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채동욱 혼외자 보도'
청와대 수석의 두가지 거짓말

[取중眞담] 청와대 수집 정보가 <조선>의 '취재 소스'였나?

등록 2014.03.25 14:25수정 2014.03.2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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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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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지난해 9월 6일자에서 채동욱 검찰총장이 한 여성과 10여 년간 혼외관계를 유지하며 아들까지 낳았다고 보도했다. ⓒ 조선일보 PDF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아들 숨겼다'

지난해 9월 6일 <조선일보> 1면에 실린 머리기사의 제목이다.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이 10여 년간 임아무개씨와 혼외관계를 유지하면서 혼외아들을 두었다는 내용이다. 당시 <조선일보> 보도에는 임씨와 아들의 가족관계등록부, 항공권 발권기록, 교육행정정보, 아파트 입주자카드, 채 총장의 가족관계등록부 등이 동원됐다. 언론이 '공식통로'를 통해 얻기 어려운 정보들이다.

<조선일보>의 '채동욱 혼외자 연속보도'는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던 채동욱 총장은 이 보도로 인해 취임 180일 만에 물러났다. 반면 <조선일보>는 '채동욱 혼외자 보도'에 '1등급 특종상'을 수여했다. 1등급 특종상이 최근 5년간 6건에 불과했던 사실을 헤아리면, 이 보도가 <조선일보>에 얼마나 각별했는지 짐작된다.

청와대의 '특별감찰'과 <조선> 그리고 채동욱 사퇴  

당시에도 정치권과 언론계 안팎에서는 '<조선일보>가 어떻게 채동욱 혼외자 의혹을 특종보도하게 됐을까?' 하는 질문이 수없이 떠돌아다녔다. 그러면서 청와대와 <조선일보>의 유착 혹은 국정원과 <조선일보>의 유착 의혹 등이 나왔다. 심지어 <조선일보>의 고위인사와 청와대 고위인사가 강남의 한 식당에서 만나 '채동욱 혼외자 의혹' 보도를 상의했다는 전혀 확인되지 않은 사실까지 흘러다녔다.

그런데 검찰 수사로 <조선일보>의 '취재 소스'가 어디인지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검찰이 채동욱 전 총장의 혼외자로 지목된 채아무개군의 개인정보 유출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조선일보>가 '채동욱 혼외자 의혹'을 보도하기 3개월 전부터 청와대가 채군의 개인정보를 수집해온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총무비서관실, 교육문화수석실, 고용복지수석실이 포함돼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조기룡 부장검사)에 따르면, 청와대 민정수석실(곽상도 수석)에 파견나와 있던 김아무개 경정은 지난해 6월 25일 서울 서초경찰서 반포지구대 등을 통해 채군의 주민등록번호를 조회했고, 총무비서관실(이재만 비서관)의 조오영 행정관은 같은 해 6월 11일 서초구청을 통해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를 조회한 뒤 이를 팩스로 보내달라고 조이제 행정지원국장에게 요청했다. 민정수석실은 그동안 채군 개인정보 유출 의혹의 중심에 서 있었던 곳이고, 총무비서관실은 소위 '청와대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이재만 비서관이 근무하는 곳이다.


또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모철민 수석)은 지난해 6월 10일 유영환 서울강남교육청 등을 통해 채군의 학생생활기록부를 조회하려 했고, 고용복지수석실(최성재 수석)도 지난해 6월 말께 국민건강보험공단 한아무개 팀장을 통해 산부인과 진료기록 등 임씨의 신상기록을 조회한 사실도 확인됐다.  

청와대가 민정수석실과 교육문화수석실, 고용복지수석실, 총무비서관실을 통해 지난해 6월 채군과 임씨의 개인정보 수집에 총력을 기울인 것이다. 특히 이러한 '뒷조사'가 대부분 같은 해 6월 11일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한 직후에 집중해서 일어난 점은 의미심장하다.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되어온 '청와대의 채동욱 찍어내기 의혹'이 실제로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24일 배포한 '참고자료'를 통해 이러한 뒷조사를 '민정수석실 특별감찰'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6월 하순경 당시 채동욱 검찰총장의 처를 자칭하는 여성과 관련된 비리 첩보를 입수하여 그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경찰과 관련 비서관실을 통해 관련자 인적사항 등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과 고용복지수석실, 총무비서관실은 공직자 감찰과 전혀 관련없는 조직이다. 그런 점에서 여전히 강한 의문이 든다. 이는 검찰수사를 통해 반드시 검증되어야 한다. 특히 청와대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청와대는 특별감찰의 결과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언급하지 않은 점도 의혹이다.

이는 '채군과 임씨의 개인정보가 어떻게 활용됐을까?' 하는 질문과 연결돼 있다. 이것이 정치권과 언론계 안팎에서 제기되어온 것처럼 '채동욱 사퇴 압력'뿐만 아니라 <조선일보> 보도의 소스로 활용됐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당시 <조선일보>가 확신에 차서 연속보도할 수 있는 이유도 그렇게 '확실한 소스'를 제공해준 '확실한 취재원'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정현 홍보수석의 '두 가지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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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 ⓒ 연합뉴스


한 가지 더 짚어야 할 것이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교육문화수석실과 고용복지수석실, 총무비서관실이 지난해 6월 집중적으로 채군과 임씨의 개인정보를 수집했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당시 '거짓해명'으로 일관했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입으로 활약해온 이정현 홍보수석은 지난해 9월 16일 오후 6시 10분께 청와대 기자실에 들러 채동욱 전 총장의 혼외자 의혹과 관련된 '청와대 개입설' 등을 해명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언론취재에 계속 응하지 않자 이날 오전 청와대 기자단이 민정수석실에 공식 해명을 요구하고 나선 데 따른 조치였다.

당시 이정현 수석은 "대통령비서실 운영규정에 따라 설치된 특별감찰반이 채 총장 관련 의혹이 보도된 이후, 총장 개인은 물론 검찰의 명예와 신뢰, 정부 부담 등을 고려해 특별감찰에 착수한 것이다"라며 이렇게 해명했다.

"특별감찰반이 학교 등 해당 기관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그에 응하면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고, 거부하면 열람, 열람도 거부할 경우 전혀 확인하지 못했다고 민정수석실에서 이야기한다. 언론에 보도되기 전에 민정수석실에서는 어떤 확인 작업도 거친 게 없다."

이정현 수석은 '두 가지' 측면에서 거짓말했다. 당시 이 수석은 특별감찰이 지난해 9월 5일 <조선일보>에서 '채동욱 혼외자 의혹'을 보도한 직후에 진행했다고 해명했지만, 이는 어제(24일) 배포한 '참고자료'의 내용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청와대는 참고자료에서 특별감찰 시기를 '6월하순 이후'로 특정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정현 수석은 <조선일보>에서 '채동욱 혼외자 의혹'을 보도하기 전에는 채군과 임씨의 개인정보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확인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검찰은 민정수석실의 김아무개 경정이 지난해 6월 25일 서울 서초경찰서 반포지구대 등을 통해 채군의 주민등록번호 조회를 요청한 사실을 확인했다. 민정수석실뿐만 아니라 교육문화수석실과 고용복지수석실, 총무비서관실도 관련정보를 수집했다.

당시 이 수석의 해명은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으로 보도됐다. '관계자'라는 익명 뒤에 자신을 숨긴 것이다. 하지만 검찰 수사를 통해 청와대의 여러 비서관실이 <조선일보>에서 보도하기 전부터 '채동욱 혼외자 의혹'과 관련한 정보를 수집한 사실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그가 이제는 '실명'을 걸고 진실하게 해명해주기를 기대한다.  
#채동욱 혼외자 의혹 #조선일보 #이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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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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