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 협상 13년만에 타결... "외교의 승리"

이란, 핵 시설 사찰 허용하고 경제 제재 해제

등록 2015.07.14 21:13수정 2015.07.14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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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 협상 타결을 머리기사로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이란 핵 협상이 13년 만에 역사적인 타결을 이뤘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란과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 협상단은 14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 핵 협상 타결을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지난 2002년 8월 이란의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이 폭로되면서 시작된 이란 핵 위기는 13년 동안 협상과 갈등을 반복한 끝에 평화적인 외교 협정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불필요한 위기를 해소하고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이라고 밝혔고, 이란 측 협상을 이끈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은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완벽하지 않더라도 모두가 최선의 결과를 얻었고, 아주 중요한 성취"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한 이란 핵 협상 타결안에 따르면 이란은 더 이상 농축 우라늄을 축적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앞으로 10년 동안 신형 원심 분리기를 포함해 농축 연구와 개발을 계속할 수 있게 된다.

최대 쟁점으로 꼽힌 이란 핵 활동과 핵 시설 사찰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군사시설을 포함한 모든 의심 시설을 조사할 수 있지만, 이란과 주요 6개국이 함께 구성한 중재 기구의 협의를 거치도록 합의했다.

이란은 IAEA 사찰 결과에 따라 경제·금융 제재가 해제되며, 무기 금수조치는 단계적으로 해제된다. 만약 이란이 타결안을 이행하지 않으면 65일 안에 제재를 복원할 수 있다.


이란과 주요 6개국은 최소 2년마다 타결안 이행 상황을 공동 점검하기로 합의했다. 협상에 참가한 로랑 파비우스 프랑스 외무장관은 "최소 10년간 이란 핵무기 보유를 막을 수 있을 정도로 타결안이 견고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란 핵 협상에 반대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의 핵 무기 보유를 막을 수 있었던 수많은 제재가 해제된 것"이라며 "(이란 핵 협상 타결은) 역사적인 실수가 될 것"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핵보다 경제 원했던 이란과 존 케리의 목발 투혼

이번 협상은 이란과 주요 6개국이 참여했지만 사실상 이란과 미국이 주도했다. 중도 개혁 성향의 로하니 대통령은 2013년 이란 대선에서 미국과 핵 협상에 나서겠다는 공약을 걸었다.

핵무기보다 경제난 탈출을 원했던 이란 중산층과 젊은 유권자들은 로하니 대통령을 전폭 지지했고, 이란의 국가적 최종 결정권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도 로하니 대통령에게 협상 전권을 위임하며 힘을 실어줬다.

그동안 서방과의 갈등으로 경제난에 시달리던 이란은 핵 협상 타결로 그토록 원했던 원유 수출길이 열리게 된다. 세계 4대 산유국인 이란이 본격적으로 원유를 수출해 시장 공급량이 크게 늘어나면 국제유가도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서는 존 케리 국무장관의 활약이 빛났다. 국무장관 취임 후 이란 핵 협상에 각별히 공을 들여온 케리 장관은 지난 5월 프랑스 휴가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져 대퇴부 골절상을 입었다.

하지만 케리 장관은 미국으로 급히 건너가 수술을 받은 뒤 곧바로 다시 오스트리아로 가서 목발을 짚고 협상 테이블에 않는 '목발 투혼'을 펼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서방과 이란 관계의 새로운 장을 여는 데 성공한 케리 장관을 벌써 유력한 노벨평화상 후보로 거론하고 있다.

중동 문제 전문가인 파와스 조르주 런던정경대 교수는 "(이란 핵 협상 타결은) 외교의 승리이자, 협상의 승리"라며 "서방과 이란 관계가 새롭게 시작되는 날이 왔다"고 평가했다.

외교 업적 빛나는 오바마... 다음은 북한?

물론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오바마 행정부는 의회로부터 핵 협상 타결안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친 이스라엘' 노선의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는 타결안을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협상 타결 후 발표한 성명에서 "성공적인 협상 이행을 막는 모든 법안을 거부할 것"이라며 만약 의회가 타결안을 승인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예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합의는 신뢰가 아는 검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언제나, 어디라도 국제사회가 사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국의 외교 정책이 의미 있고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왔다"고 치켜세웠다.

쿠바와의 국교정상화, 이란 핵 협상 타결에 성공한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 핵 문제 해결에도 나설지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임기가 1년여밖에 남지 않았고,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격퇴라는 급선무가 있어 본격적인 협상 재개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란 #미국 #핵협상 #버락 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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