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에 별자리가 있는 아이

여드름이 나기 시작하는 딸에게 보내는 편지

등록 2014.01.30 11:18수정 2014.01.3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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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이마가 유난히 넓다. 자기 또래들의 그것보다 거의 배는 될 정도로 넓다. 내가 보기에는 이마가 넓으니까 보기에도 시원해서 좋은데 아이들 사이에서는 그게 또 콤플렉스로 작용하는가 보다. 친구들로부터 '바둑판'이니 '48인치'니 하고 놀림 당하는 것이 부끄럽다면서 아이는 항상 앞머리를 내리고 다닌다. 그런 아이에게 요즘 한 가지 고민이 더 생겼다.

이제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아이가 "내가 처음 여자가 되던 날" 행사를 얼마전에 치렀다. 그리고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여드름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의 여드름은 이상하게도 얼굴 다른 부분보다 머리로 가려진 앞 이마 부위에 집중적으로 나기 시작했다. 여드름의 생태적 습성이 본래 햇볕에 드러난 곳보다 그늘진 부분에 더 집중적으로 자생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아이의 이마에 거의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촘촘하게 박혀 있다.

식구들이 신기해서 한 번이라도 머리를 치우고 여드름 구경을 하려고 좀 보자고 하면 아이는 부끄럽다며 기겁을 하고 피한다. 그래서 여드름이 나기 시작한 후 아이는 더욱 더 열심히 앞머리를 내리고 다닌다.

며칠 전 일이다. 새벽에 운동 가려고 일어나서 아이 방에 들어가서 험한 잠투정에 밀려 난  이불을 바로 해주던 나는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헝클어진 아이의 머리 사이에서 별자리를 본 것이다. 볼긋볼긋한 것이 크고 작은 모양으로 수도 없이 박혀 제각각 오리온자리, 사자자리, 카시오페아자리 등의 형상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자세히 보니 그것은 아이의 이마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박힌 여드름이었다.

아! 신비한 조물주의 능력이여. 그의 능력은 가이 없어라. 손바닥보다도 작은 그곳에마저 당신의 이적을 나타내시다니.

평소 같으면 자기 이마를 그렇게 세세하게 조사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았을 것이지만, 당사자가 세상 모르게 자는 마당이라 나는 모처럼 방해받지 않고 느긋하게 별자리를 감상했다.

그날 이후 나는 꼭 운동 나가다 말고 아이 방에 들러 한 10여 분씩 자는 아이의 곁에 쪼그리고 앉아 별자리를 감상하는 즐거움을 남모르게 간직하게 되었다. 오늘 아침에는 오른쪽 눈썹 위에 새롭게 자리잡기 시작한 북두칠성을 발견했다. 비록 이제 생기기 시작한 것이라 까끔살이(소꿉놀이) 국자처럼 모양도 덜 잡힌 형국이지만 내일이나 모래쯤이면 모양도 근사한 북두칠성을 보리라 생각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이마에 온갖 별자리를 붙이고 사는 우리 막내 딸아! 자는 모습도 너무나 평화롭고 예쁘구나. 네가 이제 벌써 중학생이 되지? 새해에는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어두운 밤길을 가는 나그네들의 길잡이가 되는 별빛처럼 남을 도우며 배려할 줄 아는 착하고 예쁜 딸이 되기를, 아빠는 이 새벽 너를 위하여 두 손 모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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