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채우던 촛불, '축제'로 분위기 살려

[현장]온라인커뮤니티연합 '갑오년 온라인 대첩' 축제 열어

등록 2014.01.04 19:52수정 2014.01.05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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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청춘은 일어나고 기성세대들은 깨어나라" 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대한민국 온라인 커뮤니티 연합' 주최 열린 '갑오년 온라인대첩-누리꾼의 역습'에 참석한 학생들이 국정원과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개입을 규탄하며 직접 쓴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4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 한쪽에 마련된 '캐리커처(사람의 특징을 과장해 우스꽝스럽게 묘사한 그림)' 부스. 김동유(27)씨가 전국 금속노조 인천지부 조직부장인 권명숙(51)씨의 얼굴을 그렸다.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는 그는 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아래 오유)에서 활동하고 있다.

오유가 진행하는 오프라인 벼룩시장에서도 '캐리커처'를 그렸지만 이날만은 마음이 다르다. 재능 기부를 통해서 집회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의 손놀림이 멈추자 권씨는 "아주 잘 그리셨다, 고맙다"며 박수를 쳤다. 이어 권씨는 "집회에 왔는데 서로가 가진 걸 나눌 수 있다"며 "젊은 사람도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돼서 좋다"며 웃어보였다.

광장으로 나운 누리꾼들, 재능기부·플래시몹 등 축제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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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결의대회에 나온 엄마들 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민영화 저지·노동탄압 분쇄 민주노총 결의대회'에 유모차를 끌고 온 여성들이 박근혜 정권의 민주노조운동 말살 정책을 규탄하며 '불법당선 박근혜 하야"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주말마다 서울광장을 가득 채우던 촛불, '박근혜 대통령 사퇴'를 요구하던 함성이 갑오년 새해에는 달라졌다. 민중가요 대신 국악과 힙합이, 구호는 사라지고 '플래쉬 몹'으로 나타났다. 광장 한쪽에는 시민 참여 부스가 설치됐다. '캐리커쳐' 부스, 무료노동법률상담소, 소자보 게시판, '댓글로 말해요' 등 시민들이 무료로 참가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대한민국 온라인 커뮤니티 연합(KOCA, 아래 연합)'은 새해 첫 주말인 이날 오후, 국가정보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국회의의 범국민 촛불집회를 '소셜 페스티벌'로 기획했다. 연합은 집회를 '갑오년 온라인 대첩- 누리꾼의 역습'이라는 이름의 축제로 바꾼 것이다. 연합은 온라인 활동의 오프라인을 강조하고 사회에 목소리를내기 위해 지난 23일 결성됐다. 오유를 비롯해 여성시대, 엽기혹은진실 등 90여개의 온라인 커뮤니티로 이뤄져 있다.

이날 축제를 제안한 연합의 운영진인 밀크대오(닉네임, 29)은 "KOCA는 민주노총과 국정원 시국회의 등 참가 가능한 모든 단체와 연대 형태로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하게 됐다"며 "회원들의 100% 후원과 모금을 통해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온라인 활동을 벗어나서 오프라인에서도 창의적이고 톡톡튀는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작은 '플래시 몹'이었다. 2000여명의 집회 참가자들이 영화 <레미제라블>의 '민중의 노래(Do you hear the people sing?)'을 한국어로 개사해 불렀다.

"너는 듣고 있는가/분노한 민중의 노래/다신 노예처럼 살 수 없다 외치는 소리/심장 박동 요동쳐 북소리 되어 울릴 때/내일이 열려 밝은 아침이 오리라/모두 함께 싸우자/누가 나와 함께 하나/저 너머 장벽 지나서 오래 누릴 세상/자 우리가 싸우자, 자유가 기다린다."

"딱딱한 집회는 그만, 새해에는 축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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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결의대회 '박근혜 하야하라' 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민영화 저지·노동탄압 분쇄 민주노총 결의대회'에서 학생과 노동자, 시민들이 박근혜 정권의 민주노조운동 말살 정책을 규탄하며 '박근혜 하야하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이어 국악인 이덕인씨와 민중가수 이광석씨, 힙합 뮤지션 '김디지'와 랩퍼 제리케이가 무대에 올라 소셜 콘서트를 이었다. 또 DJ 스테이지가이 이어지면 서울광장의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여자친구와 나온 김정욱(29)씨는 "서울광장에는 촛불든 사람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오늘은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많다"며 "새해에는 심각하고 딱딱한 집회는 그만하고 오늘 같은 축제를 계속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회는 자신을 '하루 종일 북카페에서 책 읽는 종북개그맨'이라고 소개한 노정렬씨가 맡았다. 노씨는 주요 방송사들에게 날을 세웠다. 그는 "정상적인 분들이 SNS와 대자보를 통해 올 곧은 소리를 내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치고 있다"면서 "주요 방송사들이 이남종 열사를 생활고를 비관한 것으로 폄하하고 실체적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행사는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와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최초 게시자인 고려대 학생 주현우씨와 강훈구씨, 조성대 한신대 교수가 참여하는 대담으로 이어졌다. 대담은 박근혜 대통령을 부정입학생으로 가정하고 진행됐다. 노씨는 박 대통령의 목소리를 흉내내며 "제가 댓글 때문에 학생이 됐다는 말씀입니까, 어떤 도움도 받은 적이 없습니다"고 말해 큰 웃음을 자아냈다.

이 자리에서 표 전 교수는 "먼저 학교 측이 조사를 하고 혐의가 들어나면 형법상 업무 방해죄가 적용돼 기소를 해야한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조성대 교수는 "부정입학 의혹이 제기됐다면 먼저 조사를 해야 한다"며 "정식 기관이 조사를 못한다면 특별 기관이 나서서야 한다"며 말해 국정원 대선 개입에 대한 특별검사제 실시를 강조했다.

행사는 오후 6시 55분 경, 마지막으로 '민중의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KOCA #노정렬 #박근혜 #표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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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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