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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단순한 뱀파이어물이라 생각한다면 곤란합니다

[종합] KBS 2TV 새 드라마...안재현 "'블러드'는 잘 들어 보이고 싶은 바벨"

15.02.11 21:04최종업데이트15.02.11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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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러드' 파이팅! 11일 오후 서울 반포동 서울성모병원 성의회관에서 열린 KBS 2TV 월화드라마 <블러드>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안재현, 진경, 손수현, 구혜선, 정혜성, 김유석, 조재윤, 지진희가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블러드>는 '거대흡혈사회'에 대항하는 '진짜 뱀파이어'를 통해 강자의 논리를 비판하고, 의료현실과 인간생명의 가치를 담은 판타지 의학드라마다. 16일 밤 10시 첫방송.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지금까지의 드라마·영화에 등장한 뱀파이어는 피에 굶주린 저주받은 생명체였다. 그래서 뱀파이어는 '혈관이 비칠 듯 창백한 피부와 붉은 입술' 정도로 묘사되는 빼어난 미모로 이성을 유혹하는 로맨틱한 존재이거나, 인간의 목숨을 앗아가며 이른바 '퇴치되어야 할 악의 존재'로 설정되곤 했다.

그런데 KBS 2TV 새 월화드라마 <블러드>(극본 박재범, 연출 기민수·이재훈) 속 뱀파이어는 바이러스 감염자다. 총에 맞고도 하룻밤 사이 멀쩡해질 정도의 어마어마한 치유력과 상대방을 단숨에 제압할 정도의 무시무시한 운동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만 빼곤 <블러드> 속 뱀파이어는 그리 특별하지는 않은, 다만 인간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고민하는 '소수자'일 뿐이다.

지난해 <굿닥터>를 통해 진정한 의료의 의미와 장애/비장애를 넘어선 유대를 그려낸 박재범 작가와 기민수 PD는 이번 <블러드>를 통해서도 기존 뱀파이어물의 관습에서 벗어나 다른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11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기 PD는 "<블러드>는 타고난 종족으로서의 뱀파이어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이러스에 감염돼 뱀파이어의 습성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오래 산다는 것 자체보다는 주어진 시간 안에 어떻게 살아갈 것이냐를 묻는 드라마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 안재현-지진희, '블러드' 향한 뱀파이어들 11일 오후 서울 반포동 서울성모병원 성의회관에서 열린 KBS 2TV 월화드라마 <블러드>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안재현과 지진희가 라이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블러드>는 '거대흡혈사회'에 대항하는 '진짜 뱀파이어'를 통해 강자의 논리를 비판하고, 의료현실과 인간생명의 가치를 담은 판타지 의학드라마다. 16일 밤 10시 첫방송. ⓒ 이정민


▲ '블러드' 미녀 4인방, 우리가 최고! 11일 오후 서울 반포동 서울성모병원 성의회관에서 열린 KBS 2TV 월화드라마 <블러드>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진경, 손수현, 구혜선, 정혜성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블러드>는 '거대흡혈사회'에 대항하는 '진짜 뱀파이어'를 통해 강자의 논리를 비판하고, 의료현실과 인간생명의 가치를 담은 판타지 의학드라마다. 16일 밤 10시 첫방송. ⓒ 이정민


이어 기민수 PD는 "'영생의 존재'인 뱀파이어가 말기 암 환자들을 치료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느끼는 소회를 표현하고 싶었다"며 "뱀파이어가 주요 배역으로 등장하면 작품이 장르물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생기게 마련이지만, <블러드>는 장르물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블러드>는 약자들의 '피를 빠는' 지금의 세태까지 은유하겠다는 계획이다. 기민수 PD는 "뱀파이어 자체가 '흡혈'을 상징하지 않나"라며 "드라마를 통해 그런 부분까지 은유라든지 비유가 읽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배우들의 생각도 같다. <굿닥터>에 이어 다시 한 번 태민암병원 부원장 최경인 역으로 <블러드>에 합류한 배우 진경은 "깊은 주제의식이 여러 가지 맥락에서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며 "돈이 생명보다 우선시 되는 사회에서 생명의 존엄성을 부각시키는 그런 이야기도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뱀파이어 바이러스 감염자이자 태민암병원 외과의사 박지상 역의 안재현도 "뱀파이어가 생명을 해치는 악한 존재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블러드>는 생명을 구하는 의사 입장의 이야기"라고 정의했다.

안재현 "내게 '블러드'는 잘 들어 보이고 싶은 바벨"

<블러드>에서 대척점을 이루는 두 뱀파이어는 박지상과 태민암병원 원장 이재욱(지진희 분)이다. 거칠게는 선역-악역으로도 구분할 수 있겠지만, 기민수 PD는 "박지상은 본인이 원하지 않았던 운명에 처한 캐릭터인 반면 이재욱은 본인이 선택해 스스로 감염자가 된 캐릭터"라며 "그러나 한편으로는 같은 감염자라는 '운명공동체'로서 묘한 동질감도 느낀다. 유리타(구혜선 분)과의 러브라인과는 다른, 두 캐릭터 간의 '브로맨스'나 '부자지정'(아버지와 아들 관계에서의 정) 같은 것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지상 역의 안재현은 연기자로 데뷔한 지 1년 만에 파격적으로 주연으로 발탁됐다. <블러드>로선 '모' 아니면 '도' 식의 모험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를 두고 기민수 PD는 "처음엔 경험이 짧고 드라마 전체의 이야기를 끌어갈 만한 준비와 역량이 되어 있는지 여부를 확신할 수 없었지만, 직접 만나 이야기를 해보니 확신이 들었다"며 "캐릭터 소개와도 이미지적으론 가장 흡사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믿음을 드러냈다. 배우 지진희 또한 "<블러드>를 위해 태어난 것처럼 역할과 잘 맞는다"는 말로 안재현을 높이 평가했다.

▲ '블러드' 안재현, 카리스마 넘치는 뱀파이어 11일 오후 서울 반포동 서울성모병원 성의회관에서 열린 KBS 2TV 월화드라마 <블러드> 제작발표회에서 간담췌1외과 과장 박지상 역의 배우 안재현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블러드>는 '거대흡혈사회'에 대항하는 '진짜 뱀파이어'를 통해 강자의 논리를 비판하고, 의료현실과 인간생명의 가치를 담은 판타지 의학드라마다. 16일 밤 10시 첫방송. ⓒ 이정민


이에 안재현은 "헬스클럽에 처음 가면 멋진 근육질 선배님들이 커다란 바벨을 아무렇지 않게 들지 않나"라며 "<블러드>는 나에겐 멋진, 꼭 잘 들고 싶은 바벨"이라고 비유했다. 적잖은 부담감이 담긴 말이었다. 그러면서도 안재현은 "이 바벨을 잘 들기 위해서는 기초 체력 운동, 유산소 무산소 운동 등 많은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며 "이게 끝나면 몸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해냈다는 성취감, 나도 할 수 있다는 느낌은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감독님과 처음 만났을 때 '많이 부족하고 모자라다, 이렇게 큰 역할을 두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 자체가 (감독님의) 시간을 뺏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는 말씀도 드렸어요. 예전엔 제 위치에서 제 색깔을 잘 표현하는 정도로도 괜찮았지만, 이번엔 제가 못하면 이 그림 자체가 엉망이 될 지도 모른다는 부담감도 생겼고요.

그런데 욕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고사 때도 말씀드렸어요. '정말 열심히 하고, 잘 하겠다'고요. '열심히'를 넘어 '잘 해야 한다'는 것밖엔 답이 없어요. 다들 열심히 하시잖아요. 얼마나 열심히 갈구하고 노력해 배역을 따내는데요. 그런 만큼 저도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안재현)

지진희 또한 <블러드>를 통해 연기의 폭을 한 뼘 늘렸다. "그동안 내가 하고 싶은 것과 시청자가 바라는 게 달랐던 것 같다"는 지진희는 "그 차이를 좁혀보고 싶은 마음에 조금씩 기회를 찾고 있는데, <블러드>도 그렇게 하게 된 작품"이라며 흡족해 했다. 특수 분장에 매번 한 시간 이상이 걸리고, 인조 손톱을 붙이는 데 쓰는 본드가 독하디 독하게 손에 남지만 모든 게 다 "재밌다". 그는 "어떤 뱀파이어 영화나 드라마보다 부족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그래서 기분이 좋다"며 웃어 보였다.

▲ '블러드' 정해인, 미소 가득한 하트 11일 오후 서울 반포동 서울성모병원 성의회관에서 열린 KBS 2TV 월화드라마 <블러드> 제작발표회에서 주현우 역의 배우 정해인이 하트를 만들며 미소짓고 있다. <블러드>는 '거대흡혈사회'에 대항하는 '진짜 뱀파이어'를 통해 강자의 논리를 비판하고, 의료현실과 인간생명의 가치를 담은 판타지 의학드라마다. 16일 밤 10시 첫방송. ⓒ 이정민


▲ 조재윤, '블러드'가 최고! 11일 오후 서울 반포동 서울성모병원 성의회관에서 열린 KBS 2TV 월화드라마 <블러드> 제작발표회에서 우일남 역의 배우 조재윤이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블러드>는 '거대흡혈사회'에 대항하는 '진짜 뱀파이어'를 통해 강자의 논리를 비판하고, 의료현실과 인간생명의 가치를 담은 판타지 의학드라마다. 16일 밤 10시 첫방송. ⓒ 이정민


지진희가 생각하는 이재욱은 단순한 악역이 아니다. "수술 도중 실패를 경험한 뒤 인간의 영생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그러다 뱀파이어 바이러스를 발견하게 된다"고 이재욱의 과거를 설명한 지진희는 "그 바이러스를 위해 하는 행동들이 악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재욱은 오래도록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민수 PD 또한 "어떤 면에서는 스스로 뱀파이어가 되길 선택하는 이재욱이 더 능동적이고 자주적인 캐릭터"라며 "자신의 논리나 생각이 분명한 인물"이라는 말로 이재욱의 활약을 예고했다.

한편 안재현, 지진희, 구혜선, 손수현, 손숙, 김유석, 진경, 조재윤, 정혜성, 정해인 등이 출연하는 <블러드>는 <힐러> 후속으로 오는 16일 오후 10시에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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