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기 날아가면 끝? 이제부터 시작이다

[주장] 김문기 총장 해임은 상지대 사태의 새 출발점

등록 2015.07.10 19:29수정 2015.07.10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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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과 대화하는 김문기 상지대 총장 김문기 상지대학교 총장이 지난 2014년 9월 4일 강원 원주시 상지대학교를 방문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회의원들과 대학교 본관 회의실에서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자격 없는 자가 무리하게 총장으로 선임돼 상지대 사태를 극단으로 몰고 갔던 사학비리 전과자 김문기씨. 그가 결국 이사회에서 해임됐다. 김문기씨는 1993년 김영삼 문민정부의 사정개혁으로 구속돼 대학에서 퇴출된 지 21년 5개월 만에 총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하지만, 복귀 11개월만에 다시 해임되는 상황에 처해졌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고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극적인 상황이 현실에서 연출된 것이다.

대한민국 사학 비리의 절대 강자 김문기씨는 가구점으로 부를 쌓은 뒤, 그 부를 기반으로 군사독재권력에 줄을 대어 작은 권력을 얻었다. 그리고 그 권력을 바탕으로 다시 '거부'를 일군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김문기씨는 유신 초반, 유신체제를 등에 업고 상지대의 전신인 원주대와 그 법인인 청암학원에 임시이사로 파견됐다가 1974년에 학교를 무상으로 인수해 청암학원을 상지학원으로 명칭 변경했다. 이후 19년 동안 무소불위의 이사장으로 군림하면서 상지대를 동토의 왕국으로 만든 장본인이자 상지대에 '사학비리종합선물세트'라는 오명을 뒤집어씌웠다.

'국민적 심판' 받은 김문기

지난 2009년 10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사학비리전과자 김문기가 배제된 민주적 정이사체제 쟁취를 위한 상지구성원 결의대회를 개최할 당시 모습. ⓒ 상지대


김문기씨가 상지대 복귀에 성공한 이면에는 사학을 비호하고 사학비리를 은폐해준 부패 권력과 부패 정치권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또한 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한 사법부의 존재도 김문기씨의 복귀에 큰 도움을 줬다.

권력과 정치권 그리고 사법부가 '사학비리 천국'을 조성하기 위한 환경을 만든 후에 상지대 정이사 체제를 붕괴시키고, 사립학교법을 개악해 이사회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조치를 약화시키고, 사학비리를 두둔하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해 비리 재단의 합법적인 복귀가 가능하게끔 만들었다. 이 구조 아래서 김문기씨의 집요한 복귀 공작이 통해 지난해 8월 14일 그는 상지대 총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러나 김문기씨의 화려한 복귀는 몰락 드라마의 출발점이 됐다. 그가 복귀한 그날, 그를 향한 비판의 파도는 거세게 몰아쳤다. 수많은 신문과 방송이 사설과 논평으로 총장 선임을 비판했고, 황우여 교육부장관도 여섯 차례나 공식적으로 그의 총장직 사퇴를 촉구했다. 정치권도 그의 무리한 복귀를 비판했다. 교육단체를 비롯한 사회단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김문기는 '오불관언'에 '마이동풍'이었다. 정부와 정치권, 언론과 사회단체들의 비판에도 그는 총장직에 집착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복귀를 비판하는 교수·학생들에게 파면과 중징계의 칼을 들이댔다.

그는 군사독재 시절에 행해졌던 방식으로 권력을 틀어쥐고 족벌체제를 구축해 대학을 파국으로 몰아넣었다. 보다 못한 국회가 두 차례나 상지대 청문회를 개최했지만, 김문기씨는 출석을 거부했다. 결국 교육부는 특별종합감사를 실시, 그의 해임을 요구하게 됐다. 교육부의 해임 요구에 차일피일 시간을 끌며 4개월을 버티던 김문기씨는 결국 해임을 받아들였다.

교육부의 해임 요구와 상지학원 이사회의 해임 결정은 사학비리 전과자 김문기씨에 대한 국민적 심판의 의미를 지닌다. 이미 1993년에 사법적 심판을 받아 퇴출됐던 김문기씨의 입장에서는 두 번째 국민적 심판이다. 역사적 심판의 의미도 있다. 더군다나 앞으로 세 번째 심판은 없을 것이므로 그에겐 최후의 심판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상황은 김문기씨와 같은 사학비리 주범이 교육계에 발을 들여서는 안 된다는 우리 사회의 공감대가 표현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김문기씨의 해임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의미는 비단 상지대 사태의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사학과 교육의 측면에서도 그렇다.

상지대 사태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다

그러나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김문기씨의 해임은 역사적 의미를 갖는 것이지만, 지금 시점에서 김문기씨의 해임이 상지대 사태의 종결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이미 대학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가 김문기의 하수인들로 가득 차 있고 김문기의 큰아들이 상임이사의 자격으로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다.

상지대는 물론 상지학원 산하기관인 전문대와 병원 및 고등학교 역시 김문기의 충복들이 장악하고 있다. 특히 각 학교의 행정 라인이 과거처럼 김문기씨의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 비록 김문기씨는 해임돼도 상지학원은 '김문기 체제'로 운영되도록 준비돼 있는 상황이다. 상지대 사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비관할 필요는 없다. 새벽은 오직 어둠속에서만 오고 봄은 차디 찬 겨울바람을 뚫고 오기 때문이다. 비록 아직 상황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김문기씨의 퇴출이 의미하는 바는 상상 이상으로 크다.

김문기 없는 김문기 체제는 힘이 약하다. 정당성과 동력을 갖지 못한다. 이 체제는 구성원과 대화해 대학민주화를 수용하거나 아니면 대학민주화를 거부함으로써 결국 몰락의 길을 갈 수밖에 없는 한시적인 체제다.

상지대 사태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김문기씨의 몰락은 개인의 몰락이 아니라 비리 사학의 몰락이자, 비리로 점철된 한 시대의 몰락을 의미한다. 비록 상지대가 조금 더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야 하겠지만 결국에는 대학민주화의 길로 들어설 것이다.

김문기 없는 상황에서 이사회와 그 하수인들이 저항을 하면 할수록 그 시기는 앞당겨질 것이다. 항간에 나도는 소문처럼 김문기씨의 해임 과정에 모종의 음모와 절차적인 흠결이 개입돼 있다면, 그 시기는 더욱 앞당겨질 것이다.

○ 편집ㅣ김지현 기자

#상지대 #김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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