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위기의 인간들, 그들이 모여있는 도시

[리뷰] 블레이크 크라우치 <웨이워드>

등록 2015.08.09 12:44수정 2015.08.09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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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워드> 겉표지 ⓒ 오퍼스프레스

커다란 수용소를 한번 상상해보자. 전국 각지에서 나름대로의 사연을 가지고 수용소에 모여있는 사람들.

이들은 이곳에서 정해진 시간에 기상을 하고 밥을 먹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한다. 그리고 역시 정해진 시간에 잠을 청한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이런 수용소를 도시처럼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넓은 도시에는 카페와 술집도 있고 부동산 소개소도 있다. 학교도 있고 병원도 있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독립된 주택이 제공되고 결혼해서 가정도 꾸릴 수 있다.

대신에 이 도시를 떠나지는 못한다. 죽을 때까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하면서 도시 안에서만 생활해야 한다. 이런 삶을 살게 된다면 어떨까?

먼 미래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수용소처럼 변해버린 도시. 미국의 작가 블레이크 크라우치는 자신의 2013년 작품 <웨이워드>에서 이런 도시를 묘사하고 있다. 작품의 미래는 아주 먼 미래. 인류는 멸종되어가고 있고 살아남은 수백 명의 사람들이 하나의 도시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문제는 그 도시의 지배자가 사람들을 마음대로 통제한다는 것. 도시의 주민들은 독립된 주택에서 가정을 꾸리고 있고 주어진 직장에서 일도 한다. 아침이면 커피숍에서 향긋한 카푸치노도 마실 수 있고 퇴근 후에는 술도 한잔 할 수 있다.


대신에 이 도시를 떠나지는 못한다. 도시 외곽에는 가시철조망을 얹은 고압전기담장이 둘러져 있다. 곳곳에 저격수들도 배치되어 24시간 감시하고 있다. 가정과 일터에는 감시카메라가 감추어져 있다. 쉽게 말해서 모든 주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되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도시의 지배자가 곳 법이나 마찬가지다.

이 도시의 이름이 '웨이어드파인즈'다. 주인공 에단 버크는 이 곳에서 보안관으로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보안관으로서 해야할 일은 별로 없다. 사람들은 대부분 유순하고 사고를 치는 경우도 거의 없다.

그래서인지 에단 버크는 이 도시의 실체와 바깥세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 도시의 목적이 과연 무엇인지, 바깥 세계에는 무엇이 있기에 주민들을 통제하는 것인지 궁금해한다. 그리고 도시의 지배자는 그런 에단 버크를 주목하고 있다.

작품에서 묘사하는 미래의 디스토피아

작품을 읽다보면 '이런 곳에서 살면 어떻게 될까'하고 생각하게 된다. 모든 사람들에게 직업을 할당해주니 실업율은 제로다. 주택을 공급해주니 주택융자금이나 각종 청구서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시쳇말로 어떻게 먹고 살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반면에 프라이버시가 없다. 집이나 사무실에서 들을 수 있는 방송채널도 오직 하나뿐이다. 결정적으로 절대로 이 도시를 떠나지 못한다.

어찌보면 현실도 이와 비슷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좀처럼 도시를 떠나지 못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직업을 쉽게 바꾸지도 못한다. <웨이워드>의 세상은 지금 현실의 축소판일 수도 있다.

대부분의 SF에서 묘사하는 미래는 디스토피아다. <웨이워드>의 미래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은 '파인즈 시리즈'의 두 번째 편이다. 우리의 미래가 정말 이렇게 극단적으로 변할지 걱정되기도 하고, 동시에 아직은 희망이 있다는 생각에 안도하기도 한다.

덧붙이는 글 <웨이워드> 블레이크 크라우치 지음 / 변용란 옮김. 오퍼스프레스 펴냄.

웨이워드

블레이크 크라우치 지음, 변용란 옮김,
오퍼스프레스, 2015


#웨이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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