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악동뮤지션 "어른이 되기 전에 약속 하나 할게요"

[인터뷰] 데뷔앨범으로 돌풍 일으킨 무서운 남매, 연예인 됐지만 잃고 싶지 않은 것?

14.05.13 11:28최종업데이트14.05.1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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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

열여섯 소녀와 열아홉 소년이 만들어 낸 파장이 크다. 이찬혁·이수현 남매로 구성된 듀오 악동뮤지션. 말 그대로 혜성처럼 나타난 이들은 지난해 SBS < K팝스타2 >에서 덜컥 우승을 거머쥐더니, 데뷔 앨범을 내놓은 지금은 음원 차트에 자신들의 음악으로 줄을 세우고,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서 3주 연속 1위를 차지하는 등 맹활약하고 있다.
 
"정말 쟁쟁한 분들과 함께 나오게 돼서 앨범 발매 전엔 '우리가 얼마나 할 수 있을까', 그런 걱정도 있었어요. 그런데 정말 감사했죠. 엄마가 지금 한국에 저희와 계시는데, 같이 고기를 먹었어요.(웃음)"  (이찬혁)

 
"'200%'가 1등을 했으면 좋겠다는 기대는 내심 있었는데 줄을 세웠죠. '초록색'(자신들의 앨범 수록곡이 음원 차트에 줄줄이 등장했다는 뜻-기자 주)이 엄청 많더라고요.(웃음) 12시 땡하고 음원이 나왔는데, 그때까지 다들 스마트폰만 보고 있었어요. 이모는 심지어 그걸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계셨고요. '좋아요'도 올라가고, 댓글도 달리는데 가슴이 벅찼어요." (이수현)
 
"'얼음들', 어린아이의 순수한 눈으로 묻고 싶었다"
 
< K팝스타2 > 등장 당시부터 악동뮤지션은 참신한 소재와 구성의 곡을 직접 쓰고 부르는 능력으로 심사위원들과 대중의 시선을 동시에 사로잡았다. 이번 앨범 또한 이찬혁이 전곡 작사, 작곡, 프로듀싱을 맡은 11곡이 실렸다.
 
그는 "초반에 만든 곡들은 나오는 대로 받아 적은 것들이었는데, 그렇게 하다 보면 곡들이 다 같아지더라"며 "요리조리 피해서 곡을 쓰느라 이번엔 시간이 조금 걸렸다. 길게는 (한 곡에) 몇 달씩 걸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오빠가 소재를 찾으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그 중 신기했던 건 '인공잔디'라는 곡이에요. 어느 날 저희가 운동을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오빠가 힘들다며 쉬겠다고 바깥으로 나갔는데, 그곳에 인공잔디가 있고 의자도 있더라고요. 오빠가 그렇게 쉬고 있다가 갑자기 '저 소재가 떠올랐어요! 빨리 집에 가야겠어요!'하는 거예요. 처음엔 운동하기 싫어서 그러는 줄 알고 꾀병이라고 놀렸는데, 정말 집에 가자마자 곡을 만들더라고요." (이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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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때로는 '번쩍'하는 발상으로, 때로는 몇 달을 고심하며 빚어낸 11곡이다. 처음 음원 차트 싹쓸이로 시작했던 열풍은 쉬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이에 악동뮤지션도 데뷔 앨범으로서는 다소 이례적으로 세 개의 타이틀곡을 내세웠다.
 
그 중 하나인 '얼음들'은 배우 유아인이 직접 SNS에 "얼음이 어른으로 들리는 건 의도인지, 어른의 자격지심인지"라며 "놀라운 아이들의 더 놀라운 데뷔곡"이라 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찬혁은 "내년에 스무 살이 되는데 '얼음들'은 나 자신에게도 약속하는 곡과 같다"며 "이런 따뜻한 마음을 잃지 말아줬으면 하는 걸 미래의 나에게 알려주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의도한 게 맞아요. 전 당연히 다 '어른들'이라고 알아들으실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못 알아들으셔서 당황했어요.(웃음) 하지만 '어른들이 차갑다'는 걸 나쁘게 말하려는 건 아니었어요. 순수하고 또랑또랑한 어린 아이의 눈으로 말하고 싶었어요. 어린 아이가 순수하게 '어른들은 왜 차가워요~?'라고 물으면 '우와아아아~'하고 녹잖아요. 그런 느낌이에요." (이찬혁)
 
"순수함 잃는다면 처음 음악 시작했던 의도도 잃어버리는 것"
 
'연예인이 된 것을 실감하느냐'는 농담에 "좀 더 분발해야 한다"(이찬혁) "그렇게 생각했는데 음악 방송을 가보니 아니더라"(이수현)고 재치 있게 응수하면서도, 이들은 "연예인이라기보다는 엄청 친근한 동네 남매가 된 느낌"이라고 했다. 막연히 동경하던 세계가 성큼 현실로 다가왔지만, 이들은 얼떨떨해 하거나 주눅이 드는 대신 순수한 마음 그대로 이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물론 데뷔하고 변한 것도 있단다. 하지만 그 답은 천진하기까지 할 정도로 담백했다. 이수현은 "안정적인 소속사가 있어 우리를 편하게 해 주는 것"이라며 "그 전엔 의정부 할머니 집에서 회사까지 지하철로 왕복 6시간을 다녔는데, 이제는 매니저 오빠가 태워다 주시고, 다들 너무 잘 해주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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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이라기보다는 엄청 친근한 동네 남매가 된 느낌"이라는 이들의 말처럼, 악동뮤지션은 언제까지나 밝고 순수한 노래를 들려주는 남매로 머무르고 싶은 마음이다. 이들 앞에 붙여진 수식어 '국민 남매' 또한 '아직은 과분하다'고 손사래를 친다. 그러면서도 "언젠간 노리고 싶다"며, 이찬혁은 눈빛을 반짝였다. 그 옆에 앉은 이수현 또한 오빠의 말에 빙그레 웃음 지었다.
 
"어떤 분들이 그러더라고요. 악동뮤지션의 노래는 딸과 들어도 좋고, 아버지와 들어도 좋다고요. '가족들이 다 같이 모여 들으면 좋은 노래'라는 평이 좋은 것 같아요.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그거고요." (이수현)

 
"'얼음들'을 처음 발표했을 때 '이건 악동뮤지션의 색깔이 아닌 것 같다'는 얘기도 있었어요. 하지만 저희는 앞으로도 이런 곡들에 도전하면서, 장르의 스펙트럼은 넓혀가면서도 그 안에서 순수함은 지켜가고 싶어요. 어렵겠지만요.

 
많은 분들이 어렵다고 말씀하시고, 저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긴 하는데, 순수함을 잃어버리면 처음 저희가 음악을 시작했던 의도를 잃어버릴 것 같아요. 스스로도 '힐링 가수'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 순수함을 그대로 다른 분들에게도 전하고 싶어요. 대중이 저희에게 기대하는 노래도 그런 것일 거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의도하는 것과 대중이 의도하는 게 같아서 좋아요." (이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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