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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이 된 김성균 "이제 삼천포 지워야죠"

[인터뷰] 영화 '우리는 형제입니다' 하연 역 "사람들에게 상처 줄까 겁나"

14.11.03 08:23최종업데이트14.11.03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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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우리는 형제입니다>에서 박하연 역의 배우 김성균이 27일 오후 서울 신문로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강한 인상으로 관객과 만나오던 김성균이 이번엔 제대로 힘을 뺐다. 물론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삼천포를 기억하는 이들에겐 익숙하겠지만 분명 그는 영화에선 악당 혹은 사이코패스 등의 강한 캐릭터로 관객들의 심장을 쫄깃하게 해왔다.

장진 감독의 영화 <우리는 형제입니다>에서 김성균은 조진웅과 형제로 등장한다. 집안 사정으로 어렸을 때 미국으로 입양 간 상연(조진웅 분)이 세월이 지나 한국에 남은 엄마(김영애 분)와 동생 하연(김성균 분)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극적인 상봉을 방송하려던 방송국 측 잘못으로 엄마를 잃어버리고, 엄마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는 형제들의 모험(?)이 중심축이다. 게다가 형은 목사, 아우는 무당이다. 이 설정만으로 여러 웃음 포인트를 상상해볼 수 있겠다. 

촬영 자체가 힐링..."웃겨야 한다는 압박 없었다"

ⓒ 이정민


형식상 로드 무비지만 코미디 요소가 다분하다. 김성균은 "엄마를 찾으러 가는 별 것 아닌 이야기인데 그게 끌렸다"며 "촬영 현장에 나가서 연기하는 자체가 힐링이었다"는 소회를 전했다.

"우리 어릴 때 보던 모험 만화 같았어요. <꼬마 자동차 붕붕>처럼 귀여운 느낌, 아시죠? (웃음) 악당도 나오는데 못된 사람이 아니잖아요. 그렇게 이 영화는 착한 작품입니다. 내용 자체가 비틀고 꼬는 게 아니라 편하게 연기했어요. 웃겨야겠다고 작정하면 자칫 훅 갈 수 있기에 과한 애드리브나 개인기는 자제하려고 했습니다.

<응답하라 1994>의 삼천포로 많이 알고 계시고, 또 제가 악역 전문이라는 인식도 있잖아요. 이 영화를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이겠다는 생각보다는 적당하게 삼천포의 모습도 지우고 다음을 밟기 위한 순서라고 생각했죠."

전혀 안 닮은 형을 만났다고 물으니 김성균은 "둘이 모아 놓고 보면 은근히 닮았다"며 "하연의 형 역할을 누가할지 궁금했고 내심 진웅이 형을 원했는데 고맙게도 해줬다"고 캐스팅 비화를 공개했다.

"굿판도 실제로 보고 무당 분들도 만났어요. 평소에도 눈빛을 쏘고 그러지 않더라고요. 지극히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이었어요. 감독님의 연출대로 하연은 툴툴거리고 소리 지르는, 어찌 보면 분노조절 장애로 보이기도 하는 인물이죠. 반대로 형이 하연을 눌러주는 역할을 했고요. 까칠하고 궁색한 하연과 뭔가 어색한 형이 만나 핵폭탄 급 코미디를 보이려는 거였습니다."

"난 운이 좋은 배우...계산하지 않고 연기하겠다"

영화<우리는 형제입니다>에서 박하연 역의 배우 김성균이 27일 오후 서울 신문로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김성균의 행보를 보면 2012년 영화 <이웃 사람> 이후 부쩍 바빠졌다. <용의자> <은밀하게 위대하게> <군도: 민란의 시대> 등 2년 간 대여섯 작품에 출연했다. 말 그대로 쉼 없이 달려온 셈이다. 

"제가 운이 좋은 놈이죠. 작품 선택에 있어서 어떤 계산 같은 건 하지 않습니다. 그런 머리가 있다면 주식을 했겠죠(웃음). 작품이 들어올 때마다 어찌 하면 그 순간을 잘 모면할까, 부족한 연기를 들키지 않을까 고민하다보니 이렇게 왔어요. 어느 순간 보니 사람들이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때 저와 삼천포의 모습을 비교하시더라고요. 분명 좋은 거지만 여기에 휩쓸려버리면 변신에 대해 자꾸 의식하겠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김성균은 사람들의 여러 반응을 의식하기보다 무던해지려고 했다. 자신에 대한 자료를 덜 보면서 쌓아온 연기력을 믿고 순간적 느낌으로 하나씩 격파해왔다. 영화 이전에 연극 무대에서 내공을 쌓아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만 고민이 있다면 알아보는 관객들이 많아지면서 스스로 좀 약아졌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이에 김성균은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사람들에게 실수할까봐 상처 줄까봐 겁을 내는 거 같아요. 나쁜 말로 때가 탄 거죠. 이런 부분은 고민하면서 처신하고 있습니다. 물론 마음은 항상 열려 있어요. 이번 여름에 가족들과 캠핑을 다녀왔는데 그곳 사람들과 친구가 돼서 밤새 놀았습니다. 사실 인연을 만나면 정성을 들여야 하는데 제가 그리 부지런하진 못해요. 먼저 연락하는 타입이 아니죠.

유유상종이라고 아무래도 우리 생활을 잘 이해해주는 배우들끼리 만나는 일이 많은데 일반 친구들이 서운해 할 때가 있어요. 친구들이 제 생활을 다 이해할 수 없듯, 저도 그들 직장생활의 어려움을 다 이해할 수 없더라고요. 이 지면을 빌려 너무 서운해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전합니다."

지금은 영화에 매진하고 있지만 김성균은 무대 공연 역시 원하고 있다. "언젠가 여건이 될 때 연극과 영화를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땀에 젖어가며 공연하던 때가 그립다"고 말했다. 김성균은 "어찌됐든 앞으로 치유가 되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며 "기대 반 걱정 반"이라고 덧붙였다. 

"제가 운이 좋은 놈이죠. 작품 선택에 있어서 어떤 계산 같은 건 하지 않습니다. 그런 머리가 있다면 주식을 했겠죠(웃음). 작품이 들어올 때마다 어찌 하면 그 순간을 잘 모면할까, 부족한 연기를 들키지 않을까 고민하다보니 이렇게 왔어요."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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