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받고 교수·학생 사찰"... 상지대생 양심선언 파문

[현장] 총학생회 간부 "학생과 교수 대화 녹음해 전달했다"

등록 2014.10.22 18:24수정 2014.10.24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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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림막 뒤 상지대생 양심선언 '김문기측의 상지대 교수와 학생들에 대한 상시 사찰 및 불법도청 의혹 공개 기자회견'이 22일 오전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사립학교개혁과비리추방을위한국민운동본부 주최로 열렸다. 김문기측에 매수되어 사찰과 도청을 했다는 총학행회 간부가 가림막 뒤에서 양심선언을 하고 있다. ⓒ 권우성


'사학비리 1호' 김문기 전 이사장의 총장 복귀로 학내 갈등을 빚고 있는 상지대학교에서 이번에는 교직원이 총학생회 간부를 매수해 교수와 학생들을 불법으로 사찰하는 데 이용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참여연대와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등이 참여한 사립학교개혁과비리추방을위한국민운동본부(아래 사학국본)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김문기씨 측이 총학생회 간부에게 돈을 주고 교수와 학생들의 대화 내용을 불법으로 녹음하게 한 다음 이를 이용해 불법으로 사찰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김 총장과 재단 이사회를 즉각 퇴출해 달라"고 교육부에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학교 측으로부터 매수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학생이 직접 나와 '양심선언'을 하기도 했다.

"여러 차례 돈 받고 대화 내용·농성 일정 알려줬다"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가 녹음 사실을 알게 된 건 학교법인이 교육부에 지난 10월 6일 제출한 '상지대학교 운영 정상화 방안'을 살펴보면서다. 정상화 방안에는 '학생선동을 음모하고 있는 정대화 교수의 녹취록'이라는 제목의 별첨자료가 포함돼 있는데, 이는 지난 10월 4일 정 교수와 학생들이 천막농성장 안에서 대화한 내용이었다.

뿐만 아니라 '총장실 앞 복도 농성일지', '(학내)불법 집회 및 시위 일지'도 각각 별도로 첨부됐는데, 이 일지에는 일시, 장소, 참석자, 구체적 내용이 표로 정리돼 있다.

방정균 상지대 교수는 "학교가 교육부에 낸 자료에 녹취록이 포함돼 있는 걸 보고 총장 측이 불법으로 도청을 했거나, 내부자가 관련돼 있을 수 있다는 의심을 했다"면서 "그러던 중 총학생회 간부 한 명만이 징계 대상에서 제외됐고, 해당학생에게 조심스레 물어보니 울면서 (그동안) 있었던 일을 고백했다"고 밝혔다.

'매수 당사자'라고 밝힌 A(26)학생는 신원이 노출되지 않도록 블라인드 뒤에 앉아 양심선언을 시작했다. A학생은 "김문기 총장의 학교 복귀 직후인 지난 8월 23일부터 총장 부속실에서 근무하는 조아무개씨로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모두 200만 원을 받았고, 총학생회와 교수들의 회의 내용을 녹음한 파일 4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학교가 교육부에 제출한 자료에 첨부된 녹취록도 본인이 녹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A학생은 "녹음 파일 이외에도 '학생과 교수들의 반대 활동 내용을 미리 알려주면 거기에 대처 하겠다'는 제안을 받고, 지난 9월 2일 임시 총장실 점거 일정 등을 알려줬다"며 "'내년에 총학생회장으로 당선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돈을 받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먼저 요구해 받은 적도 있다"며 "개인적인 사정으로 판단이 흐려졌다"고 털어놓았다. 

사학국본은 총장 부속실에서 근무하는 조씨와 A학생이 이날 오전에 통화한 녹음 파일을 공개하기도 했다. 녹음 파일에 따르면, 이날 사학국본의 기자회견 소식을 알게 된 조씨는 "(사학국본 측이) 불법도청이라고 얘기해도 네가 (직접)녹음을 해서 전달한 것이니 불법도청은 아니"라며 "네가 (학교 측이 아닌)총동문회에 녹음 파일을 건넨 것으로 하고, 동문회에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문자를 넣으라"고 지시했다.

또한 사학국본은 상지대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여당의원에게만 나눠준 '상지대학교 운영 정상화 방안'의 일부도 공개했다. 해당 자료에는 지난 9월 4일 상지대를 방문한 교문위 소속 야당 의원들을 비방하는 내용이 담겼다. 문건에는 "민생탐방의 명분으로 상지대학교를 방문한 야당의원들이 일부 교수가 총학생회를 사주해 급조한 집회에서 지지발언을 하며 학생들을 선동했다"고 쓰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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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기측의 상지대 교수와 학생들에 대한 상시 사찰 및 불법도청 의혹 공개 기자회견'이 22일 오전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사립학교개혁과비리추방을위한국민운동본부 주최로 열렸다. ⓒ 권우성


상지대 교수들 '총장 퇴출'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 농성 돌입

송상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는 "교수와 학생의 대화를 본인 동의 없이 녹음한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며 "통신비밀법은 녹음뿐만 아니라 이를 공개한 사람도 엄중히 처벌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학교 관계자가 학생 스스로 녹음 파일을 전달한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려고 시도한 것은 형법 155조 증거인멸에 해당될 소지가 높다"며 "향후 형사, 민사 상 법적 대응을 해갈 것이며 혐의가 밝혀진 이상 검찰과 교육부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상지대 교수협의회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 시간 이후로 김문기씨를 더 이상 상지대학교 총장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한다"며 "오는 23일부터 학교에서 무기한 야외 단식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한편 총장 부속실 소속 조아무개씨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학생에게 돈을 준 사실 등은 인정하면서도 매수 의혹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했다. 조씨는 "돈은 학생이 먼저 요구했으며, (해당 학생의) 안타까운 사정을 감안해 도와주었을 뿐"이라며 "교수와 학생의 대화를 녹음한 파일은 학생이 자발적으로 건네줬다"고 말했다.

또 기자회견을 앞두고 학생과 통화한 점에 대해서는 "향후 검찰 조사 등으로 학생 신변이 노출될 우려가 있어 신변보호 차원에서 미리 알려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문기 #상지대 #학생 매수 #총학생회 #정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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