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만 타다 끝나는데
왜 최고의 멜로 영화일까?

[별 읽어주는 여자①] <8월의 크리스마스> 속 사자자리의 삶과 사랑

등록 2015.08.10 13:51수정 2015.08.10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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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의 저자이자 천체물리학자인 칼 세이건에 따르면 우리 모두는 별에서 온 물질로 만들어진 천문학자의 후손이다. 어스트랄러지(Astrology)에서는 우리가 어떤 별의 영향을 받고 태어났는가에 따라 세상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방식이 다르다.

열두 별자리와 행성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 우리에게 친근한 영화·드라마 속 캐릭터를 예로 들어 이야기하고자 한다.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나 자신과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그 혹은 그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기 위해서. - 기자말

혜성과 함께 나타난 네메아의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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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헤라클레스와 네메아의 사자>- 귀스타브 모로 (Gustave Moreau). 오른쪽은 사자자리. ⓒ 프랑스국립박물관연합/wiki commons


하늘이 혼란스러워 별들이 자리를 떠나고 혜성이 자주 나타나던 때, 달에서 유성 하나가 황금사자의 모습으로 네메아 골짜기에 떨어졌다. 크고 포악한 사자는 사람들을 괴롭혔다. 이 사자를 영웅 헤라클레스가 물리쳤다, 제우스는 아들 헤라클레스의 용맹을 기리기 위해 사자를 하늘의 별자리로 만들었다. 바로 7월 22일 대서(大暑, 24절기 중 12번째)부터 8월 23일에 태어난 사자자리다.

또한 사자자리는 지구의 가장 큰 에너지원인 태양(아폴론)의 지배를 받는다. 그래서 태양처럼 밝고 당당하며, 창조와 예술을 사랑하는 한편 백수의 제왕답게 인생을 휴일처럼 느긋하게 즐긴다. 1980~1990년대 미스코리아 머리 스타일을 생각하면 사자가 갈기를 부풀려 자신의 몸집을 크게 보이는 모습이 연상되지 않는가? 사자자리는 대체로 머리 모양에 힘을 좀 준다. '유느님' 유재석, 아나운서 백지연, '멍~' 송지효, 고아성 등을 떠올려 보라.

이루어진 사랑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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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자리 감독, 작가가 모여 만든 이 시대 최고의 멜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 우노필름

원조 로맨틱 가이 한석규와 첫사랑의 아이콘 심은하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왕자와 공주는 행복하게 살았답니다"와 같은 달콤한 로맨스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최고의 멜로 영화로 손꼽힌다.

변두리 사진관에서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노총각 정원(한석규 분)은 시한부 인생을 받아들이고 가족·친구들과 담담한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주차단속요원 다림(심은하 분)을 만나게 되고 차츰 평온했던 일상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밝고 씩씩하지만 무료한 일상에 지쳐가던 스무 살의 다림도 단속차량 사진 때문에 드나들던 사진관 주인 정원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진다.

"아저씨. 사자자리죠? 생일이 8월 아니에요? 사자자리가 나랑 잘 맞는다고 하던데..."

요즘 말로는 '썸'만 타다 끝나지만 스무 살의 다림은 사자자리 운운하며 정원에게 굉장히 적극적이다. 권력의 맛을 잘 알고 있는 사자자리는 사랑에 있어서도 주도권 쟁취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영화는 대개 감독과 주인공의 성향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종합예술인 영화는 공동의 작업이지만 감독의 가치관이 가장 중요하다. 주인공은 그 캐릭터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캐스팅될 뿐 아니라, 배우는 자신의 캐릭터를 연구해 시나리오에 참여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작가와 원작자의 성격도 중요하다. 허진호 감독은 1963년 8월 8일생으로 데뷔작 <8월의 크리스마스>는 사자자리의 성격과 사랑을 잘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이 대사는 <8월의 크리스마스>를 만든 허진호 감독, 시나리오를 같이 쓴 오승욱 감독, 조민환 프로듀서와 조성우 음악감독까지 모두 사자자리여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제작진들의 자기 만족인가 생각하는데, 그게 바로 사자자리의 특징이다.

백수의 제왕 사자자리는 본인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야 하고 자기 만족이 가장 중요하다. 누구나 자신이 인생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으로 살지만 사자자리는 특히 그런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강렬한 자기표현·자기만족이 연애와 창조 그리고 예술로 이어지고, 연애와 사랑을 할 때도 그 자체로 아름다운 로맨스와 무드(분위기)를 즐기게 하는 것이다. 태양과 사자자리의 수호신 아폴론은 학예의 여신들인 무사이를 거느리며 음악뿐만 아니라 시와 연극, 무용, 역사와 천문학 등 예술 전반을 주관한다.

"내 기억 속의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는 추억으로 그친다는 것을 난 알고 있었습니다.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준 당신께 고맙단 말을 남깁니다."

사랑이라는 미묘하고 복잡하며 아리송한 감정이 단순하고 해맑은 사자자리에게는 너무 버거운 것인지 사자자리의 사랑은 대체로 비극적이다. 아폴론의 영향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원의 마지막 내레이션처럼 아프게 끝나도 '사랑' 그 자체는 찬란하게 아름답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듯, 네메아의 사자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자자리는 죽어서 사랑을 남긴다.

웃고 있는 영정사진에서 시작된 이야기 <8월의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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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중에서고 김광석의 웃는 영정사진을 모티프로 한 <8월의 크리스마스> ⓒ 우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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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중에서고 김애라 여사의 실제 영정사진으로 쓰인 영화 속 영정사진 ⓒ 우노필름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는 유난히 죽음과 관련이 많은 영화다. 우선 허진호 감독의 데뷔작이자 유영길 촬영감독의 유작이다. 그리고 가족사진을 찍은 저녁에 다시 곱게 차려입고 돌아와 홀로 영정 사진을 찍는 할머니, 원로 배우 김애라씨의 유작이기도 하다. 2001년 김애라씨가 돌아가셨을 때 마땅한 영정 사진을 찾지 못한 유족의 요청으로 영화 속 사진은 실제 김애라씨의 영정 사진이 됐다고 한다.

"내가 어렸을 때 아이들이 모두 가버린 텅 빈 운동장에 남아 있기를 좋아했었다. 그곳에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고 아버지도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사라져 버린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영화의 첫 대사에서 정원이 말하듯 누구나 언젠가는 죽기 마련이다. 왕의 교체는 선대 왕의 죽음으로 시작되기 때문일까? 고 김광석의 웃고 있는 영정사진에서 시작된 <8월의 크리스마스>는 정원의 죽음을 처음부터 알려준다.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태도는 담담하고 매우 일상적이다. 관객은 울지만 영화는 울지도 울리지도 않고 따스하다.

정원의 죽음도 자신의 사진을 찍는 장면에서 영정 사진으로 디졸브되면서 간단하게 처리되고, 이후 다림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일상을 살아간다. 인생을 휴일처럼 즐기고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 최고의 예술인 사랑을 남기고 떠나는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는 사자자리의 삶과 사랑을 잘 표현하고 있다.

사자자리,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

세상이 자기중심으로 돌아가는 사자자리는 상대에 대한 공감 능력이 떨어지고, 모든 사람을 내 편이 아니면 적, 두 가지로 나누기 때문에 적을 만드는 경우도 많다. 정치를 하면 정적이 많아 일찌감치 제거 대상이 되기 쉽다.

당신이 사자자리라면 적어도 사랑과 섹스에 있어서는 상대의 에고(ego, 자아)도 인정해주도록 노력하자. 전갈자리처럼 몸과 영혼이 혼연일체되는 사랑까지는 무리라고 해도 물고기자리의 공감능력, 천칭자리의 배려를 좀 배우는 게 좋겠다. 납득이(영화 <건축학개론>의 조정석은 사자자리다) 같은 키스, 상대는 좋아하지 않는다!

당신의 그 혹은 그녀가 사자자리라면 칭찬을 아끼지 말라.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할 뿐 아니라 사자자리를 더욱 관대하고 멋지게 만든다. 멋진 로맨스와 달달한 무드를 좋아하고, 데이트 비용도 모두 감당하는 것을 좋아하니 (물론 거들먹거리며 큰소리로 내지만) 당신은 그 돈으로 당신 스스로를 아름답게 가꾸는 데 노력하라. 왕의 품위에 맞도록.

<8월의 크리스마스>과 비슷한 사자자리 영화·드라마는?

▲ <봄날은 간다>(2001. 감독 허진호) : "라면 먹고 갈래"라는 명대사를 남긴 봄날 벚꽃처럼 아름답게 피었다 사라지는, 사랑 그 자체의 영화. 라면도 벚꽃도 짧지만 강렬하다.
▲ <무뢰한>(2015, 오승욱 감독) :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형사와 범인의 애인인 여자의 사랑을 통해, 사랑 그 자체의 아름다움과 비극성을 그린 멜로 영화.
▲ <풍문으로 들었소>(2015, SBS, 작가 정성주) : 제왕적 권력을 누리며 부와 혈통의 세습을 꿈꾸는 대한민국 초일류 상류층의 속물의식을 통렬한 풍자로 꼬집는 블랙코미디.
▲ <밀회>(2014, JTBC, 작가 정성주) : 성공을 위해 앞만 바라보고 달려온 예술재단 기획실장 오혜원과 자신의 재능을 모르고 살아온 천재 피아니스트 이선재의 음악적 교감과 사랑을 그린 멜로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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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중에서고 유영길 촬영감독님의 유작이 된 <8월이 크리스마스> ⓒ 우노필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유영길 촬영감독은 1969년 유현목 감독의 <나도 인간이 되련다>를 통해 데뷔한 이래 정지영, 배창호 감독 등 한국 중견 감독들의 영화 동지였다. 장선우, 이명세, 여균동, 이창동, 허진호 감독 등이 데뷔할 때 그들 이미지의 길잡이가 돼주며 한국 영화 뉴웨이브의 산파 역할을 한 촬영감독으로 존경받는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허진호 감독의 데뷔작이자 유영길 촬영감독의 유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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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10월 4일 생 태양과 달별자리 뼛속까지 천칭자리. 2000년부터 KBS, SBS, MBC 등에서 방송작가로 먹고 살다 엘 까미노 별들의 들판 산티아고를 걷고 내 삶의 지도 어스트랄러지와 만나 일하며 놀고, 놀며 일하는 프리랜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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