지를 전달하는 것은 태양이므로 태양별자리는 한 사람의 삶과 성격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다.

지구에서 태양 다음으로 중요한 행성, 달별자리(Moon: 그 사람이 태어난 시간 달이 지나는 별자리)는 그 사람의 내면과 무의식, 정서를 말해준다. 동쪽별자리(Rising)는 태어날 때 동쪽 지평선 상에 위치한 별자리로 예로부터 가면, 페르소나의 별자리라 불렸는데 제 3자가 보는 그 사람의 성격, 외모를 말해준다. 그 밖에 수성은 말하는 방식·커뮤니케이션을, 금성은 가치관과 미의식·여성성을, 화성은 욕망과 섹스 등을 말해준다.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임수정이 맡은 정인은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독설가, 처녀자리 캐릭터를 잘 표현하고 있는데 민규동 감독은 1970년 9월 12일 생으로 태양별자리(☼)는 처녀자리이고 달별자리(☽)는 물병자리다.

완벽주의를 지향하는 독설가, <내 아내의 모든 것> 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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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의 모든 것 포스터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독설가, 처녀자리의 캐릭터를 잘 표현하고 있는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 포스터 ⓒ 수필름

세상을 가장 세밀하게 보는 처녀자리는 심한 경우 불평불만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정인(임수정)처럼.

"불평불만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좋아요. 솔직한 거죠."
-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 중, 라디오 출연을 위한 인터뷰에서 정인의 대사

예쁘고 사랑스러운 외모, 완벽한 요리 실력, 때론 섹시하기까지. 남들이 보기엔 모든 것을 갖춘 최고의 여자 정인. 하지만 입만 열면 쏟아내는 불평과 독설로 인해 남편 두현(이선균)에겐 결혼생활 하루하루가 죽을 맛이다.

매일 수백 번씩 이혼을 결심하지만 아내가 무서워 이혼의 '이'자도 꺼내지 못하고, 아내와 떨어져 살기 위해 지방 전출까지 간다. 그러나 아내가 따라오자, 카사노바 성기(류승룡)에게 아내를 유혹해달라고 부탁한다.

처녀자리의 여자들은 청순가련형의 우아한 외모가 많다. 반듯한 이마가 특징인데 김유정, 한예슬, 소이현 등을 떠올리면 쉽다. 남자라면 완벽한 수트발을 자랑한다. 송중기, 정일우, 이진욱, 정경호 등.

이들은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을까 계획을 세우고 꼼꼼하게 일을 처리한다. 청소와 반성에 있어서 언제나 1등이고 아내보다 비서 같은 느낌의 여자다. 사수자리 이사가 원대한 계획의 투자를 주장하면 사자자리 사장은 빨리 회의를 끝내고 놀러가기 위해 허허실실 웃으며 좋다고 결정을 내리려 할 때, 처녀자리 비서는 왜 그것이 문제인가 하나하나 꼼꼼하게 지적질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효율과 안정 추구하는 흙의 별자리... 연애도 책으로 배우는 이성주의자

처녀자리가 운동에 빠지는 이유는 남에게 멋지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몸을 최적의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다. 어려서부터 스포츠 꿈나무로 키워지기도 하는데, 피겨의 여왕, 완벽 그 자체라는 찬사를 받는 김연아, 태권도 유단자로 시범단 활동 중 광고 관계자들의 눈에 띄어 모델로 발탁됐던 김혜수, 쇼트트랙 선수 출신의 송중기도 처녀자리다.

황소자리, 염소자리와 함께 흙의 별자리인 처녀자리는 안정을 추구한다. 그런 처녀자리에게 땅이 흔들리는 지진처럼 무서운 일이 있을까? <내 아내의 모든 것> 정인과 두현은 일본에서 지진 때문에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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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 일본에서 지진 때문에 만난 두현과 정인. 두현의 직업은 내진설계전문가다. ⓒ 수필름


수성의 지배를 받는 똑똑한 처녀자리는 논리적이고 세상에 대한 빈틈없는 관찰력으로 괴테에서 톨스토이, 스티븐 킹에 이르기까지 작가들이 많다. 게자리가 독특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감성적인 글을 쓰는 작가라면 처녀자리는 논리적이고 세상에 가르침을 주고자 글을 쓴다. 게으름을 피우지 않기 때문에 다작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마 이들은 연애도 책으로 배우지 않을까 싶다.

사랑은 감성인데 이성을 신뢰하는 이들이 사랑에 빠지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 실제로 처녀자리는 가장 많은 독신자를 배출한다. 까다로운 눈으로 살펴보고, 수백 번 자문하며 검토하니 그/그녀의 마음에 드는 완벽한 상대를 만나기가 어디 쉽겠는가. 처녀자리의 이성을 보는 눈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머리끝에 달려 있다. 그래서 사랑지능지수 0에 가까운 처녀자리는 꼬시기도 힘들지만 헤어지기는 더 힘들다. 헤어질 때도 머리로 그 이유가 납득이 되어야 한다.

"왜 이혼해, 어떻게 이혼해 부터 시작해서 한 백만 개쯤 질문이 날아올 거고. 내가 백만 개 질문에 대답을 하면, 내 대답에 대해 또 꼬치꼬치 파고들겠지. 끔직해. 근데, 미치겠는 건, 주관적으론 정말 최악인데, 객관적으론 딱히 흠잡을 게 없다는 거야."
-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 아내와 이혼하기 어려운 이유를 설명하는 두현의 대사

자신이 실패한 것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이혼도 쉽사리 받아들일 수 없다. '기다려' 한 마디에 평생을 기다리는 늑대소년(영화 <늑대소년>의 송중기)처럼 처녀자리는 자신이 한 번 마음을 준 사람에게서 쉽게 놓여나지 못한다. 그러면 자신의 선택이, 자신이 틀린 게 되니까.

정인은 완벽한 아내가 되고 싶었다. 언제나 최선을 다하며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 처녀자리답게 남편에게 아침마다 주스를 갈아주고, 완벽하게 챙기면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가정을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그러나 처녀자리는 완벽을 추구하다 오히려 스트레스로 피곤해지기 쉽다. 효율과 안정을 추구하는 처녀자리가 오히려 스트레스를 관리하지 못한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처녀자리는 너무 완벽하지 않아도 세상은 잘 돌아간다는 것을, 조금씩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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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의 모든 것 중에서 싸면서 시집 읽는 건 위선적이고 먹고 싸는 게 인간적이라며 주스를 들이대는 정인을 누가 이길 수 있을까? ⓒ 수필름


"살다 보면 말이 없어집니다. 한 사람과 오래 대할수록 그렇죠. 서로를 다 안다고 생각하니까 굳이 할 말이 없어지는 겁니다. 거기서부터 오해가 생겨요. 사람 속은 모르는 거잖아요." -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 중 TV에 출연한 정인의 대사

정인도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청중들에게 말한 대로 남편에게 솔직하게 말할 필요가 있었다. 너무 부정적인 말만 쏟아낼 것이 아니라.

처녀자리,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

'가장 미소(微小)한 사람 안에 계신 하느님'을 위해 일했다는 마더 테레사(1910년 8월 26일 ☼ 처녀자리 ☽ 황소자리, 가난한 사람들의 어머니, 살아있는 성녀. 인도에서 봉사한 카톨릭 수녀로 1979년 노벨평화상 수상)와 같은 처녀자리는 때로 연인보다 타인을 더 챙겨 서운하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신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기꺼이 달려와 줄 것이고, 현실적인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러니 처녀자리 그/그녀의 관심을 끌고 싶다면 그가 도와줄 수 있는 작은 부탁을 해 보라.

당신이 지금 처녀자리를 사랑한다면 시간 약속에 절대 늦지 말아야 한다. 계획을 세우고 잔뜩 기대하다가 당신이 늦어 계획이 어긋나면 스트레스를 받을 테니까. 기다리는 동안 당신이 자신에게 소홀한 이유가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칭찬에 인색하고 상대에 대한 기대가 높은 처녀자리를 사랑한다면 잔소리쯤은 즐거운 노래로 생각하며 넘겨들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스스로를 너무 몰아가 워커홀릭에 빠지기 쉬우니 유연하게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라. 그/그녀는 무언가를 배우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졌으니 금방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내 아내의 모든 것> 정인과 비슷한 처녀자리 캐릭터는?

<귀여운 여인 Pretty Woman,1990> 에드워드 (리차드 기어 Richard Gere, 1949년 8월 31일 생 ☼ 처녀자리 ☽ 사수자리) :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신데렐라 콤플렉스,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으로 손꼽히는 <귀여운 여인>에서 냉혹한 기업사냥꾼에 워커홀릭 에드워드는 비비안(줄리아 로버츠)이 새로운 인생을 살도록 돕는 백마 탄 왕자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 (Bridget Jones's Diary, 2001)>의 마크 다아시 (콜린 퍼스 Colin Firth, 1960년 9월 10일 생 ☼ 처녀자리 ☽ 황소자리) : 30대 싱글 여성의 일과 사랑을 솔직하게 표현한 로맨틱 코미디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인권변호사 마크 다아시는 브리짓 존스(르넷 젤위거)이 영국 병원 노동자이자 쿠르드족의 독립을 위해 싸우는 아가니와 히니의 인터뷰를 할 수 있도록 도와 그녀를 스타 기자로 만들어준다.

<베테랑, 2015>의 서도철(황정민, 1970년 9월 1일 생 ☼ 처녀자리 ☽ 쌍둥이자리)
베테랑 광역수사대 VS 유아독존 재벌 3세의 한 판 대결을 다룬 영화 <베테랑>에서 한 번 꽂힌 것은 무조건 끝을 보는 행동파 서도철 형사는 서민 배 기사(정웅인)를 돕고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에게 "죄는 짓고 살지 맙시다"를 가르치며, 세상의 아픔을 꼬집는다.

○ 편집ㅣ박혜경 기자

#별 읽어주는 여자 #처녀자리 #내 아내의 모든 것 #어스트랄러지 #별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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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10월 4일 생 태양과 달별자리 뼛속까지 천칭자리. 2000년부터 KBS, SBS, MBC 등에서 방송작가로 먹고 살다 엘 까미노 별들의 들판 산티아고를 걷고 내 삶의 지도 별자리 Astrology와 만나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 별자리, 글쓰기, 강연, 상담, 방송 등을 하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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