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님, 이제 '새정치' 수사는 버리세요

[取중眞담] 민주당 그릇에 담긴 '새정치'...시대정신 구현해야

등록 2014.03.14 11:45수정 2014.03.1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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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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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 나누는 김한길-안철수통합신당 공동추진단장을 맡은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수운회관에서 열린 새정치비전위원회 첫 회의에 참석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 새정치가 뭔가요?
"낡은 정치가 아닌 게 새정치죠."

- 그럼 낡은 정치는 뭔가요?
"양당 기득권 체제가 낡은 정치죠."

- 그럼 새정치는 양당체제를 깨는 건가요?
"새정치는 국민과 약속을 지키는 거죠."

정치부 기자가 되고 안철수 의원과 관련한 취재를 담당하면서 '새정치는 무엇인가'라는 고민이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 새정치연합 사람들에게 물었다. 그동안 다른 기자들도 비슷한 질문을 수차례 던졌고, 그 대답을 요약하면 위의 대화로 정리할 수 있다. 그런데 여전히 '그게 왜 새정치인가'라는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다만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양당 정치를 깨는 것'이 안철수 의원 측이 말한 새정치로 짐작됐다.

통합선언, 새정치가 비판한 기득권 양당정치 강화

지난 3일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신당 창당에 의한 통합에 합의했다. 정확히 말하면,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의원의 합의였다. 내부적으로 통합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있던 민주당은 반겼지만, 새정치연합 쪽은 후폭풍이 강하게 일었다. '기득권의 양당 체제를 깨는 것'을 새정치로 받아들이고 있던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서울 여의도 새정치연합 사무실에는 며칠 동안 항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안 의원은 민주당의 '기초선거 무공천' 선언을 통합 명분으로 삼았다. 그러나 그것을 새정치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결론적으로, '안철수의 새정치'는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로 나아가지 못했다. 지방선거에서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안철수 신당'은 사라졌고, 그에 따라 호남에서의 민주당 기득권은 계속 유지됐다. 안 의원이 비판해온 '양당체제' 또한 더욱 견고해졌다.

통합이 잘못이라는 말은 아니다. 우선 국가기관 대선 개입 문제를 깔아뭉개고, 대선 공약도 손쉽게 뒤집은 정부여당이 선거에서 어부지리로 이기는 일은 피할 수 있게 됐다. 박근혜 정부의 독주를 막을 견제세력이 힘을 얻었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문제는 신당의 '내용'이다. 안 의원은 신당 창당 과정에서도 여전히 새정치를 강조하고 있다. '양당 기득권을 깨는 것이라던' 새정치. 민주당 그릇에 담긴 새정치에 대해서는 뭐라고 설명할까?

정치를 칼로 잘라내 듯 '여기까지는 구태정치, 여기서부터는 새정치'라고 구분할 수가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처럼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다. 안철수 의원 스스로도 이번에 이를 증명했다. 새로운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과거가 되고, 과거는 정체되는 순간 구태가 된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통합의 조건으로 합의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만 살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안 의원은 "국민과 약속을 지키는 것이 새정치"라며 여야 대선후보 모두의 공약이었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이행을 주장했다. 그에 앞서 민주당도 당원 투표를 통해 기초선거 정당공천 지를 당론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들이 구태정치로 규정하고 폐지를 주장한 정당공천제는 10년 전만 해도 정치개혁을 위한 방안이었다. 기초단위에서 돈과 조직을 내세운 지방토호들에 의해 각종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여성 등 소수자의 진출이 제한되자, 이를 개혁하기 위해 정당의 책임정치를 강조한 제도로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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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정치연합 사무실에서 열린 중앙운영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그러나 이 제도 역시 금방 구태가 됐다. 공천권을 가진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줄 세우기가 시작됐고, 공천을 놓고 돈 봉투가 오가는 일이 생겼다. 그렇게 공천을 받아 당선한 사람이 깨끗한 정치를 하기는 어렵다. 부정과 부패는 점점 심해졌다. 또 다시 정치개혁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이 제도를 폐지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아니다. 제도를 시행하기 전의 문제가 똑같이 발생한다. 문제의 원인은 '제도'가 아니라 정치행위 '주체'이기 때문이다.

'안철수 현상'의 본질은 시대정신 이행

정치인이 아닌 '안철수 교수'에게 기대가 모인 것 역시, 그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주체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제3세력은 같은 이유로 등장한다. 그러나 "사람 이름 뒤에 '현상'이 붙는 건 건국 이후 처음"이라는 윤여준 새정치연합 공동위원장의 말대로 '안철수 현상'처럼 정치권을 흔든 역사는 그리 많지 않다. 그는 의사·기업인·교육자로 살면서 정의와 공익을 강조했고, 그것은 경제민주화와 실질 민주주의라는 시대정신에 부합했다. 곧 시대정신이 '안철수 현상'으로 표출된 것이다.

하지만 그가 선택한 것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라는 제도의 문제였다. 안 의원은 새정치연합의 무공천을 발표하면서 "정치의 근본인 '약속과 신뢰'를 지키기 위해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약속과 신뢰'는 정치의 근본이자, 기본이다. 그래서 "약속을 지키겠다"는 말은 모든 정치인들이 똑같이 한다. 그런 점에서 안 의원은 '약속을 지킨다'는 정치 명분을 쌓았다.

그러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로 정치는 바뀌지 않는다. 사회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양극화의 문제, 복지사각지대의 문제,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의 문제는 그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그러니 그것을 '새정치'라고 부를 수는 없다. 실체가 없는 수사적 의미의 '새정치'는 이제 내려놓을 때가 됐다.

안 의원이 '새정치'를 내려놓고 깨달아야 할 것은 여전히 자신에게 시대정신을 구현할 힘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번 통합으로 실망하는 지지자들이 있지만, 그는 여전히 여야를 통틀어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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