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범의 피도 자식에게 유전될까

[신간] 배리 리가 <나는 살인자를 사냥한다 2 : 살인게임>

등록 2014.07.18 10:40수정 2014.07.1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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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인자를 사냥한다 2 : 살인게임> 겉표지 ⓒ 알에이치코리아

미국 작가 배리 리가는 자신의 2012년 작품 <나는 살인자를 사냥한다>에서 굉장히 독특한 부자관계를 창조해냈다.

미국 전역에서 수십 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빌리 덴트의 아들인 17세 소년 재스퍼 덴트를 주인공으로 설정한 것이다.


자신의 아버지가 범죄자라면, 그것도 역사상 최악의 연쇄살인범이라면 그 자식의 심정과 입장은 어떨까.

연쇄살인범의 아들인 만큼 언론에서도 관심을 갖을 것이고 그 소문이 퍼지면 살고있는 동네나 학교에서도 얼굴을 들고 다니기 힘들다. 비록 자기는 죄를 짓지 않았더라도.

졸업 후에 직장을 구하기 힘들 수도 있겠다. 이런 어려움들을 요령껏 극복한다 하더라도, 의문점은 남는다. 혹시 나에게도 '살인마의 피'가 흐르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나도 시간이 지나면 살인자로 변할 운명을 갖고 있는 것 아닐까.

최악의 살인마를 아버지로 둔 소년

살면서 이런 생각들이 종종 고개를 쳐든다면 그걸 극복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나는 살인자를 사냥한다>에서 연쇄살인범 빌리 덴트는 교도소에 갇혀있다. 하지만 빌리 덴트의 살인을 모방한 다른 연쇄살인범 '인상주의자'가 나타나고, 재스퍼 덴트는 교도소에 수감된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서 인상주의자를 검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어찌보면 <양들의 침묵>과 비슷한 설정이다. <양들의 침묵>에서 정신병동에 수감된 한니발 렉터가 FBI 요원 클라리스 스타알링에게 조언해주듯이, <나는 살인자를 사냥한다>에서도 감옥에 갇힌 아버지가 범인을 쫓는 아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다. 이 작품의 마지막 장면에서 빌리 덴트는 감옥을 탈옥해서 자취를 감춘다.

시리즈의 후속편인 2013년 작품 <나는 살인자를 사냥한다 2 : 살인게임>에서도 연쇄살인이 발생한다. 뉴욕에서 연쇄살인이 발생하고 살인범은 희생자의 몸에 모자 또는 개의 형상을 새겨 놓는다. 그래서 살인범에게는 '햇도그(Hat-Dog) 살인자'라는 명칭이 붙는다.

미궁에 빠진 사건을 추적하기 위해서 뉴욕 경찰은 재스퍼 덴트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고, 재스퍼는 뉴욕으로 떠나서 연쇄살인범을 검거하기 위한 일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그러면서 나름대로의 확신을 갖는다. '햇도그 살인자'의 뒤에는 자신의 아버지 빌리 덴트가 있을 것이라고.

자기 안의 괴물과 싸우는 방법

천재적인 수사능력을 가진 10대 소년이 형사들의 수사를 돕고, 범인 검거에 커다란 기여를 한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해보았을 상상이다. 경찰조직 조차 감당하지 못했던 지능적인 연쇄살인을 일반인이 나서서 해결한다. 꽤나 흥분되는 일 아닌가. 물론 작품 속에서 재스퍼는 사건을 해결한다고 해서 흐뭇해할 만한 입장은 아니다.

그 사건 뒤에 자신의 아버지가 있기 때문. 작품 속에서 이들 부자의 관계는 묘하다. 아버지는 아들을 사랑한다고 말하며 '너도 사냥꾼의 피를 가지고 있다'라고 말하지만, 아들은 아버지를 원수처럼 생각할 뿐이다. 하긴 아버지 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꼬여버렸으니 그럴만도 하겠다.

그렇지만 아들은 범인을 추적하면서 아버지가 들려주었던 여러 가지 조언을 떠올린다. 아버지는 아들이 어렸을 때부터 살인범의 심리와 살인기술, 무기 사용법, 행동요령 등을 상세하게 가르쳐 주었다. 모순적이게도, 재스퍼는 자신이 증오하는 사람의 조언에 의존해서 범인을 추적하고 있는 것이다.

살면서 자식을 선택할 수 없듯이 부모를 선택할 수도 없다. 어느 한쪽이 어긋나면 다른 쪽에서는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서 노력할 수밖에. 재스퍼의 노력도 그렇다. 작품 속에서 재스퍼의 활약은 대단하지만, 그것과는 별도로 재스퍼는 참 안타까운 캐릭터라는 생각이 든다.
덧붙이는 글 <나는 살인자를 사냥한다 2 : 살인게임> 배리 리가 지음 / 권도희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나는 살인자를 사냥한다 2 - 살인 게임

배리 리가 지음, 권도희 옮김,
알에이치코리아(RHK), 2014


#배리 리가 #연쇄살인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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