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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안 보여주는 장범준의 행보, 희한하네

[주장] 음악으로만 승부한 '장범준 1집'...만드는 이도, 듣는 이도 행복하다

14.08.20 08:20최종업데이트14.08.20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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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자정, 버스커버스커의 장범준이 자신의 첫 번째 솔로앨범인 <장범준 1집>을 발표했다. <슈퍼스타 K3> 출연 전, 무명시절의 음악 친구들인 박경구, 안상영, 황용하 등과 함께 작업해 내놓은 결과물이다.

그의 새로운 앨범은 발표되자마자 각종 음원차트를 휩쓸고 있다. '음원 강자'를 넘어 '음원 깡패'라는 수식어의 주인공이었던 버스커버스커의 정규앨범이 아니었던 점, 홍보도 별로 하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한다면 "역시!" 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수 있을 정도의 엄청난 성과라 하겠다.

장범준의 이번 앨범의 활동계획에는 9월 27일을 시작으로 총 8번의 클럽공연이 있다. 버스커버스커 활동을 통해 늘 큰 규모의 공연을 벌여왔으나, 천안이나 서울의 한남대교 밑, 혹은 인터넷 등 많은 곳에서의 버스킹을 통해 팬들을 만나왔던 그의 소박한 행보를 생각하면, 보다 가깝게 팬들을 만날 수 있는 이번의 작은 공연들 또한 큰 의미가 있다.

매스컴 통한 홍보 없는 이례적 행보, 오로지 '음악으로만 승부'?

<장범준 1집> 표지 ⓒ (주)버스커버스커, CJ E&M


우리 음악시장의 여건으로 보아, 차트의 상위권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홍보가 필수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알려져 있다시피 장범준은 지난 버스커버스커 1집의 마무리와 2집 활동을 오로지 콘서트에 국한시킨 바 있다. 방송 활동은 아예 없었고, 각종 매체와의 인터뷰 또한 거의 없었음은 물론이다.

그에 대해 당시 많은 팬들은 아쉬움을 표했지만, 역시나 이번에도 <장범준 1집>을 통한 방송활동 계획은 들리지 않는다. 노래를 발표하기만 하면 음원차트의 상위권을 휩쓸고, 콘서트 역시 매진행렬을 이어가는 음악인의 행보라기에는 조금 이례적인 일이다.

장범준은 몇 년간 TV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비록 콘서트를 통한 활동은 활발하다지만 그것에 참여할 수 있는 이들은 극소수일 수밖에 없으며, 그에 끼지 못하는 이들은 온전히 귀를 통해서만 그를 만나야 한다. '가수는 음악으로 말한다'. 이론상으로는 지극히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보다 많은 이들에게 그의 음악이 알려졌으면 하는 팬들에게는 아쉬운 일이기도 하다.

장범준은 매스컴을 이용하지 않으면서 단지 음악 하나만으로 폭발적 힘을 발휘하는 드문 음악인이다. 이런 그의 행보에도 불구하고 세간의 반응은 그저 뜨겁기만 하다. 그것은 혹시 우리의 경험과 여론 등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매스컴의 지배력을 약화시키려는 장범준의 '음모'가 아닐까?

행복한 마음으로 만든 음악이니 그저 좋지 아니한가

▲ '장범준 1집' 음악을 다채로운 색으로 표현한 속지 ⓒ (주)버스커버스커, CJ E&M


위의 '음모' 운운은 물론 우스갯소리지만, 대개는 매체에 드러난 이들의 이미지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마련인 대중들에게 지속적으로 모습을 비추지 않으면서도 음악이나 그 외적인 일들로 꾸준히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장범준의 행보는 일부 사람들에게는 질시, 혹은 오해 등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법도 하다.

그러나 그 어떤 정보(잘못되었을지 모를)나 억측들이 판을 쳐도 장범준은 그것에 대한 해명이나 변명의 자료를 내놓지 않는다. 오로지 음악으로만 자신을 드러낼 뿐이다. 말하자면 '누가 뭐라던 나는 내 갈 길 간다' 식인데, 그러한 방식 또한 우리의 연예계 풍토에서는 자칫 역풍을 맞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러한 장범준의 방식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우리 음악계에서의 그의 위치 때문일 것이다. 그는 매스컴과는 거리가 먼 어느 낯선 인디밴드의 일원이 아닌, 대한민국 최상위의 음원, 음반판매 실적을 가진 밴드의 리더이며 이제 막 솔로로서의 성공적 첫발을 내딛은 음악인이다. 환경은 지극히 메이저의 그것인데 행보는 완전 마이너. 인지부조화란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일 터이다.

어찌 되었든 장범준은 여러모로 희귀한 기록들을 쌓아가고 있다. 더 많은 성취를 위해 동분서주할 수 있음에도 여전한 뚝심의 행보를 이어가는 그의 모습에는 혀를 내두를밖에 도리가 없다. 그러니 또 다시 그에게 조심스레 말을 건네야 하겠다. '그래, 네 멋대로 해라'라고 말이다.

왜냐하면, 장범준의 방식이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니까. 다만 조금(사실은 많이) '다를' 뿐이니까. 그는 이번 앨범의 곡 소개 글에서 '저 요즘 너무 행복합니다'라고 말했다. 그거면 된 것 아닌가. 우리 또한 즐거운 마음으로 그의 음악을 들으면 될 일이다.  

(주)버스커버스커 CJ E&M 장범준 장범준1집 버스커버스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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