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카는 '위에서 아래로', 이런 '본능' 있었네

[재미있는 과학이야기 47] 큰 눈, 조붓한 턱을 선호하는 이유

등록 2015.01.13 11:54수정 2015.01.13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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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높이 올려서 찍으면 맘에 드는 사진이 나올 수 있어."
"어 정말이네."

여중생인 듯한 두 소녀가 동네 공원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얼굴 '셀카'에 여념이 없다.

10대 소녀들 사이에 흔한 얼굴 셀카는 같은 사람이라도, 찍는 각도에 따라 사뭇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인터넷이나 SNS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얼굴 셀카 사진들의 두드러진 특징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 찍은 사진이 많다는 점이다.

'위에서 아래로' 찍으면 왜 어려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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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워킹걸>에서 백보희 역의 배우 조여정이 7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를 마친 뒤 셀카봉을 이용해 사진을 찍고 있다. ⓒ 이정민


위에서 아래로 내려 찍는 얼굴 셀카는 사실 일종의 만국 공통 현상이다. 실제로 미국이나 아프리카, 남미, 유럽 등지에서 올라오는 인터넷 상의 셀카 사진은 팔을 수평보다는 조금 높게 치켜들고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내려 찍은 게 다수다.

왜 살짝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셀카를 할까? 사진을 여러 번 찍어 본 경험의 소산일 수도 있지만, 그 경험 뒤편에서는 셀카를 하는 자신도 모르는 '본능'이 작동하고 있을 수도 있다. '사랑스럽고, 귀여운' 얼굴에 대한 선호가 바로 그것이다.

얼굴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 찍으면 대개 보다 젊거나 어린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반대로 아래에서 위쪽으로 올려 찍으면 보다 성숙하거나 나이 들어 보이는 모습이 연출되는 경향이 있다. 젊거나 어린 느낌을 자아내는 원리는 간단하다. 이마와 눈 부분이 확대 강조되고, 광대뼈나 턱 부분은 축소되는 탓이다.


유아에서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에 이르기까지 어린아이들의 얼굴과 신체 비례는 성인들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신체 전체적으로는 얼굴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성인 여성의 미인 기준은 팔등신일 수 있지만, 어린아이가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건 반대로 머리(얼굴) 비중이 큰 탓이다.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유아는 '사등신' 수준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만 해도 '육등신' 이상이 되기 쉽지 않다. 얼굴 자체도 이마나 정수리 부위는 발달된 반면, 볼이나 턱은 성숙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진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 찍으면 어딘지 어려 보이는 느낌이 나는 건 바로 이런 연유에서이다.

'어린 것'들의 얼굴과 신체 모습이 귀여움을 유발하는 건 인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큰 개보다 강아지가 귀엽고, 닭보다는 병아리가 더 사랑스러운 느낌을 자아내는 등 대다수 생명체에서 어린 것들이 성체보다 호감을 준다.

캐릭터에 '큰 얼굴'이 많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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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이 뽀로로 택시를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 유성호


머리 혹은 얼굴 부분이 신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크게 하는 건, 디자인 마케팅에서는 '호의'를 이끌어 내는 기본이다. 한 예로 캐릭터나 카톡의 이모티콘 등에서는 자명할 정도로 큰 얼굴에 대한 선호가 뚜렷하다. 어린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어른들에게도 좋은 이미지를 주는 '뽀로로' 같은 캐릭터도 몸뚱이보다 더 큰 얼굴이 아니었더라면 큰 인기를 얻지 못했을지 모른다.

학자들은 어린 생명체들의 큰 두상과 특유의 이목구비를 '유태'(어린 모습, neoteny) 현상으로 풀이한다. 아울러 유태는 어른(성체)들의 보살핌과 도움을 자아내는, 일종의 진화의 결과라고 설명한다.

유태 현상은 특히 여성들에게서 더 뚜렷하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다. 젊거나 어려 보이면 가임 가능성이 그만큼 높고 남성들의 관심을 더 자아낼 수 있기 때문에 생존과 번식에 유리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여성의 턱선이 남성보다 부드럽고, 눈 바로 위의 이마융기가 덜 두드러지는 등 유태에 가까운 것도 젊고 어린 느낌을 주도록 진화한 결과라는 얘기이다.

한편 쌍꺼풀과 양악 수술에 적잖은 관심이 쏠리는 현상 또한 같은 맥락에서 풀이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큰 눈과 조붓한 느낌을 주는 턱에 대한 선호는 유태가 호감을 자아내는 데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또 이와 관련, 일부 진화인류학자들은 "아시안이 흑인이나 유럽인보다 유태 보존이라는 관점에서 더 진화한 존재"라는 주장을 제기, 논쟁으로 번지기도 했다. 아시안 얼굴이 전반적으로 각이 덜지고 동글동글한 등 유태적 특징이 더 많다는 것이다. 때로는 '어린 것'이 '어른적인 것'보다 더한 발달의 결과일 수 있다는 사실은 진화의 역설에 다름 아니다.
덧붙이는 글 위클리 공감(korea.kr/gonggam)에도 실렸습니다. 위클리 공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정책주간지 입니다.
#유태 #본능 #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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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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