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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인턴 거쳐 중소기업 정규직 사원 된 담양 장은혜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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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돈삼(ds2032)등록 2015.05.25 14:27

장은혜 씨. 청년 인턴과정 6개월을 거쳐 지난 3월 정규직 사원이 됐다. ⓒ 이돈삼


25살, 많은 나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나이에 비해 사회 경험이 많았다. 식당과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날랐다고 했다. 커피숍에서 커피를 만들어주는 바리스타도 해봤단다. 의류 포장, 자동차 서비스센터 근무 경험도 있단다. 그것도 전부 학창시절에 한 아르바이트였다.

장은혜(전남 담양군 대전면) 씨. 지난해 대학을 졸업하고 9월 담양의 한 벤처기업에 청년 인턴으로 들어갔다. 6개월 인턴과정을 거쳐 올 3월엔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지난 12일 그녀의 회사로 찾아가서 은혜 씨를 만났다. 첫 만남인데도 어색해하는 기색이 없었다. 또래를 대하는 것처럼 편해 보였다.

"사람 만나는 거 좋아해요. 어른들 만나는 것도요.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재밌어요. 제가 얻을 수 있는 게 많더라구요. 친구도 많은 편이에요."

은혜 씨의 첫인상이 소탈해 보였다. 말도 거리낌이 없었다. 속도 꽉 차 보였다. 시쳇말로 '애 늙은이'였다.

"자동차 서비스센터에서 일한 적 있는데요. 그때 민원인 대하는 요령을 배운 것 같아요.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았거든요. 지금 생각하니 좋은 경험이었어요."

그 덕분일까. 장 씨는 사람들의 성향 파악이 어렵지 않다고 했다. 사회생활이나 직장생활을 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심지어 친구들이 '한 번 봐 달라'며 남자친구를 데려오기도 한단다.

친구들의 남자친구 면접관이 됐다는 장은혜 씨. 쑥스러운지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웃고 있다. ⓒ 이돈삼


은혜 씨는 지난해 2월 광주에 있는 한 대학을 졸업했다. 불문학을 전공했다. 프랑스 문학에 대한 관심보다 서양의 패션에 흥미를 가졌다. 학교에 다닐 때도 취업 걱정은 그다지 하지 않았다. 방학 때마다 늘 일을 해왔기 때문이다. 졸업하면 서울로 올라갈 생각이었다.

졸업 이후 현실적인 문제가 다가왔다. 만만치 않는 서울의 생활비가 걱정됐다. 집안 형편도 넉넉하지 않았다. 그즈음 부모가 담양으로 거처를 옮겼다. 귀촌이었다. 한동안 방황을 했다. 그 사이 오빠가 결혼을 했다. 믿고 의지하던 오빠가 결혼해 분가를 해서 나가자 부모가 적적해 했다. 가볍게 넘길 수만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친구 사무실에 놀러 갔었는에요.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청년 인턴 안내문이 붙어 있더라구요. 관심 갖고 읽어봤죠. 집에서 관련 사이트에 접속해서 자세히 알아봤죠. 괜찮겠단 생각이 들더라구요."

은혜 씨는 담양에 있는 한 유기농 업체에 이력서를 냈다. 기대 반, 우려 반을 갖고 용기를 냈다. 그 업체는 행정기관으로부터 청년 인턴제 지원을 받는 기업이었다. 살고 있는 집에서도 아주 가까웠다. 지난해 9월이었다.

장은혜 씨의 책상. 그날그날 해야 할 일이 컴퓨터 화면과 책상에 덕지덕지 붙어 있다. ⓒ 이돈삼


기업의 근무조건이 괜찮았다. 근로조건이나 급여가 서울에 못지않았다. 서울에 살면서 감당해야 할 교통비와 생활비를 감안하면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와 함께 사는 것도 행복이었다. 유기 농산물 인증, 식품 유통 등에 대한 배움도 즐거움이었다.

제품 판매를 위한 마케팅은 흥미진진했다. 회사에서 실무자에 준 권한이 기대보다 컸다. 지난 5월 초 담양 대나무축제장에 설치된 판매점에서 연일 완판을 기록한 것도 그 덕분이었다. 자신감으로 가득 찼다. 소비자들이 자회사 제품의 가치를 알아줄 땐 보람도 컸다.

"우리 회사가 야채음료를 생산하거든요. 건강음료죠. 당연히 중장년층이 선호할 줄 알았어요. 근데 아니더라구요. 젊은층의 관심이 높았어요. 유기농의 미래를 봤죠. 우리 회사의 비전도 확인했구요."

장은혜 씨에게 회사의 대표가 미숫가루 음료를 따라주고 있다. 맛을 평가해 달라는 이유다. ⓒ 이돈삼


은혜 씨는 취업을 준비하는 또래들한테 하고 싶은 말이 많다. 무작정 대도시로 가겠다는 생각을 버리라고. 급여가 얼마나 되고, 꼬박꼬박 쉬는지 가리지 말라고. 나한테 맞는 직장만 찾지 말고, 나를 맞춰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친구들을 보면 정말 공부 열심히 해요. 다 스팩 쌓기지만요. 근데 언제까지 공부하고 스팩만 쌓을 겁니까. 취업정보를 직접 찾아 나서야죠. 그 시간에 취업해서 경력을 쌓는 게 더 큰 공부라 생각해요."

은혜 씨는 행정기관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지역에 괜찮은 일자리가 많고, 다양한 지원책이 있다는 것을 널리 알려달라고 했다. 자신이 활용했던 청년 인턴제를 모르는 친구들이 아직도 많이 있다면서. 취업박람회 같은 행사를 자주 열어서 청년들에게 취업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장은혜 씨가 일하고 있는 유기농 음료 업체. 전라남도 담양군에 자리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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