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무원' 홍준표 지사, 진주의료원 새 카드는?

[取중眞담] 정부 '용도변경 불가'-박대출 대변인 '재개원' 발언

등록 2014.03.09 11:21수정 2014.03.0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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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고립무원'에 빠진 홍준표 경남지사는 어떤 카드를 내놓을까? 폐업한 진주의료원 자리에 '경남도 서부청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 홍 지사에 대해, 정부는 물론 홍 지사의 소속당인 새누리당 안에서도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앞으로 홍 지사가 어떤 입장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2012년 12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되었던 홍준표 지사는 2개월여 뒤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발표했다. 여전히 '진주의료원 재개원'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경남도는 폐업한 진주의료원의 매각 방침을 세웠다가 보건복지부에서 '안 된다'고 하자, 지금은 공공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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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경남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발표(2월 26일)한 지 1년을 맞았는데, 현재 진주의료원은 외부인 출입을 전면 통제하고 있으며 바깥에 울타리를 해놓았다. ⓒ 윤성효


공공시설은 진주의료원 자리에 '경남도 서부청사'를 설치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2월 27일 진주를 방문했던 홍 지사는 "진주의료원을 리모델링해서 서부청사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보건복지부가 진주의료원을 공공의료기관 이외에는 활용할 수 없다고 하자, 홍 지사는 진주의료원에 들어간 국고를 반환하면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 보건복지부는 국고 반환 역시 '안 된다'는 입장이다. 2005년부터 2009년 사이 진주의료원 신축이전과 장비 구입 등에 정부 예산 144억 원이 들어갔던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진주문화원 등이 '서부경남발전협의회'를 만들어 진주의료원 자리에 경남도 서부청사를 설치해야 한다며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또 새누리당 대변인 박대출 의원(진주갑)이 진주의료원을 '특화병원'으로 재개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진주의료원은 6·4 지방선거 최대 쟁점이 되고 있다. 홍
지사와 새누리당 경남지사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박완수 전 창원시장은 진주의료원 자리에 '경남행복의료원' 설립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민주당, 통합진보당 등 야당도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요구하고 있다.

진주의료원은 지난 한 해 계속 논란거리였는데,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경남도는 지난해 2월 26일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발표했고, 5월 29일 폐업했으며, 9월 25일 '청산 종결 등기'를 완료했다.


보건복지부 "용도변경은 장관 승인 대상"

보건복지부가 진주의료원을 '경남도 서부청사'로 활용하는 것은 안 된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5일 민주당 김용익 국회의원한테 보낸 답변서를 통해 진주의료원을 경남도 서부청사로 활용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하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국고보조금이 투입된 진주의료원의 재산을 매각 또는 보조금의 교부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시 보조금관리에관한법률에 의해 보건복지부장관의 승인이 필요하다"며 "진주의료원 시설을 리모델링해 '서부청사' 등 공공시설 용도로 활용하는 것도 보건복지부의 승인 대상"이라고 밝혔다.

또 보건복지부는 보조금관리에관한법률상 국고보조금으로 매입한 중요 재산에 대해 사업 완료 후 보조금 상당액을 자진 반납하고 임의처분할 근거가 없다고 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진주의료원을 경남도 서부청사로 활용하는 것은 중요 재산의 목적 외 활용 등을 막기 위해 보조금관리법(제35조)에서 승인 절차를 거치도록 한 입법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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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26일로 홍준표 경남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발표한 지 1년째를 맞은 가운데,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경남도청 현관 앞에서 "진주의료원은 반드시 재개원의 길로 가야 한다"고 하면서 홍준표 지사의 얼굴을 새긴 펼침막을 찢는 상징의식을 가졌다. ⓒ 윤성효


보건복지부는 홍 지사가 진주의료원을 공공시설로 활용하려는 방안에 대해 두 번째 제동을 건 셈이다.

보건복지부는 "진주의료원의 시설은 그동안의 국회 논의과정을 존중하여, 서부경남지역 주민을 위한 공공의료시설로 활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다른 용도의 공공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경남도와 협의한 바 없다"고 했던 것이다.

홍 지사는 이같은 정부 입장에 대해 "정부가 계속 안 된다고 하면, 국비로 투입된 돈에서 감가상각분을 제하고 반환하면 되고, 반환하고 나서 자체적으로 서부청사로 활용하면 된다"고 발언했던 것. 그러나 이번에 보건복지부가 재차 "국비를 반환해도 진주의료원을 서부청사로 활용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하다"고 한 것이다.

박대출 의원 "특화병원으로 재개원하는 것이 바람직"

새누리당 대변인도 홍준표 지사 뜻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박대출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6일 <경남CBS>와 가진 인터뷰에서 "공공의료를 확충하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기본 방향이다"라며 "진주의료원을 특화병원으로 재개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 의원의 이같은 발언은 '진주의료원 재개원은 절대 없다'고 한 홍 지사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그는 "공공의료에서 생기는 적자에 대해서 필요한 부분은 정부가 제공하는 방향으로 개선, 공공의료를 확충하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기본방향"이라며 "100년(진주의료원은 103년)이 넘는 전통의 공공의료원이 없어진다는 것은 공공의료 후퇴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진주의료원 시설은 서부경남의 지역민들을 위해 특화병원으로 재개원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치매요양전문병원이라든지, 산부인과전문이라든지 다양한 특화병원으로 재개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진주의료원을 경남도 서부청사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의원은 "진주에 경남도 서부청사가 오는 것 자체는 적극 환영하지만, 부지를 어디로 할 지에 대해서는 진주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서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서부경남발전협의회, 서부청사 개청 서명운동 논란

김진수 진주문화원 원장 등이 참여하고 있는 '서부경남발전협의회'는 진주의료원 자리에 경남도 서부청사 설치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여 논란이다.

서부경남발전협의회는 지난달부터 "폐업된 진주의료원을 서부청사로 조기에 개청해 달라"는 내용으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단체는 "서부청사가 새로운 청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600억 원의 예산이 들어가고, 시간도 5~6년이 걸린다"며 "이렇게 해서는 서부청사 개청이 현실적으로 어렵기에 진주의료원을 활용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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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경남지사는 27일 오후 진주시청을 방문해, 이창희 진주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도민과의 대화'를 가졌다. ⓒ 진주시청


이들은 서부경남 주민 10만 명을 목표로 서명운동을 벌이고, 이를 홍준표 지사한테 전달할 계획이다. 김진수 회장은 지난 2월 20일 열린 '고문단 회의'에서 "진주의료원 폐업에 관한 모든 것이 결정된 상황에서 진주의료원 서부청사 개청 서명운동을 진행했다"며 "서명운동을 통해 서부청사 개청에 대한 여론을 보여준다면 누구도 막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박완수 예비후보는 김진수 회장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 조치했다. 박 후보 측은 김 회장이 지난 정월대보름 행사 때 "폐업한 진주의료원에 서부청사를 개청하겠다는 공약이 실행되도록 총력을 경주하자"고 했다며, 이는 특정후보를 지지한 혐의라고 보고 있다.

"홍 지사, 서부경남 지역민 기만하고 우롱"

진주의료원 자리에 경남도 서부청사 설치 검토 논란과 관련해, 새누리당 박완수 예비후보와 야당은 홍준표 지사를 비난하고 나섰다. 박완수 후보는 지난 4일 진주시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진주의료원을 경남도 서부청사로 활용하겠다는 것은 도대체 이해가 안 가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박 후보는 "진주의료원은 이미 정부에서 매각이나 용도변경이 안 된다고 한 상태인데, 진주의료원을 서부청사로 활용하는 것은 정부의 입장도 아니고 경남 입장에서도 맞지 않다"며 "진주의료원을 만들 때 들어간 국고를 반환하는 게 가능한지, 반환함으로써 경남 재정에 플러스가 되는지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대출 의원의 발언이 나온 뒤, 박완수 후보 측은 지난 6일 논평을 통해 "새누리당 대변인의 입장 발표는 경남지사 후보로 박근혜 정부, 새누리당과 완벽하게 동행할 인물이 누구인지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새누리당 당원과 경남도민들의 현명한 선책을 기대해 마지 않는다"고 밝혔다.

진주의료원과 관련한 보건복지부 답변과 박대출 의원의 발언에 대해, 민주당 경남도당은 논평을 통해 "홍 지사는 그동안 일관된 거짓말로 서부경남 지역민을 기만하고 우롱한 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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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6일 오후 경남도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촉구하면서 홍준표 경남지사의 이번 지방선거 출마 포기를 요구했다. ⓒ 윤성효


민주당 도당은 "홍 지사는 이미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서민의 대표적 공공의료기관인 진주의료원을 강제 폐업한 데 대해 도민 앞에 사죄해야 하고, 유권자인 도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6·4 지방선거에서 준엄한 심판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합진보당 강수동 진주시장 예비후보는 "진주 발전을 위해 진주의료원과 경남도 서부청사 모두 필요하다"며 "진주의료원을 서부청사로 활용하는 것은 한마디로 불가능한 이야기인데도, 홍 지사의 발언은 진주의료원 강제폐업의 진짜 목적이 적자, 강성노조가 아니라 도지사 재선을 위한 선거용이었음을 스스로 고백한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의 '진주의료원 용도변경 불가' 답변과 박대출 의원의 '특화병원 재개원' 발언이 나온 뒤, 홍준표 지사는 아직 입장이 없다. 정부와 새누리당 대변인이 진주의료원 문제에 있어 홍 지사의 손을 들어주지 않고 있는 셈인데, 홍 지사가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 궁금하다.
#진주의료원 #홍준표 경남지사 #보건복지부 #박대출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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