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민주주의 주장했던 조봉암, 그를 기리며

중도통합 노선 제시한 죽산 조봉암 선생의 사민주의 뜻 추모

등록 2015.08.01 16:48수정 2015.08.01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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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건국 정통성 긍정한 죽산 조봉암 선생을 추모하며

아침부터 망우리 가는 길이 그리 복잡하게 막혀 있진 않은 듯 했다. 무더운 여름 날씨에도 죽산 조봉암 선생을 기리고자 망우리 묘역을 찾는 분들이 많았었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56년 전 7월 31일 죽산 조봉암 선생은 이승만 독재정권에 의해 억울하게 사형을 당했었다. 그래서 죽산의 기일이 되는 이날을 기억하고자 함께 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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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산 추모제 추모제 ⓒ 김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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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산 조봉암 추모제 ⓒ 김제동


알다시피 죽산 조봉암 선생은 일제 치하에서는 독립운동을 했었고, 광복 이후에는 한때 몸담았던 조선공산당과도 결별하고 중도통합 노선을 제시하면서 대한민국 건국 내각에 참여하여 초대 농림부 장관으로 그 유명한 유상매수 무상분배 정책(저가분배도 포함)의 토지개혁을 단행했던 인물이었다.

그는 공산주의자들로부터도 배신자, 변절자로 찍혔을 뿐만 아니라 테러의 위협까지 받았을 정도로 척을 지기도 했었다. 죽산 선생은 '공산주의 모순 발견'이란 책자까지 내면서 공식적인 반공노선을 표방한 바가 있다.

결국 죽산 조봉암의 뜻은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를 모두 극복하자는 거였고 그러한 대안으로서 사회민주주의를 주창했다(이 주장은 이날 추모식때 들려준 죽산 선생의 육성 녹음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한국 정치사의 발전을 이끌만한 선구적 인물이었다. 사회민주주의는 역사적으로 볼 때 이미 그 안에 반공의 의미마저 함의한 정치 노선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죽산 조봉암 선생은 이승만 정권으로부터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 이후 복권운동 노력이 결실을 맺어 마침내 2011년 대한민국 대법원은 죽산 조봉암이 무죄였음을 확정 판결하고, 오히려 이승만 정권의 사법살인의 분명한 희생자였음을 분명히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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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산 조봉암이 반세기 만에 누명을 벗고 무죄로 확정 판결한 내용의 기사 ⓒ 김제동


죽산의 삶은 지금까지도 매년 그의 삶을 기리는 분들과 함께 추모 의례를 낳고 있다. 이날 추모제에는 죽산 기념사업회 회장인 김용기 회장을 비롯해 김성훈 전 농림부장관, 송영길 전 인천시장, 문병호 국회의원,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 장녀 조호정씨 그리고 살아생전 죽산을 수행했던 비서인 김제영 여사도 모습을 드러내 죽산을 기념했었다. 또한 이 자리에는 사회민주당 창당준비모임의 김명기 대표 역시 죽산의 사회민주주의 뜻을 따르겠다며 헌화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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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산 조봉암 추모제에서 헌화하는 '사회민주당 창당준비모임'의 김명기 대표 ⓒ 김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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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산 추모비에 새겨진 약력으로 죽산이 조선공산당과 결별하고 중도통합 노선을 제시했다는 점이 새겨져 있다. ⓒ 김제동


사회민주주의 정당 추구한 죽산의 뜻 지금도 대안이다

필자는 죽산 조봉암 선생이 주장한 중도통합 노선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고 진보가 틀렸다는 얘기가 아니라 대중적 기반의 확보 없는 진보보다는 우선적으로 중도 통합을 통해서 기존 거대 야당을 대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대중적 정치 기반을 살펴보면 중도노선 지향의 대중들이 매우 많고 30% 정도의 무당층 역시 중도 노선으로 나오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중도라기보다 이들은 보수와 진보가 뒤섞인 이중 노선인데, 북한문제에 대해선 단호한 비판과 대처를 바라면서도 경제복지 입장에서는 상당히 진보 좌파적인 노선을 띠는 방향으로 드러난 바 있다. 이는 실제 안철수 현상에서 드러났던 그 지지층을 분석한 결과이기도 했었다.

또 하나는 보수 새누리당과 제대로 대결을 하고자 한다면 인물 중심의 구도 정당보다 뚜렷한 중도개혁으로서의 이념 노선인 <사회민주주의>를 확고하게 표방하는 정당으로 가는 것이 필요하다. 죽산 조봉암은 이 사실을 먼저 깨달았던 선각자 중 한 명이었다.

기존 거대 야당은 그런 점에서 입장을 모호히 하고 노선이 자주 바뀐다. 확고한 중심으로서의 정체성을 갖지 않고 있다. 민생을 위한다는 말은 새누리당도 곧잘 하는 바라 정작 대중들은 실제적인 큰 차이점을 못 느낄 수도 있다. 따라서 정당이 표방하는 정체성을 사회민주주의로 내건다면 인물 중심의 구도에 흔들리지 않고, 보다 확고한 중심의 정체성 정당으로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사회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정당은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복지국가들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 포진해 있다. 중요한 점은 이를 한국의 실정에 걸맞게 적용해서 국민들이 희망하는 복지국가를 제대로 구현해내는 일일 것이다. 반 세기 전에 죽암 조봉암 선생은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복하려면 결국 중도통합 노선의 사회민주주의 정당으로 가야 한다고 설파했었다. 이러한 죽산의 외침은 지금의 대한민국 정치 현실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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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산 조봉암의 뜻을 오늘 대한민국 정치 현실에서 되살리는 것이 진정한 대안이자 죽산에 대한 진정한 추모일 것이다. ⓒ 김제동


#죽산 #조봉암 #사회민주주의 #사회민주당 #사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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