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새 문서 오면 위조 논란 끝"
마지막까지 '조작 문서' 기다리던 검찰

<뉴스타파> 중국 정부 회신 직후인 2월 15일 검찰 내부 보고 문건 공개

등록 2014.04.09 09:37수정 2014.04.0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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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는 지난 2월 15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가 작성한 것으로, 중국 정부가 검찰 증거가 위조됐다는 회신을 한데 대해 그동안의 경과를 설명하고 향후 대책을 검찰 상부에 보고한 내용의 총 14쪽 분략 검찰 대책 문건을 입수해 보도했다. ⓒ 뉴스타파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항소심에서 중국 정부가 검사측 증거는 위조됐다고 회신한 직후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국가정보원이 구한 새 출입기록이 오면 위조 의혹을 해소할 수 있다'고 상부에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문서는 국정원이 마지막으로 위조한 '결정판 조작증거'였다.

<뉴스타파>가 입수, 8일 공개한 총 14쪽 분량의 검찰 대책 문건은 지난 2월 15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가 작성한 것으로, 중국 정부가 검찰 증거가 위조됐다는 회신을 한데 대해 그동안의 경과를 설명하고 향후 대책을 검찰 상부에 보고한 내용이다. 중국대사관은 2월 13일 회신을 발송했고 그 다음날 그 내용이 보도됐다.

이 대책 문건에서 공안1부는 '공소유지 대책'으로 "공식 절차를 통한 출입경기록 재확보 추진"이라는 소제목 하에 "현재 길림(지린)성에서 관할 연변(옌볜)주 공안국이 발급한 출입경기록을 인증하는 절차를 진행중"이라며 "2월 20일 경 해당 자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공안1부는 또 "중국 현지에서 국정원이 진행 중이며, 지린성으로부터 출입경 기록의 진위에 대한 인증 및 외국에 제공되는 신빙성 있는 문서를 담보하기 위한 인증을 모두 필하여 제공받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새 출입경기록 내용이 변호인 제출 증거와 같은 '출-입-입-입'으로 출력됐지만, 실제 내용은 '출-입-출-입'이었다는 주석이 달려있다는 설명을 덧붙인 공안1부는 "위 자료를 제출해 화룡(허룽)시 공안국 출입경 기록의 내용이  피고인의 실제 출입경 경위와 부합된다는 점을 입증하여 위조 의혹 해소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국정원에 이 문서 제출을 독촉하겠다는 내용도 적혀 있다.

공안1부는 어떤 문서가 올지 상세히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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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가 입수한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의 유우성 사건 대책 문건. ⓒ 뉴스타파


이 '결정판 출입경 기록'은 이후 증거조작 수사에서 국정원이 위조했다고 결론난 것으로, 위조된 옌볜조선족자치주 공안국의 관인이 찍혀있는 문서다. 검찰 증거조작수사팀은 김아무개 국정원 대공수사팀 과장의 지시로 협조자 김아무개씨가 이 문서와 지린성 창춘시 신유공증처의 공증서까지 위조했다는 수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국정원이 이 '결정판 위조 출입경 기록'을 검찰에 전달하기도 전에 공안1부는 이 문서의 입수계획과 그 세부 내용까지 알고 '위조 의혹 논란 종결'을 자신했던 것이다.

이에 앞서 위조로 드러난 허룽시 공안국 관인의 '출-입-출-입' 출입경 기록이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입수됐다는 점은 공안1부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이 대책문건에 명시돼 있다. 공안1부는 "국정원 수사관으로부터 중국 협조자를 통하려 중국 공안국의 관인이 찍힌 출입경기록을 비공식적 입수가 가능할 것 같고, 현재 노력중이라는 입장을 전달받았다"고 2013년 9월 말의 상황을 보고했다. 

또 이 기록을 발급했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받기 위해 공안1부는 국정원과 긴밀히 상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안1부 대책문건은 "검사는 국정원 수사관으로부터 '검찰에서 사실조회 요청 공문을 보내면 화룡(허룽)시 공안국 명의로 사실조회 공문 회신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공문 발송"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원이 가져온 문서가 진짜 문서가 맞는지 검증하기 위한 방법을 문서를 갖고 온 국정원과 상의했다는 것이다.

고양이에 생선을 맡긴 격으로, 증거조작 수사 결과 국정원 직원들과 협조자가 허룽시 공안국으로 보낸 팩스 공문을 가로채고 서울 국정원 사무실에서 위조 공문을 회신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공안1부가 비공식 문서의 발급사실을 공식적인 방법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 자체가 설득력이 떨어진다. 공식 문서가 아닌 문건에 대해 공공기관이 발급을 확인할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 대책문건에 나타난 대로라면,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국정원이 증거를 위조하는 과정을 공유하고 있으면서, 또 한편으로 국정원을 과신한 나머지 증거의 진실성 입증을 위한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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