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진짜 콜롬비아 커피를 마시고 있나요?

콜롬비아 커피 문화의 아이콘 '후안 발데스(Juan Valdez)' 국내 상륙 초읽기

등록 2014.02.24 14:51수정 2014.02.24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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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1일, 카페 쇼(Cafe show) 2013이 한창인 코엑스에서 콜롬비아 커피의 아이콘 '후안 발데스' 국내 사업계획 발표가 있었다.

콜롬비아 커피의 아이콘인 후안 발데스(Juan Valdez)를 국내에 들여온 당사자는 지난 30년간 케이에프씨, 네스카페, 할리스 커피 등을 국내에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CCKC 이성수 대표이다.

2년 간의 끈질긴 구애 끝에 콜롬비아 50만 농가가 보증하는 후안 발데스가 국내에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원래 후안 발데스의 입점에 먼저 눈독을 들인 쪽은 SK였다. SK 최태원 회장은 지난 콜롬비아 현 대통령 방문 당시 콜롬비아에 장기경제협력을 제안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SK측에서 후안발데스의 국내입점을 계획한 바 있다.

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구체적으로 사업성을 검토하던 SK측에서 "한국에서는 커피전문점에 와서 커피만을 즐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서브메뉴가 받쳐주어야 하는데 기존의 후안발데스의 서브(메뉴)만으로는 국내시장에서 경쟁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고 추진 계획을 접었다고 한다. 계획대로라면 3월 국내에 정식으로 매장이 들어오게 되고 그 위치로는 현재까지 신사동 가로수길 같은 상징적인 곳이 유력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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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첫 소개되는 후안 발데스(Juan Valdez) 브랜드의 부스 COEX에서 지난해 열린 2013 Cafe Expo에 마련된 후안 발데스 부스의 모습. 행사에 참여한 수많은 여타 부스를 규모면이나 호응도 면에서 크게 앞섰다. 아시아에서 후안 발데스가 론칭되는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중동에서는 쿠웨이트가 유일하다.) ⓒ 안준모


후안 발데스로 상징되는 콜롬비아 커피의 우수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간략히 역사를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콜롬비아에 커피가 처음 소개된 해는 1730년이다. 카톨릭의 한 분파인 예수교에서 커피씨를 들여온 이후 약 200년이 흐른 뒤에야 콜롬비아의 커피산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게 된다. 19세기부터 20세기 초입까지 국제자본을 성공적으로 끌어들인 덕분에 커피 산업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이 기간 동안 연 커피 생산량은 6만자루에서 약 60만자루로 10배가 늘었다. 초기 콜롬비아 커피산업에서 나타난 지배적 재배형태는 쿤디나마르카와 톨리마지방에서 나타난 대농장 재배방식이었다. 그러나 생산성이 낮고 가혹한 노동조건 및 산업구조 변화에 취약했던 대농장 방식은 일찍 자취를 감추게 된다.


커피 재배 방식의 중심은 소규모 커피재배지로 이동하게 된다. 그 중에서도 농·목축업이 발달해있으며 상대적으로 교육 수준이 높은 노동력을 확보하고 있던 '커피생산축(Eje Cafetero)' 지역의 소규모 커피 재배지가 핵심적 역할을 담당했다.

덧붙이자면 콜롬비아의 해발고도와 기타 자연조건은 커피재배의 최상의 요건들을 충족시킨다. 이런 천혜의 기후조건에 힘입어 콜롬비아에서는 1년에 2차례에 걸쳐 커피를 수확할 수 있다. 커피 재배 및 수확뿐만이 아니라 초기 공업단계에 준하는 설비로 이 지역에서 상품화까지 원스톱으로 이루어졌다. 이 시기 콜롬비아는 커피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바탕으로 다른 공업 분야에 투자할 여력이 생기게 될 정도로 '커피붐'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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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C의 출발점이 된 안티오키아(Antioquia)의 지방 Sonson 전경. 습기를 머금고 적절한 강우량과 커피재배에 최적화된 산비탈은 최상의 커피 수확을 가능케 하는 요소이다. 유학시절 방문했던 손손지방도 이러한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 안준모


델몬트, 선키스트, FC바르셀로나, 서울우유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우리가 익숙하게 접할 수 있는 대표적인 협동조합들이다. 콜롬비아 커피를 대표하는 FNC(콜롬비아 커피생산자 협회) 또한 세계적인 협동조합 중 하나이다.

변덕스러운 국제커피가격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콜롬비아 커피 재배농가들은 1927년 FNC(서어: Federación Nacional de cafeteros 영어: National Federation of Coffee)를 출범했다. 이는 국제시장에서의 가격 변화에 스스로를 보호하자는 목적도 있었지만, 협력을 통해 기술적 발전을 꽤하자는 목적 또한 있었다.

FNC 출범의 핵심은 정부 주도에 의해서 출범되지 않고 커피재배농가들의 자발적 필요에 의해서 자생적으로 조직되고 출범했다는 점이다. FNC는 정부의 이해와 관계없이 커피 재배농가들의 이해를 반영하게 된다. 당시 자유진영과 보수진영의 격렬한 대립(천일전쟁)으로 혼란을 거듭하던 콜롬비아 정치와는 달리 FNC는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게 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FNC는 단순한 이익집단을 넘어서 국제커피시장에서 콜롬비아 커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런 연구개발을 위한 비용은 커피재배농가들로부터 걷어 들이는 재원에서부터 나온다. 콜롬비아에서는 수출을 제외하고는 국내에서 소비되는 커피에 대해서는 세금을 추징하지 않는다. 대신 커피농가들은 FNC의 재정을 보조한다. 정부는 오로지 수출용 커피에만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런 자금을 바탕으로 FNC는 1938년 커피연구기관인 Cenicafé를 설립했다. Cenicafé는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커피재배 방법과 고급 커피 품종의 개발을 위해 연구를 수행하는 기관이다.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각종 병충해에 강한 종을 보급하고, 커피재배를 통해 발생하는 수질오염을 막는 기술 등을 커피 재배소농들에게 제공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Cenicafé는 2005 세계과학한림원(TWAS) 농업과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연구를 통한 경쟁력 강화 뿐만이 아니라 수출의 비중이 높은 콜롬비아 커피의 경우에는 물류관리 또한 중요한 요소이다. 1929년 Almacafé라는 물류관리회사를 설립하여 시장에 출하되는 커피를 직접 관리하기 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시장에 유통되는 커피공급량을 조절할 수 있게 됐고 시장가격에 적절히 개입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1960년 처음으로 광고에 '후안 발데스'라는 가상인물을 등장시키면서 마케팅 분야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이룩한다. 위의 사례는 대표적인 것들을 소개한 것일 뿐 FNC가 커피농가의 생산성 향상, 노동조건 향상,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은 무궁무진하다.

커피 마케팅의 선두주자, 미국에서 거둔 후안 발데스 신화

짐캐리 주연의 영화 <브루스 올 마이티>를 보면 신의 능력을 얻게 된 짐캐리가 전 세계 사람들의 기도를 들어주기 위해 하루를 꼬박세서 컴퓨터작업을 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피곤한 짐캐리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창문을 통해 솜브레로(콜롬비아의 농민들이 주로 쓰는 중절모 모양의 전통모자), 카리엘(콜롬비아 농민들이 밭에서 일할 때 사용하는 전통가방) 및 폰초(어깨에 메거나 펼쳐서 몸을 덥는 콜롬비아 농민 전통의상)를 갖춘 '후안 발데스'가 노새(콜롬비아는 안데스 지방에 위치해 있고 도로가 발달하지 않은 탓에 밭에서 커피콩을 지고 올 운반수단으로 노새를 이용했다)를 이끌고 콜롬비아 커피 한 잔을 건넨다.

커피 소비에서도 선진국의 위치에 있는 미국인들에게 콜롬비아 커피는 최고급 커피라는 인식이 강하게 각인되어있음을 알 수 있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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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에서 부터 커피 및 바나나, 각종과일들을 실어나르는 운송수단, 치바. 콜롬비아의 교통인프라는 커피를 재배하는 농가, 시골로 들어올 수록 열악한 상황이다. 과거에는 노새를 이용했지만 지금은 치바(chiva)나 지프차(Jeep)를 이용하여 생산물을 운반한다. 그러나 도시지역에서는 젊은이들이 도시를 이동하며 관광하고 음주가무를 즐기기 위해서 이용된다. ⓒ 안준모


실제 수행된 연구결과들은 이를 입증한다. 2005년 뉴욕 광고주간에 '가장 중요한 광고계의 아이콘'으로 후안 발데스가 뽑혔다. 또한 2005년 미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위크의 커피전문점 브랜드 인지도 조사에서 스타벅스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2006년 KRC에 의해 수행된 연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의 브랜드 인식조사에서 95%를 달성하면서 58%에 그친 스타벅스를 월등히 앞섰다.

그렇다면 후안 발데스는 어떻게 스타벅스의 본고장이자 커피문화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을까? 가상인물 '후안 발데스'은 미국의 광고회사의 도움을 받아 탄생했다. 첫 광고의 카피는 다음과 같다.

누가 더 고집이 셀까요? 후안 발데스 일까요, 아니면 그의 노새일까요? 후안은 콜롬비아 안데스 산맥 해발 5천 피트에 핀카(커피숲. finca)를 일구고 있답니다. 그곳의 토양은 비옥하고 공기는 습기를 머금고 있지요. 이 두 가지는 콜롬비아의 커피가 뛰어난 이유랍니다. 그리고 그 세 번째 이유가 바로 후안 같은 고집스러운 재배농들입니다. 훌륭한 커피 한 잔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값비싼 보살핌과 노력이 들어가는지. (인용: 매혹과 잔혹의 커피사, 을유문화사, 마크 펜더그라스트 저, 정미나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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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커피농민들의 일반적인 옷 차림. 유학하던 당시 자기가 콜롬비아 사람인 줄 알고 도취했을 때, 솜브레로와 폰초를 입고 찍은 사진. 여기에 카리엘(Carriel)과 마체테(machete- 콜롬비아 농민들이 사용하는 밭에서 사용하는 칼), 아구아르디엔떼(Aguardiente-콜롬비아 토속술)만 있다면 완벽한 콜롬비아 커피 재배농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 안준모


이 광고 카피는 단번에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이후 거듭되는 광고들은 '커피는 콜롬비아','콜롬비아 커피 = 고급커피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초기 지면 광고와 TV 광고에는 후안 두발이라는 인물이 후안 발데스로 등장했다. 그러나 그는 1969년까지만 후안 발데스 역을 수행했고 이후부터는 2006년까지 후안 발데스 역을 수행한 전설적인 인물 카를로스 산체스가 이어받게 된다. 현재는 실제 수많은 커피재배농들 가운데 콘테스트를 거쳐 선발된 안티오키아 출신의 카를로스 카스타녜다가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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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현지 후안 발데스 매장 내부 모습 유학 당시 자주 방문하던 쇼핑몰에 숍인숍 형태로 입점해 있던 후안 발데스 매장의 내부 모습. 이런 숍인숍 형태뿐만이 아니라 단독매장의 형태로도 콜롬비아 여러 곳에 존재한다. 내부 인테리어나 직원들의 유니폼들 모두 짙은 붉은색으로 통일되어 있어서 어딜 가나 쉽게 후안발데스 매장을 찾을 수 있다. ⓒ 안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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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안 발데스에 가면 꼭 마셔봐야 하는 그라니사도(Granizado) 국내 커피전문점에서 맛볼 수 있는 프라푸치노와 비슷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과거 자주 볼 수 있었던 '슬러쉬'기계에서 만들어내는 그라니사도 음료. (프라푸치노의 경우 주문을 받은 뒤 얼음과 함께 믹서에 갈지만, 그라니사도는 슬러쉬 기계에 계속 돌아가다 주문을 받으면 내려준다). 약간은 믹스커피 같은 향이나 단맛이 나지만 더운 날씨에는 이만한 음료가 없다. ⓒ 안준모


FNC의 커피는 각종 검증을 통해서 이미 우수한 품질이 입증된 상태이다. 최고급 품질의 커피에 수여되는 'Specialty Coffee'인증 프로그램을 콜롬비아에도 1995년 도입했다. 재배되는 방식에 따라 Rein forest Alliance의 인증을 받은 친환경 커피, 책임 있는 사회, 경제, 환경적 요소를 충족시켰을 때 부여되는 국제적 인증 UTZ Certificated를 받은 커피, 미국농무부(USDA)의 100% 유기농 인증을 받은 커피 등등이 존재한다.

게다가 Fundación Natura Colombia 실(Seal)이 붙은 제품의 경우 과거 불법 코카인을 제조하다 커피재배로 전환한 농가의 커피도 있다. 오랜 기간의 수출경험을 바탕으로 콜롬비아 커피는 이미 깐깐한 국제기준을 충족시켰다. 이런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콜롬비아 커피는 믿고 마셔도 된다'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된 것이다.

Eje Cafetero지역은 201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하나로 등재가 되었다. 국제인증제도들이 감히 담아내지 못할 콜롬비아 커피의 가치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콜롬비아 커피 인문경관'이라 불리는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커피는 한 마디로 하나하나가 모두 인류가 즐기는 문화유산이다.

작년에 필자는 커피 엑스포에 참여한 한 콜롬비아 커피농장의 부스통역을 수행한 적이 있다. 그들과 모 국내 커피전문점에 들릴 일이 있었다. 매장 한켠에 마련된 원두를 살펴보던 중 콜롬비아 원두 제품이 보였다.

제품을 살펴보던 중 가격을 묻길래 점원에게 물어 답해주니 예상했던 가격보다 비싸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그 제품에는 FNC에서 제공하는 후안 발데스가 그려진 삼각형 모양의 Café de Colombia 로고가 보이지 않았다.

국내에 수입되는 소위 콜롬비아 커피라는 제품들을 보면 과연 콜롬비아 어느 지방에서 수입되고 있으며 제대로 FNC의 인증을 받았는지 알 수 없는 제품들로 넘쳐난다. 그러나 통역을 수행하면서 알게 된 바에 따르면 정식으로 콜롬비아 커피를 수입하는 수입업자는 FNC에 등록만 한다면 Café de Colombia 로고를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정식절차 없이 이 로고를 마구 사용한 제품들도 다 불법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여태껏 우리가 마셨던 콜롬비아 커피는 진짜 콜롬비아 커피일까? 적어도 몇 달 안에 우리는 안심하고 100% 콜롬비아 커피 맛을 보게 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일이다.
#콜롬비아 #커피 #후안 발데스 #FNC #JUAN VALD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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