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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아닌 외국인일 뿐인데...'비정상회담' 비결?

[TV리뷰] 빠른 캐릭터 형성으로 프로그램 안착...식상해지지 않기 위한 노력 필요

14.09.30 08:51최종업데이트14.09.30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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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상회담' 공식 포스터. ⓒ JTBC


요즘 JTBC <비정상회담>이 큰 인기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유세윤, 전현무, 성시경은 능숙하고 유능하지만 국내 최정상 MC는 아니며, 멤버들 또한 대부분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얼굴들로 구성되어 있다. 애초에 큼직하게 이슈가 될 만한 것은 전무하다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예능의 예상 밖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재미'와 '유익함', 두 마리 토끼 잡았다

요즘 들어 예능에서는 최정상급 진행자들의 프로그램의 기여도가 많이 낮아진 상태다. 유명 게스트의 출연, 그리고 그 활약 여부에 따라 시청률이 부침을 보이던 경향 또한 많이 줄어들었다. 11개국 외국인들이 출연하는 <비정상회담>의 인기는 그러한 틈새를 잘 파고든 결과라 볼 수 있다. 인기 진행자나 멤버 등 외적인 요인들보다는, 자생적이며 생산적인 콘텐츠가 큰 몫을 담당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재미'가 예능의 인기를 좌지우지하는 요건들 중 가장 큰 것이 된다는 점은 무척이나 고무적인 일이다. 지극히 원론적인 얘기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예능들에서 가장 부족한 것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비정상회담>은 그것을 충족시킴과 동시에 '유익하다'는 느낌까지 주고 있어 일석이조다.

<비정상회담>의 멤버들은 대륙별로 다소 편중되어 있기는 하지만 큰 무리는 없이 구성되어 있으며, 그들의 개성에 따라 각 주제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펼쳐져 요즘의 예능들에서 흔히 찾아 볼 수 없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그들이 방송에서 나눈 얘기들은 때로 거센 찬반양론에 휩싸이기도 한다. 화제성이 담보되어 있다는 얘기다.

위의 얘기들이 고작 5% 내외의 시청률을 보이고 있는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으로는 조금 호들갑스러워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단지 관성에 의해 시청률의 부침을 돕는 수동적 자세의 시청자들보다는, 수많은 피드백과 뒷이야기를 양산해낼 수 있는, 보다 적극적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크게 무리가 있는 것은 아닐 듯하다.

캐릭터 구축에 성공한 멤버들, 프로그램의 안착 도운 일등공신

▲ '비정상회담' 멤버들 중 뒤늦게 캐릭터 구축에 나선 타쿠야와 다니엘(호주)의 모습. ⓒ JTBC


<비정상회담>의 멤버들이 각 주제에 대해 나누는 이야기들은 귀 기울여볼만한 것들이 많다. 문화와 역사의식 등은 인종별, 대륙별로 달라지는데, 거기에 우리의 것에 대한 멤버들의 의견들은 때로는 접목되고 또 때로는 좌충우돌하기도 한다. 요즘의 예능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생동감이다.

하지만 이 예능의 성공의 가장 큰 비결은 아마도 멤버들의 캐릭터 구축이 빠른 시간 내에 이루어졌다는 점일 것이다. 대부분의 멤버들은 방송이 시작된 이후 곧바로 캐릭터를 만들어냈고, 그로 인해 프로그램은 더욱 빨리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이제 많은 이들은 이 프로그램의 멤버들의 성향을 한눈에 꿰뚫고 있다. 에네스와 장위안 등은 보수 성향의 대표주자이며, 그들과 대체로 대립각을 이루는 이들은 자유로운 사고의 주인공들인 줄리안과 로빈 등이다. 그 외에 타일러, 다니엘, 샘, 알베르토 등의 멤버들 또한 중도와 보수, 진보(단순히 이렇게 나눌 수 있다면) 등을 오가며 흥미로운 대결구도를 만들고 있다.

초반에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는 듯 보였던 타쿠야, 다니엘(호주), 기욤 등의 멤버들 또한 차츰 자신의 자리를 찾으며 멤버들 간의 합에 힘을 보태고 있다. 멤버들은 이제 완급을 조절하여 토론에 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시일이 지날수록 방송에 더욱 적응해나가는 모습이다.

익숙한 것들 계속되면 지루해질 수 있어, 진화는 계속되어야

하지만 <비정상회담>이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많은 것들이 일정한 틀에 갇혀버리게 된다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다는 것. 변함없는 회담 장소가 그 중 하나다. 이 프로그램은 웬일인지 장소는 물론, 멤버들의 앉은자리조차 바꾸지 않는다. 변하는 것은 멤버들의 의상, 머리모양, 진행자 전현무의 얼굴 정도밖에는 없다. 이 예능이 보다 활달한 사고를 가진 이들, 보다 다양한 것들을 보고 접한 세대가 주 시청층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조금은 달라져도 괜찮지 않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우려는 바로 캐릭터에 관한 것이 될 것이다. 일찌감치 자리를 잡아 긍정적이었던 멤버들의 캐릭터 형성이 고착화되고 정체된 모습만을 보이게 된다면 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 것. 장점이 단점으로 급전직하하는 일이다.

사실 매 주의 주제에 대해 멤버들의 이야기가 각각 달라지기는 하지만, 논조와 태도는 그다지 변하지 않는다. 그에 따라 하나의 주제에 대해 에네스가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 줄리안이 또 어떻게 반박할지, 샘과 알베르토가 어떠한 모양새의 이야기를 내놓을지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해졌다는 것.

하지만 <비정상회담>에 대한 이런저런 걱정은 잠시 접어두어도 될 것 같다. 멤버들이 점차 이 프로그램이 '예능'이며, 강한 의견 피력으로 피로감을 제공하기보다는 '웃음'을 전달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듯한 모양새니 말이다. 자생력 강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는 <비정상회담>의 예능으로서의 특장점이 더욱 진화해나가는 순간이다.

그러니 이 순간, 우리는 이 예능을 보고, 웃고, 즐기기만 하면 된다. 모처럼의 '재미있는', 그리고 '유익하기도 한' 예능, <비정상회담>의 다채로운 활약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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