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학교, '대안'이 되어선 안 된다

[새들교육문화연구학교17] 오산학교·풀무학교 등의 교육 이념을 함께 읽고

등록 2014.12.09 10:51수정 2014.12.0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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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봄, 우리는 세월호 사고를 통해 한 사회의 문화가 생명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음을 보았습니다. 무고한 생명을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을 우리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새들마을학교'는 배우고 가르치는 일, 즉 교육이 이 사회의 문화를 낳았다고 생각합니다. 교육과 배움으로 바른 문화를 만들기 원하는 이들이 모여 '생명을 살리는 교육'을 고민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열린도시연구소 새 들'과 산하 '새들마을학교'는 '생명의 교육, 길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고뇌와 축제로 펼치는 교육문화연구학교'를 10월 9일부터 12월 25일까지 12회 진행합니다. 이를 계속 연재합니다. - 기자말

"대안적인 가르침과 배움을 펼쳐왔던 학교들의 교육 이념을 읽으며 공동체라는 단어가 눈에 쏙쏙 들어왔어요. 교육문화연구학교에서, <두려움과 배움은 함께 춤출 수 없다>와 <가르침과 배움의 영성> 두 책을 보면서도 '교육과 공동체는 함께 가는 거구나' 하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새들마을학교 중학교 3학년 석현수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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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현수 학생은 대안적인 가르침과 배움을 살아왔던 학교들의 교육 이념을 읽으면서 '공동체'라는 단어가 눈에 쏙쏙 들어왔다고 했다. ⓒ 새들마을학교


지난 5일, 새들교육문화연구학교 9번째 시간은 앞서 대안 교육의 길을 걸어간 선배들의 '교육 이념'을 읽고 토론하는 시간이었다. 오산학교, 풀무학교, 거창고등학교, 간디학교, 이우학교, 밝은누리움터 등 6개 학교의 정신을 담은 글에는 현수 학생이 말했듯, '공동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았다. 생명의 교육을 고민하는 참석자들은 선배 교육 공동체에게 한 수 배우고자 하는 마음으로 자리에 둘러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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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생명의 교육을 고민하는 참석자들은 선배 교육 공동체에게 한 수 배우고자 하는 마음으로 자리에 둘러앉았다. ⓒ 새들마을학교


교육과 공동체는 함께 가야


먼저 살펴본 곳은 1907년 남강 이승훈 선생이 설립한 오산학교다. 식민치하에서 교육을 통해 민족정신을 깨우려 했던 오산학교는 우리 역사에 대한 공부와 함께 신학문을 도입하고 실천을 강조했다. 오산의 졸업생들은 독립운동의 핵심 지도자로 자랐다. 개인의 출세나 영달보다 남을 생각하고 민족을 생각하며 모든 사람의 유익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정신을 배웠다.

이승훈 선생은 기독교정신을 바탕으로 한 경·애·성(敬愛誠)을 교육 목적으로 삼았다. '하나님을 공경하고 스승을 공경하며(敬), 민족을 사랑하고 국가를 사랑하며(愛), 진실하고 성실하게 거짓이 없이 사는 삶, 또 이를 따르는 학생들을 기르자(誠)'고 했다. 이는 오산의 교훈인 '사랑, 정성, 존경'으로 이어졌다.


'평화·생태·공동체'를 강조하는 풀무학교(현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는 이승훈 선생의 조카였던 밝맑 이찬갑 선생이 1958년 충남 홍성에 세웠다. 전쟁 이후 피폐해진 조국을 살릴 길은 '농업'이라고 굳게 믿었던 이찬갑 선생은 농업은 단순한 식량 생산이 아니라 환경과 국민의 생명을 수호하는 평화산업이라고 봤다.

농업과 생태를 살리기 위해서는 특히 지역 사회에 뿌리박은 일꾼들을 길러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풀무는 지역에서 배우고 지역을 사랑하고 지역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했다. 풀뿌리 주민자치, 유기농업, 협동조합운동, 도농직거래, 지역 문화 등의 활성화를 꾀했다.

풀무의 인재상은 '더불어 사는 평민'이다. 풀무가 말하는 평민이란 '국가 사회의 기초이며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고 성적이나 지위나 재산을 판단 기준으로 보지 않으며, 나와 남의 존엄성을 인정하는 기본적 가치관과 교양과 실무 능력을 갖춘 사람'이다. 공격적이고 자학적인 관계가 아니라 더불어 사는 인간관계, 이웃과 나누고 협동하는 보통사람을 길러내는 것이 바로 풀무가 지향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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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학교가 터 잡은 홍성군 홍동면 마을활력소에서 풀무학교에 대힌 설명을 듣고 있는 새들마을학교 학생들. ⓒ 새들마을학교


1953년 설립한 거창고등학교는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한 민주 시민 양성을 교육 목표로 삼는다. 인간 삶의 궁극적 목적은 하느님 앞에서 이웃과 더불어 존재하는 것이라 강조하는 거창고는 이웃에게, 민족에게, 인류에게 도움이 되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거창의 인재상은 타인을 깊이 배려하고 남을 존중하는 사람이다.

거창고는 신이 인간에게 바라는 것은 평화롭게 사는 것이라고 가르친다. 여기서 평화는 일치(合一)의 상태를 말한다. 남과의 관계에서든, 자기 자신 내에서든 평화는 하나 됨을 뜻한다. 인간의 평화는 절대 진리에 복종하는 것이고, 이것이 실생활에서는 공존의 형태로 나타난다. 진정한 공존으로서 일치된 평화를 이루려면 다른 사람도 나와 같이 하느님의 창조물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나를 먼저 내어 주어야 하고, 내가 먼저 희생해야 일치가 가능하다고 가르친다.

간디학교는 주입식 교육과 입시 위주 교육, 학원 폭력 문제와 조기 유학 붐 등의 문제를 극복하려는 마음에서 1997년 탄생했다. 현재 산청, 금산, 제천, 필리핀 등의 지역에 퍼져 있는 간디학교의 교육철학은 '사랑'과 '자발성'이다. 가르치는 이와 배우는 이 사이에는 우정과 사랑이 형성되어야 한다고 본다.

여기서 '사랑'은 서로에 대한 믿음, 서로의 행복과 기쁨을 비는 순수한 기도와 축복, 그리고 그것을 위한 노력을 의미한다. 또한 모든 가르침과 배움은 자발성을 가질 때 가치가 있다. 강제적으로나 타의에 의해 마지못해 이뤄지는 것은 기쁨을 낳지 못하며 오히려 불행과 고통을 초래한다고 말한다.

"사랑과 자발성은 서로 의존적이다. 사랑에 기초한 교육은 결코 강요되거나 주입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자발성을 전제로만 이루어지는 것이고, 자발성에 기초한 교육은 사랑과 신뢰의 관계 속에서만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교사와 학생 사이에 사랑과 신뢰의 관계가 이루어지고 배움과 가르침이 순수한 자발성 위에서 이루어질 때에만 비로소 참교육이 가능한 것으로 본다." (간디고등학교 학교장 경영관 중)

이우학교 역시 공교육을 염려하는 이들이 세웠다. 100명의 공동설립자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설립된 이우는 도시형 대안학교를 지향하며 2003년 경기도 분당에 자리를 잡았다. 이우가 지향하는 인재상은 더불어 사는 사람이다. 성·계급·인종·종교·장애 여부를 떠나 인간을 존중하고, 생명과 환경을 소중히 여기며 '남'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상생의 지혜를 터득한 사람을 길러 내려 한다.

다만 이우는 "학교 부적응아를 모집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당면한 시대적 과제를 해결해 가는 데 한몫 해낼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되는 학생을 우선적으로 선발한다는 원칙이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있는 학생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속단하긴 어렵지만, 사회성과 감수성, 지적 능력과 의지력, 창의력과 체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려 한다"는 것이다. 부모의 양육 철학과 방법, 기대 사항도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밝은누리움터는 관계 맺는 마지막 한 명까지 경쟁상대로 대하게 하는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 질서는 자기 자신도 온전한 생명으로 살지 못하게 만드는 죽음의 질서라고 본다. 이 죽음의 질서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만드는 것은, 바로 마을을 회복하는 길이다. 그리고 하늘땅 곳곳, 농촌과 도시에서 다양한 마을공동체들이 연대하여 생명과 평화를 구현하는 마을공동체를 회복해야 한다고 짚는다. 현재 서울 북한산 '인수마을', 강원도 홍천 '생명평화마을', 경기도 군포 '수리산마을', 경기도 양평 '지평마을' 등이 연대하고 있다.

밝은누리움터는 초등 이전까지는 마을배움터를 통해 교육하고, 중등 이후 과정은 생동중학교와 삼일학림으로 나눠서 가르친다. 삼일학림은 고등·대학 통합과정이다. 초중고와 대학으로 나눠진 편제 자체에서 오는 상상력의 한계를 극복해 과도한 대입 위주 교육과 대학서열화가 만들어 내는 문제를 극복하려 했다. 삼일학림은 청소년, 청년, 성인이 나눠지지 않고 함께 배우고 익히는 것을 지향한다.

극복하려고 하는 현실 인식이 교육 이념에 녹아들다

평소 모둠별로 토론하던 것과는 달리, 이번 시간은 전체 토론으로 진행했다. 사회를 맡은 최봉실 새들마을학교 교장(열린도시연구소 새 들 대표)은 "가장 좋은 의견 앞에서 기꺼이 고개를 숙이고 인정하는 자세로 있는 것을 '연찬'이라고 한다. 이 시간이 연찬의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운을 띄웠다.

"각 학교들의 교육 이념을 읽으면서 다들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배움의 중심에는 사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가는 것 같아요. 지금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사랑의 힘을 믿고, 사랑이 창조하는 힘에 기대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신수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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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임 님은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사랑의 힘을 믿고, 사랑이 창조하는 힘에 기대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 새들마을학교


조우영님은 교육을 고민한다는 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무엇일까를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교육 이념은 그 시대를 살아가면서 어떤 가치를 지향해야 하고, 어떤 게 가장 시급한가를 고민하면서 나름대로의 답을 적어 놓은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새들마을학교가 교육 이념을 세운다면, 인간의 '욕망'에 대해서 언급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인간의 욕망을 절제하고 어떻게 욕망의 방향을 선하게 이끌어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넣었으면 했다.

이동원 교사는 대안학교가 제도권에 편입되면서 본래 교육 이념을 잃어버릴 위험을 지적했다. 오산학교가 총독부의 인가를 받는 문제를 놓고 고민했던 이야기와 풀무학교가 교육부 인가를 받은 후 발생한 문제로 어려움을 겪게 된 이야기를 꺼냈다.

인가를 받은 후, 오산은 본래 목적했던 민족의 인재를 키워 내는 데 한계에 부딪혔고, 풀무는 원 취지와는 달리 내신 성적 조건으로 인해 홍성 지역 학생들이 입학하는 데 어려움이 생겼다. 이동원 교사는 이렇듯 인가를 받으면 설립 취지를 놓치게 될 것을 우려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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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영 님은 교육을 고민한다는 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무엇일까를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 새들마을학교


윤희윤 교사는 학교가 본질을 잊지 않으려면 학교의 주체인 학생과 교사, 부모가 자기 삶으로 이 교육 이념의 본질을 철저히 고민하며 구현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했다. 자기 고민 속에서 본질을 실제 삶에서 붙들게 될 때 어떤 상황이 와도 흔들리지 않게 된다. 그 본질 안에서 가르침과 배움의 관계가 형성된다면, 학교의 본질을 지키는 데 건물이나 체계 같은 외형의 유무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승은님은 각 학교들이 자신의 교육 이념대로 삶을 살아내는 학생을 길러냈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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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은 님은 각 학교들이 말하는 교육 이념대로 삶을 살아내는 학생을 길러냈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 새들마을학교


이밀알 교사는 '이념이 삶으로 살아지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말이 학교 현장에 있는 사람에게는 실제로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했다. 그런데 이념은 이상적인 내용으로 담을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구현해 나가는 방법은 현실에 대한 인식을 어떻게 하고 있느냐에 따라 그 결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대학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핵심인 거 같아요. 풀무나 밝은누리움터는 자체 대학과정을 마련하여 대학 걱정으로 다시 매몰되어야 하는 문제를 극복하고 있는데, 다른 학교들은 여전히 대학 입학 문제 앞에서 거부했던 교육의 여정에 다시 서야 하는 상황입니다. 대안 교육이 근본적으로 세상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하는지 철저하게 인식하는 것과 함께 가야 할 것 같아요." 

이밀알 교사는 참만남이 이뤄지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서는 실제 공동체 속에서, 특히 마을 속에서 교육이 이뤄지는 게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김재광님은 부모, 또래, 어른뿐 아니라, 이모삼촌 나이의 동네 이웃들을 자연스럽게 만나는 경험이 아이들에게 필요하다고 했다. 꼭 선생님이 아니더라도, 동네 이모삼촌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일상을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직접 보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이모삼촌들의 삶을 보며 배울 수 있고, 또 다양한 가능성들이 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모삼촌들도 학생들이 배워 가는 것을 보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는 거 같다고 했다.

터럭만큼이라도 선한 마음이 있다면

최봉실 교장은 각 학교가 세워질 때마다 학교 설립의 중요한 토대였던 그 시대 상황을 짚었다. 오산은 일제강점기라는 현실에서, 풀무는 전쟁 후라는 배경에서 세워졌던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구체적으로 교육 이념을 실현해 나가기 위해서는 지금의 시대가 어떤 현실인지, 그리고 그 현실에서 요청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서 그에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최 교장은 지금의 주류 교육은 자본주의의 현실을 반영하는 교육이라고 평했다. 관계를 내 이익을 채우는 도구로 전락시키며 무한증식과 무한파괴를 긍정하는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를 추구하는 사람에게는 거기에 부응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게 교육 이념이 된다고 했다. 최 교장은 이런 현실에서 자본의 체계를 따르는 교육을 시킬 것인가, 진정으로 서로를 살리는 교육을 시킬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동시에 최 교장은 대안 교육이 위협받는 현실을 개탄했다. 인가받는 문제로 풀무학교가 지역의 일꾼을 길러내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는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올바르고 선한 이념으로 학교를 운영하고자 하는데 왜 이런 어려움을 겪게 되는지를 통탄했다.

"우리는 대안적인 학교를 세워 가는 분들의 글들을 읽었습니다. 이게 대안인가요? 아닙니다. 이건 대안이 아니라 '진짜 우리 모두가 원하는 삶'입니다. 진짜를 대안이라고 말하는 게 안타까운 겁니다. 이건 분노하고 통탄할 일입니다. 왜 이런 교육이 대안이 되어야 할까요. 모두를 위하는 이 선한 노력을 왜 대안이라고 지칭해야 할까요.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거기에 반하는 모습이 우리 삶의 전반을 장악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최 교장은 이런 현실은 누가 만들고 있는지 되물으며 그건 바로 우리 자신이라고 했다.

"이런 현실은 우리 자신, 바로 인간이 만든 것입니다.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를 아는 것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인간이라는 존재의 현실을 처절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인간이 선하고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소망하는 것만큼,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이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의 소망에 반하는 방향으로 공격해 들어올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그는 우리의 현실을 인식하고 제대로 싸워 가기 위해서는 정직하게 성찰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고 했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속이고 타인을 기만하려는 현실을 극복하는 힘은 관계 앞에서 거짓됨 없이 진실하게 서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것이다.  

"우리 학교 아이들은 솔직하게 돌아보는 것을 훈련합니다. 잘못했을 때, 잠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뭘 잘못했는지 스스로 답하게 합니다. 처음에는 피합니다. 잘못한 것을 이야기 안 하려 합니다. 지금은 너무도 쉽게 바로바로 뭘 잘못했는지 말합니다. 그전에는 '사랑받지 못하지 않을까, 벌을 받지 않을까' 염려하는 마음이었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서 믿음과 신뢰 속에서 기꺼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얼른 돌이키려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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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과 신뢰가 있을 때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돌아보게 된다. 사진은 들살이에서 하루를 돌아보기를 하는 새들마을학교 학생들. ⓒ 새들마을학교


최 교장은 배우는 과정에서 무지가 축복일 수 있다고 했다. 모를 수 있는 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펼쳐진 것이다. 내 존재의 부족함이 드러난 것은 쓰라린 것일 수 있지만, 멸시하거나 숨겨야 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다른 이의 진실을 만나려고 하고, 기꺼이 관계 안에서 자신을 드러낼 수 있고, 공유된 진실 위에서 선한 일을 도모해 가는 것, 그것이 교육이 걸어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우리는 선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선한 마음이 생길 때 지체하고 있으면 안 됩니다. 터럭만큼이라도 선한 게 올라오면 생명줄 붙잡듯이 잡아야 합니다. 여러분 속에 100분의 1만큼이라도 선한 마음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게 여러분의 생명을 살리고 옆 사람의 생명을 살린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악착같이 그 선한 마음을 붙들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런 노력은 힘든 싸움입니다. 하지만 같이 하면 재미있고 즐거운 것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연대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정직할 수 있는 힘과 용기

최 교장의 이야기를 듣고 참석자들은 정직할 수 있는 힘과 용기가 어디에서 비롯될까를 놓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윤희윤 교사는 "신뢰하는 관계의 힘이 자신을 솔직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승은 님은 "다른 사람을 쉽게 규정하지 않는 자세와 자기 내면을 진솔하게 돌아보는 것에서 정직해질 수 있는 힘이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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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윤 교사는 "신뢰하는 관계의 힘이 자신을 솔직하게 한다"고 말했다. ⓒ 새들마을학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에서 솔직한 힘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끊임없이 나를 평가하려는 것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서 진실을 마주하는 게 필요합니다. 진실을 마주할 때, 자신의 수준이 한참 못 미치고 내가 이것밖에 안 된다는 것을 겸손하게 인정하는 자세가 있어야 합니다. 내가 사라지는 듯한 두려움을 넘어 진실에 터 잡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새들마을학교 김민수 교사의 말이다.

끝으로, 최 교장은 진실이 주는 참된 기쁨을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거나 일상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 진실로부터 숨고 싶은 충동에 우리는 시련을 받게 된다고 했다. 하지만 진실을 받아들였을 때 헤아릴 수 없는 기쁨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진실에 기꺼이 나아가기까지는 고통스럽고 두려울 수 있지만, 그것을 넘어 진실에 직면했을 때 온전한 기쁨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자고 했다.

"진실은 지금 현재 상태가 어떠한가를 말하고 있는 것뿐 아니라 연결되어 있는 과거·현재·미래를 통합하는 진실입니다. 이 진실을 잘 붙잡고, 이것이 모두에게 참된 기쁨이 된다는 것을 기억하고, 우리가 그런 진실한 존재가 되어 주려고 노력한다면, 진실하게 되는 경험을 더 많이 축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진실에 이르는 길은 물론 쉽지 않지만 인간으로서 우리의 몫은 진실에 이르는 그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며, 바로 그러한 인간의 한계를 기꺼이 인정하고, 진리를 찾아가는 그 여정의 자리에서 감사하고 충실하게 노력해 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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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하면 재미있고 즐거운 것이 된다. ⓒ 새들마을학교


새들교육문화연구학교 다음 시간(12월 12일)에는 간디교육공동체 양희창 대표(아시아평화학교, 간디학교 전 교장)가 '한반도, 아시아, 세계를 위한 교육'이라는 주제로 강의한다. 양 대표는 우리의 교육이 한반도에만 갇혀 있을 수 없고, 이웃하고 있는 나라와 힘을 모으고 연대해 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아시아 전체 지역의 평화를 이뤄 가는 교육을 꿈꾸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새들마을학교 홈페이지(club.cyworld.com/saedeulmaeul)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새들마을학교 #교육문화연구학교 #교육 #교육 이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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