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투표를 '안 한다?' 아니 '못 한다!'

[청년, 정치와 썸타다②] 무엇이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막는가

등록 2015.07.16 15:02수정 2015.07.16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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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정치와 썸타다] 기획은 '청년들의 정치적 무관심'이라는 일반적인 진단을 되짚어 본다. 이를 통해 주체적인 청년의 정치 참여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논의가 필요한지 다각도에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청년들의 정치적 무관심을 꾸짖으며 계몽하려는 태도보다는, 청년과 정치가 '연애하지 못하도록' 하는 구조적 장애물들을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이 이 기획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 기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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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5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고용노동부와 교육부, 한국경제신문 등 주최로 열린 '2015 대한민국 고졸인재 잡 콘서트'에서 취업 준비 중인 학생들이 현장 채용 면접을 진행하는 기업들의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 유성호


20·30대 청년들은, 그들의 낮은 투표율로 인해 '정치 무관심 세대'라고 불리곤 한다. 20·30대의 투표율은 지난 18대 대선의 경우 각각 65.2%, 72.5%, 6·4 지방선거에서는 각각 48.4%, 47.5%를 기록했다. 반면 40·50대의 경우 18대 대선은 각각 78.7%, 89.9%, 지방선거에서는 53.3%, 63.2%를 나타냈다. 투표율만으로 따지자면 청년들은 40·50대에 비해 정치에 '덜' 참여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투표율 차이를 '청년이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진단으로 직결시킬 수 있을까? 즉, '청년들이 정말 정치에 무관심하여서 투표 및 정치 참여를 하지 않느냐'하는 이야기다. 청년들이 정치 참여를 하지 않는 현상을 두고 그 이면에 숨겨진 이유를 보지도 않은 채 청년들의 '정치적 무관심'을 무작정 탓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인지도 모른다.

이 글은 청년이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일반적인 담론을 다시 한 번 검토하고자 한다. 청년들은 정말 정치에 무관심할까? 만약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이 있다면, 그런데도 청년들은 '왜'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것일까. 청년들은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것인가, 혹은 '못하는' 것인가.

대학, 취업... 청년들을 막아서고 있는 것들

청년들은 정치에 무관심하지 않다. 하지만 오늘날의 청년들은 너무나 '바쁘다'. 그들은 학업, 취업, 직장일 등 당장 '나'의 생존을 위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에 급급해 하고 있으며, 도태되지 않으려면 남들보다 어떻게든 한 발 더 나가야 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청년들은 정치적 관심을 표출할 기회와 여유를 잃고 있다.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20대가 되기 직전까지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일념으로 오로지 공부에만 집중하기를 강요받는다. 대학생이 된 이후에는 '취준생'이라는 이름으로 수 십 장의 자소서를 쓰고 어학 점수에 매달린다. 요즘엔 1·2학년부터 스펙 쌓기에 열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3학년을 앞두고 1년째 휴학 중인 엄상현씨는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1·2학년 때부터 각종 대외활동에 참여했다. 휴학 중인 지금도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 중이다. 고학년이 되면 정치보다는 '기업'에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라는 상현씨는 "기업 공채는 언제 나는지, 채용조건이 뭔지에 눈길이 갈뿐더러, 취준생에게는 (정치 참여를 통해) 정치색을 드러내는 그 자체도 위험한 일"이라고 하였다. 취준생은 생활 전반이 취직과 관련되게 되고, 그에 따라 많은 것을 포기해야만 한다. 그리고 정치 역시 그 많은 것 중 하나이다.

상현씨는 지금은 기존 정치에 대해 회의적이지만, 고등학생 때만 해도 '고등학생도 정치 참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기존 정치를 바꿔보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현실은 당장 눈앞에 놓인 문제만을 보게끔 한다. 다른 곳에 눈 돌릴 틈을 주지 않는 것이다. 잠시나마 정치에 눈 돌릴 시간이 주어지는 것은 취업을 위한 아주 기본적인 소양을 취득할 때이다. 더 깊은 공부를 하고, 적극적인 활동을 하려 해도 그럴만한 시간적·심적 여유가 없다. 더욱이 상현 씨가 말한 것처럼 활발한 정치 활동은 청년들의 취업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직장인이 되면 상황은 바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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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5월 2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투표권 보장을 위한 노동·시민단체 기자회견'에서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이 고용주의 투표시간 보장과 이를 위한 선거관리위원회와 고용노동부의 철저한 감독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민주노총, 한국노총, 알바노조, 청년유니온, 참여연대가 참여했다. ⓒ 연합뉴스


직장인 청년에게도 상황은 그다지 녹록지가 않다. 아침 일찍 출근하여 정시를 넘겨 퇴근하는 일이 잦을뿐더러, 휴일에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상황이 부지기수다. 법정 공휴일로 제정된 선거일에도 회사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이 적지가 않다. 정치에 관심이 있어도 바쁜 현실에 치여 살다 보면 정치 참여를 할 시간이 없고, 그러다 보니 정치 자체와 멀어지기도 하는 것이 오늘날 청년들의 현실이다.

경찰공무원으로 5년째 재직 중인 김아무개씨는 지난 6·4 지방선거일, 당직을 서느라 투표를 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 선거일은 법정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지만 그 날 당직인 직원은 출근해야만 한다. 근무지와 주소지가 멀거나, 사전 투표를 하지 못한 직원은 투표를 아예 하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시간을 쪼갠다면 당직을 서더라도 투표를 할 수는 있다. 김씨에 따르면 "요즈음에는 정치에 대한 의식이 많이 바뀌어 시간을 내서 투표하러 가는 사람이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러한 것은 아니다. 투표할 짬을 내기 위해 감수해야 할 직장 상사의 눈치가 결코 가벼이 넘길만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치에 참여할 만한 여유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직장인에게 사적인 시간이라고는 평일 퇴근 이후와 주말뿐인데, 퇴근 후에는 집에서 쉬기 바쁘고, 주말이 되어서야 개인적인 삶을 챙길 수 있다. 그는 "적극적인 정치참여가 이루어지려면 엄청나게 안정적이어야 돼요. 집도 문제가 없고, 먹을 거 문제도 없고, 취업 문제가 없어야지 정치에 관심을 돌릴 수 있다"며 먼저 시간적 여유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또한 김씨는 직장인들이 정치적 이야기를 할 만한 장(場)이 없다는 것을 지적했다. 직장인이 된 후 주택문제나 공무원 연금 문제 등의 이슈들이 보다 삶과 밀접해지면서 정치에 대한 관심 자체는 대학생 때보다 늘었지만, 그 관심을 표출할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학생 시절은 정치학 수업이나 동아리 등 비교적 정치 얘기를 할 기회가 많았다. 하지만 직장인이 되니 그런 기회 자체가 많이 줄었고, 직장 동료와 정치인의 행동을 비판하는 정도의 비건설적인 담화를 나누는 게 고작일 뿐이다. 정치에 참여할 시간도 별로 없는 데다 장소마저 마땅치 않으니 직장인들에겐 정치 참여를 하는 게 마냥 쉬운 일이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더 나은 삶 지수' 분석에 따르면 정치 참여에 대한 한국의 사회적 불평등 지수는 5위에 이른다. 가난할수록 정치 행위에 참여하기 힘들다는 의미이다. 우리나라의 20·30대는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이들이다. 당연히 40·50대 중장년층보다는 경제적으로 가난할뿐더러 상대적으로 덜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정치와 썸 타는 것조차 포기하고 마는 청년들

청년들은 오늘날의 정치에 대한 관심과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 다만 그 관심과 문제의식이 발현될 만한 상황이 그들에게 주어지지 않았을 뿐이다. 정치는 청년에게서 멀리 떨어진 무언가가 아니다. 20대가 된 청년들은 등록금 문제, 주거(자취 및 기숙사) 문제를 기점으로 여러 가지 정치 문제를 생활 주변에서 피부로 느끼게 된다. 김아무개 씨의 경우처럼 나이를 먹을수록 피부에 와 닿는 문제들은 점점 늘어나기 마련이다.

청년들을 골머리 썩게 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청년들의 정치 참여가 필요하다. 하지만 정작 눈앞에 놓인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에도 벅차 정치에 참여할 여유가 사라지는 상황이 펼쳐진다. 현재 청년들이 처한 상황은 정치에 참여하는 기회 자체를 앗아가는 것뿐만 아니라 정치에 관해 관심을 쏟고 필요한 정보를 얻는 것마저 방해하고 있다. 현 상황이 상황을 점점 악화시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고, 이는 청년과 정치를 더욱 멀게 하는 요인이 된다.

요즘 20·30대들을 가리켜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세대라는 뜻의 '3포 세대' 라고 부른다. 그리고 3포 세대에서 더 나아가 5포 세대, 7포 세대라는 말까지도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오늘날의 청년들은 무언가를 계속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정치 참여 역시 청년들이 포기하는 많은 것 중 하나가 된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최지혜 시민기자는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http://seoulyg.net) 대학생기자단입니다. 청정넷은 7월 13일부터 7월 19일까지 열리는 서울청년주간(http://youthweek.kr/)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청년정치 #정치참여 #정치적 무관심 #삼포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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