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에 몸 담그니, 마음의 문이 스르륵...

[부자가 함께 한 산인지방 기행 ⑥] 가이케 온천

등록 2015.07.24 15:26수정 2015.07.24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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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기를 지날 때 멀리 보이는 다이센 ⓒ 이상기


이즈모다이샤를 떠난 우리는 이나사노하마(稻佐の浜) 해안으로 간다. 그곳은 일본 해안 100선에 들어갈 정도로 멋진 곳이다. 바람 때문인지 파도가 몰아친다. 바닷가 작은 섬에는 신사가 있고, 그 앞에 도리이도 보인다. 이 거친 바다를 건너 스사노 노미코토, 연오랑과 세오녀가 이즈모로 온 것이다. 우리도 그 바다를 건너왔다. 우리는 이제 이즈모 인터체인지를 통해 산인고속도로로 들어선다.

이제부터는 쉬지 않고 요나고(米子)까지 직행할 것이다. 길은 신지호수와 마츠에 그리고 나카우미호수 남쪽을 지나간다. 날씨가 조금씩 좋아진다. 야스기(安來)시를 지날 때쯤에는 저 멀리 다이센이 보인다. 구름이 산 정상을 덮고 있지만, 주변에서 가장 높은 산임을 알 수 있다. 다이센은 높이가 1729m나 되며, 산인지방의 후지산으로 불린다.

산인 고속도로를 따라 가이케 온천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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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노가와(日野川)를 지나며 보이는 다이센 ⓒ 이상기


다이센에 가려면 요나고 인터체인지나 다이센 인터체인지에서 빠져나가야 한다. 기차를 탔을 경우는 요나고역이나 다이센구치(大山口)역에서 내려 다이센지(大山寺)까지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 그러므로 다이센 등산의 출발점은 다이센지가 된다. 다이센 등산은 6월부터 10월까지가 절정이다. 그러나 다이센은 사계절 관광지로 신록, 단풍, 눈이 특히 아름답다.

이곳 다이센 지역에는 산과 바다의 진미를 맛볼 수 있다. 농산물로 '20세기 배', 사과, 블루베리, 브로콜리가 유명하다. 축산물로는 소고기와 유제품이 있다. 바다에서는 소라와 미역이 많이 난다. 음식물로는 다이센 소바와 찰밥이 유명하다. 산채를 넣어 만든 찰밥은 축제음식으로 만들어졌다. 메밀의 껍질까지 갈아서 만든 검은 면은 메밀의 풍미를 그대로 간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센에서는 5월부터 12월까지 수많은 축제가 열린다. 5월초 등나무꽃 축제가 있고, 하순에는 미유키 축제가 있다. 6월 첫째 주 토요일에는 다이센산 개방제가 있고, 7월 하순에는 다이센 산악 마라톤 대회가 있다. 그리고 10월 하순에는 다이센 단풍축제가 열린다. 12월에는 또 스키장 개방제가 열러 이듬해 2월까지 스키를 즐길 수 있다. 

과자의 성 고토부키에서 또다시 만난 기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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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의 성 고토부키 ⓒ 이상기


버스는 이제 요나고 인터체인지를 나와 북쪽 해안으로 향한다. 우리가 찾아가는 곳은 요나고시 가이케(皆生) 온천지구다. 가이케 온천은 해안을 따라 1㎞에 걸쳐 있으며, 바다 쪽으로 조망이 좋은 편이다. 이곳 온천 여관이 일일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5000명 내외다. 그리고 온천관광객은 연 40만~50만 명 정도 된다. 가이케 온천은 돗토리현에서 가장 유명한 온천이다.

온천으로 가는 길에 잠깐 과자의 성 고토부키죠(壽城)에 들른다. 고토부키성은 일본 과자와 서양과자를 모두 취급하는 종합 과자 생산판매점이다. 그러나 주안점은 역시 일본 과자다. 1993년 요나고성을 모델로 축성되었고, 석축 일부는 실제 요나고성에서 가지고 왔다고 한다. 내부는 생산과 판매점으로 나뉘지만, 우리가 볼 수 있는 곳은 대부분 판매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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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된 네즈미 오토쿠 ⓒ 이상기


그런데 처음부터 시식코너가 있어 떡과 과자 등을 맛볼 수 있다. 그런데 특색있는 것은 복토끼(福々兎) 케이크다. 신선한 우유와 계란을 사용한 부드러운 수제 커스터드 크림을, 푹신한 반죽으로 감싸 쪄낸 케이크다. 그리고 어류의 부산물을 이용해 만든 어묵 돈가스도 유명하다. 2층에는 레스토랑과 다방이 있어 식사를 하거나 잠시 쉴 수도 있다.

이 층에는 또한 기타로 상점이 있다. 상점 입구에 네즈미 오토쿠를 모신 작은 신사가 있다. 그리고 상점 안에는 기타로 관련 상품이 350가지 정도 진열되어 있다. 캐릭터, 책뿐 아니라 티셔츠도 보인다. 그리고 명탐정 코난 관련 상품도 있다. 기타로 상점을 나오면서 벽면을 보니 근처 폐사지에 있던 불화가 재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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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현된 불화 ⓒ 이상기


이 불화는 중국과 한반도 그리고 일본의 문화교류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라고 한다. 그래선지 여래와 보살이 상당히 친근하게 느껴진다. 그림 한가운데 연꽃 위에 아미타여래가 서 있고, 그 주변을 보살, 신장, 승려가 호위하고 있다. 이들 여래와 보살을 바깥에서 사천왕이 지키고 있고, 하늘에는 비천이 춤추며 곡을 연주하고 있다. 극락이 이런 모습일까?  

가이케 온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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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칸에서 바라 본 바다 풍경 ⓒ 이상기


이제 버스는 우리가 묵을 료칸으로 향한다. 바닷가에 있는 도코엔(東光園)이다. 이곳에서는 바다와 다이센을 조망할 수 있다고 자랑을 한다. 우리는 바다 쪽 다다미방을 배정받는다. 파도소리를 들으며 바다를 조망하면, 모든 피로가 풀릴 것이라고 광고하고 있다. 방으로 들어가니 바다 쪽 조망이 좋은 편이다. 그런데 날이 흐려 석양을 볼 수가 없다.

바닷가로 나가 산책을 할 수도 있지만 흐린 날씨 때문에 그렇게 운치가 있지는 않다. 잠깐의 산책에서 돌아와 바로 저녁을 먹는다. 식사 후 온천장에서 목욕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이곳 가이케 온천은 바닷가에서 솟아나는 해수탕이다. 약알칼리성으로 피부미용 효과가 탁월하다고 한다. 일반탕과 로텐부로로 이루어져 있으며, 정원에 따로 에도부로 노천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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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케 온천 ⓒ 이상기


가이케 온천이 발견된 것은 1884년이다. 1900년 사업가에 의해 온천이 개발되었지만, 사업에 실패했다고 한다. 1920년대 철도가 놓이고 경마 등 다양한 이벤트가 이곳에서 벌어지면서 위락의 장소로 그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해안의 강풍과 파도로 인해 해안침식이 심해 해수욕장으로의 입지는 좋지 않았다. 여름 해수욕장, 겨울 온천의 두 가지 조건이 맞아야 4계절 관광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960년대 일본 경제가 좋아지면서 관광객이 늘었고, 1978년 유미가하마(弓ヶ浜) 해수욕장을 정비해 관광지의 조건을 갖추게 되었다. 그리고 1981년 일본 최초로 일본 철인 3종 경기 트라이애슬론을 개최해, 그 발상지가 되었다. 트라이애슬론 경기는 현재까지도 매년 이곳에서 개최되고 있다. 트라이애슬론은 수영(3.8㎞) 사이클 (180㎞) 마라톤(42.195㎞) 세 가지 종목의 기록을 합산해 순위를 가린다. 그러므로 철인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지구력 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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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애슬론의 발상지임을 알리는 입간판 ⓒ 이상기


그러나 가이케 지방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온천 경기는 좋지 않은 편이다. 그것은 2000년대 이후 일본의 경기가 계속 내리막길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한국 관광객들이 찾아 조금은 나은 것 같다. 이곳 요나고 공항으로 오는 국제선은 서울에서 유일하고, 사카이미나토항으로 오는 페리는 동해에서 유일하다. 그래서 그런지 모든 관광안내 자료가 한국어로 되어 있다.

그 때문에 여행 다니기가 아주 쉽고 편리하다. 이 글을 쓰는 나도 다른 여행지에서는 글을 쓰기 위해 책을 여러 권 샀는데, 이곳 산인 지방에서는 겨우 만화책 한 권만 샀다. 나머지는 모두 관광 안내 팸플릿과 리플렛을 이용하면 된다. 이들은 일본어, 한국어, 영어로 되어 있다. 일본 여행이 점점 더 쉽고 편해진다. 

부자간 그동안 쌓였던 불만을 토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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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모 다이샤에서 스사노 노미코토 동상을 훙내내는 아들 ⓒ 이상기


저녁 식사 후 우리 부자는 호텔에 있는 편의점으로 간다. 그곳에서 일본 사케와 안주를 두어 개 산다. 그리고는 방으로 돌아와 살아오면서 쌓였던 이야기를 나누기로 한다. 나는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로부터 엄하게 교육을 받아왔다. 그리고 예의염치를 중시하는 삶을 살라는 소릴 수도 없이 들어왔다. 또 집안의 종손으로 책임감에 대해서도 항상 들어왔다. 그래선지 나도 자식들을 엄하게 키워왔다.

그 때문에 자식들도 아버지인 나에게 자신들의 속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 같다. 대부분의 문제는 엄마와 이야기하고 해결하는 경향이 있었다. 사실 부모가 자식들을 엄하게 키우면 자식들이 사춘기 때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 감정을 억누르기 때문이다. 딸들은 그나마 그 감정을 잘 해소했는데, 아들은 그 감정을 마음속에 쌓아놓았던 것 같다.

부자간에 이야기를 나눌 기회도 없고, 또 이야기를 해도 오래 지속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가능하면 아버지라는 우월한 입장을 버리고 자식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고 했다. 그러나 아들이 말을 많이 하지 않으니, 내가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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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케온천 료칸의 로비에 선 아들 ⓒ 이상기


"그동안 내가 너에게 너무 엄하게 굴었다. 미안하다. 앞으로는 네가 선택하는 일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밀어주겠다. 네가 선택하는 직장, 네가 선택하는 여자... 그리고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도록 해라. 그게 무엇인지는 네가 알아서 해라. 대학의 전공에 맞게 직업을 선택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지만 그 전공은 평생을 따라 다닌다."

아들의 전공은 법학이다. 전공으로 봐서는 법조와 행정 계통에서 일하면 좋겠지만, 아들이 그런 쪽에는 영 흥미가 없는 것 같다. 한때 대학 보컬 그룹에도 참여했으니, 공부와는 인연이 적은 편이었다.

이야기하는 중에 조금은 감정이 북받치기도 했다. 내가 그동안 잘해준 게 없다는 생각에... 그렇지만 여전히 아들은 마음을 열지 않는 것 같다. 그나마 둘이 속마음을 조금은 드러냈다는 것에 만족할 수밖에. 이야기가 끝나고 우리는 함께 온천탕으로 간다. 짧은 시간이지만 벌거벗고 탕에 들어가 말없이 마음을 나눈다. 부자간이라는 대단한 인연으로 태어났는데 어찌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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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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