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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 후 입장 불가?...언제든 '영화 소풍' 오세요

좋은 영화 다시 볼 수 있는 무주산골영화제...미장센단편영화제도 동시 개막

14.06.26 11:00최종업데이트14.06.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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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산골영화제와 미장센단편영화제 포스터 ⓒ 무주산골&미장센단편영화제


5월부터 거의 매주 숨 가쁘게 이어온 국내 영화제들이 6월의 끄트머리에 접어들며 잠시 숨 돌릴 채비를 하고 있다. 하반기에도 주요 영화제들이 이어지지만 빽빽하게 연이어 개최되는 일은 드물어지기 때문이다.

6월의 마지막 주를 장식하는 영화제는 무주산골영화제와 미장센단편영화제다. 두 영화제 모두 큰 규모가 아닌 작은 모습으로 치르는 영화제지만,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는 게 공통점이다. 여기에 올해는 공교롭게 개막식이 같은 날이라는 것도 추가된 공통점이다.

무주산골영화제는 '좋은 영화 다시 보기'를 기조로 '영화 소풍'을 강조하고 있다. 반딧불 축제로 유명한 지역으로 가볍게 소풍을 오라는 의미다. 일종의 휴양영화제 성격도 띠고 있다. 프로그램은 지난 1년 간 개봉했던 작품들 중 평단이나 관객의 호평을 받았던 작품들을 포진시켰다. 미처 못 봤던 영화를 여유롭게 볼 수 있는 최상의 기회라며 관객들을 유인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 시작된 신생 영화제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 전주영화제에서 수년간 일하며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집행위원장과의 내부 갈등 과정에서 나온 경우지만 구성원들만 보면 '포스트 전주영화제'다. 겉모양만 새로 생겨난 영화제이지 실제로는 전주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시즌2'로 볼 수 있다.  

미장센단편영화제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대표적 단편영화제다. 김성수, 김지운, 봉준호, 박찬욱, 류승완 감독들이 주축이 돼 생겨났고, 새로운 후배 감독들을 양성하자는 데 의기투합했다.

영화제는 모두 5개의 장르로 구성돼 있는데 그 이름이 재밌다. 사회적 관점을 다루는 영화는 '비정성시', 멜로드라마는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코미디 장르는 '희극지왕', 공포 판타지 영화는 '절대악몽', 액션 스릴러 '4만 번의 구타' 등이다. 

국내 단편 감독들의 등용문 역할을 하고 있기에 열기가 상당히 뜨거운 영화제에 속한다. 만들어지는 영화들이 늘어나면서 예심부터 치열한데, 다양한 장르의 단편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객들의 관심도 무척 높다. 매진이 안 되는 상영이 이상하게 보일 정도로 열기가 높아 예매는 필수로 통한다. 빽빽한 관객들 틈에서 기발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작품들을 즐기기 좋은 시간이다.

[무주산골영화제] 좋은 영화 다시보기 위한 영화 소풍

2013년 제1회 무주산골영화제 모습. 야영장에서 영화를 관람하고 있는 관객들 ⓒ 무주산골영화제


이수진 감독의 <한공주>, 영국의 거장 켄 로치 감독의 <엔젤스 셰어: 천사를 위한 위스키>, 박찬경 감독의 <만신>, 애니메이션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어네스트와 셀레스틴>, <써니> 감독판 등등.

올해 무주산골영화제에서 상영되는 대표적 영화들이다. 모두 17개국 51편이 상영될 예정인데, 지난 1년 간 개봉했던 화제작들이 거의 망라됐다. 여기에 천만 영화 <변호인>과 삼성을 겨냥했던 영화 <또 하나의 약속>도 곁들여 진다. 좋은 영화를 다시 본다는 취지에 맞게 영화팬들에게는 대부분 익숙한 작품들이다. 

그렇다고 신작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삼칠 감독의 <리뎀션 송>은 무주산골영화제에서 월드프리미어(제작 후 첫 상영)으로 공개될 예정이라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경묵 감독의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는 26일 극장 개봉한 작품이다.

'설렘·울림·어울림'을 슬로건으로 하고 있는 영화제는 '영화 소풍'을 주요 콘셉트로 설정하면서 국내 여타 영화제의 운영방식을 뒤집었다. 대표적인 게 정시 입장을 준수하지 않는 부분이다. 누구든 상영 시간에 상관없이 자유스럽게 상영관 출입을 허용한다. 자유롭게 소풍 온 기분으로 영화를 즐기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극장만이 아닌 인근 운동장이나 체육공원에서도 상영하는 것도 특색이다. 이런 기조에 맞춰 모든 영화는 무료 상영된다.

그렇다고 영화제가 허술하게 준비된 것은 아니다. 주요 작품의 감독들이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예고하고 있다. 또 시청각장애인들이 불편 없이 영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배리어프리 영화도 준비됐다. 한국영화를 대상으로 한 경쟁부문도 있어 심사를 통해 1천 6백만 원의 상금도 수여한다.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와 변영주 감독 등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데, 신생 영화제로서 무게감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지난해 첫발을 내디딘 무주산골영화제는 첫 회 성과가 좋아 올해는 예산도 증액됐다. 르노삼성이라는 든든한 후원자도 확보했다. 영화제 관계자는 "지난해 결과가 좋게 나와 무주군이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면서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군수가 바뀌게 됐으나 영화제는 아무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무주는 영화관이 없는 지역이었으나 무주산골영화제가 시작되면서 극장도 생겨났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극장이 없는 지역을 대상으로 한 '작은 영화관 조성사업'에 선정돼 지난 24일 98석 규모의 2개 극장인 무주산골영화관이 개관했다. 덕분에 올해 영화제의 상영관으로 활용된다.

개막작은 최초의 한국-홍콩 합작영화로 1958년 제작된 <이국정원>이다. 한국 최초의 칼라 극영화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큰 작품으로, 한국영상자료원이 고전영화 재창조 프로젝트를 통해 복원해 낸 두 번째 영화다. 배우들이 현장에서 펼치는 라이브 연기와 노래, 5인조 밴드의 공연 등으로 새롭게 만들어 졌다. 첫 번째 복원영화인 1930년대 영화 <청춘의 십자로>는 지난 1회 영화제 개막작으로 소개됐는데, 발굴된 한국 고전영화를 영화제의 간판으로 내세우는 셈이다.

개막식은 다큐영화 <말하는 건축가>의 정기용 건축가가 설계한 무주 등나무운동장에서 26일 7시 열리며, 30일까지 5일 간 무주 일원에서 개최된다. 배우 민효린이 홍보대사인 '페스티벌 프렌즈'로 위촉돼 함께 한다.

[미장센단편영화제] '장르의 상상력'...예매는 필수, 매진은 기본

13회 미장센단편영화제 주요 상옂작품들 ⓒ 미장센단편영화제


좌석점유율 96%. 82회 상영 중 60회 매진. 지난해 미장센단편영화제가 기록한 수치다. 새로운 단편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호기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예매는 필수요, 매진은 기본이다.

13회 미장센단편영화제(이하 미장센영화제)가 26일부터 7월 2일까지 7일간 예술영화관 아트나인과 메가박스 이수에서 개최된다. '장르의 상상력展'이란 이름에 걸맞게 5개의 경쟁부문에서 57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다큐영화를 <투 올드 힙합 키드>를 만들었던 정대건 감독의 신작 <사브라>와 음악을 소재로 한 단편영화를 전문적으로 만들어 온 유대얼 감독의 <트리오> 등이 관심을 끌고 있다.

올해는 영화제에 대한 관객들의 폭발적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 메가박스 이수를 상영관으로 추가했다. 작품 당 4회였던 상영회차도 5회로 늘려 관람편의를 제공한다. 개봉이 어려운 단편영화의 현실을 감안해 감독들에게 관객들과의 만남 기회를 더 많이 주기 위함이다.

5개 부문 경쟁작 외에 전년도 수상작들과 특별전으로 준비한 작품들도 함께 상영된다. 올해는 '김지운 단편 특별전'과 '내 일과 내일 사이'라는 주제로 취업난에 시달리는 모든 이들을 응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세계적인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김지운 감독 특별전이다. 모두 6편이 상영된다. 30분을 넘는 작품들이 많아. 단편이라기보다는 중편에 가깝다. "장르영화의 거장다운 탁월한 영화적 완성도는 물론, 변치 않은 젊은 감각과 상상력을 느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게 영화제 측이 밝힌 특별전의 의미다. 

'내 일과 내일 사이'는 취업난과 관련된 9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취업이라는 척박한 현실에 대응하는 각기 다른 영화적 태도들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미장센영화제 측은 "남녀노소 다양한 주인공들의 고군분투를 보며 새로운 도전의 에너지를 얻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무주산골영화제 미장센단편영화제 한공주 변호인 김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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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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