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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야' 부를 땐 무섭다더니, '오빠야'는 귀엽대요"

[인터뷰] 박주희, 4집으로 컴백..."동북공정에 분개, '아리랑' 재해석해 실었죠"

13.12.31 17:04최종업데이트13.12.3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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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가수 박주희 ⓒ 제이엠엔터테인먼트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 트로트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자기야 사랑인 걸 정말 몰랐니"라는 한 구절만 들으면 무릎을 탁 칠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만큼 2005년 발표된 '자기야'는 지금껏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트로트로 자리매김해 왔다. 그 '자기야'를 부른 가수, 박주희가 정규 4집으로 돌아왔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은 '오빠야'. '자기야'를 염두에 둔 듯하지만, 실상은 차이가 꽤 크다. "음악적 스타일도, 창법도 변화했다"는 박주희는 "또 '자기야'는 여자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내가 당신을 좋아하는 것을 몰랐냐'고 묻는 강한 여성상을 담았지만, '오빠야'는 '오빠가 없으면 못 산다'고 고백하는 내용이다"라고 설명했다.

"신기하게도 '자기야'를 부를 땐 다 저를 무서워 하셨어요. 노래도 씩씩하게 부르고, 율동도 격했거든요. 접근하기 힘들었다더라고요. 그런데 노래한 지 10년이 넘은 지금 드디어 귀엽다는 말을 들었어요. (웃음) 또 '오빠야'를 부르고 나선 주변에서도 '이제 오빠라고 불러'라고 장난스럽게 많이 말씀하세요. 정말 가수가 노래를 따라가는 건가 봐요. (웃음)" 

"동북공정 시도에 분개, '아리랑'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어요"

총 13곡이 담긴 이번 앨범에서 박주희는 다양한 장르에 도전했다. "노래한 지 10년이 넘은 만큼 이 앨범에서 이제까지 해왔던 음악, 현재 하고 있는 음악을 되짚어 보고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해야겠다는 걸 함축적으로 보여드리고 싶었다"는 그는 "이번 앨범이 나에게 터닝 포인트가 되었으면 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사람들이 (내가) 트로트 무대에 서니까 그것만 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더라"면서도 "하지만 나는 대중가수다. 기회가 되면 힙합이나 댄스, 발라드도 해 보고 싶다"며 눈을 빛냈다.

그러나 그의 기본은 트로트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불후의 명곡> 등의 프로그램에서 과거의 가요를 재조명하고 있는 현상을 언급한 박주희는 "트로트 계에서는 중간 세대이다 보니, 과거의 명맥을 잇고 젊은 세대들에게도 공감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내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고 말했다. 그래서 박주희가 앨범마다 빼놓지 않는 작업은 바로 선배 가수의 가요를 재해석한 리메이크다. 이번 앨범에서는 심수봉의 '비나리'가 선택됐다. 

"환경이 빨리 변하잖아요. 그러면서 세대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어른들의 노래를 젊은 세대가 공감할 수 있다면 세대 간의 통합도 이뤄지지 않을까요." ⓒ 제이엠엔터테인먼트


"트로트 가수는 전통가요를 못 부르면 인정을 못 받아요. 그래서 옛 가요들을 찾아서 엄청 공부하죠. 그러다 보면 힘들고 어려웠던 그때의 마음을 느끼게 되고, 한 번 더 되새기게 돼요. 그러면서 우리들의 부모님 세대를 이해하게 되는 거죠. 환경이 빨리 변하잖아요. 그러면서 세대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어른들의 노래를 젊은 세대가 공감할 수 있다면 세대 간의 통합도 이뤄지지 않을까요."

또 다른 의미에서 주목할 만한 곡은 '사랑의 아리랑'이다. 중국이 '아리랑' 등 한국의 문화유산을 자기들의 것으로 만들려는 동북공정을 시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만든 이 곡은 미국에서 마스터링을 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 또 '사랑의 아리랑'은 앨범에서 작곡가·박주희의 매니저·음향 엔지니어 등 모두의 목소리가 담긴 유일한 곡이기도 하다.

박주희는 "코러스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보니 녹음 현장에서 즉석으로 섭외를 했는데, 다들 정성을 다해 불러줬다"며 "타이틀곡은 아니지만 전 스태프의 목소리가 담긴 곡인 만큼 애착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동북공정 반대 시민운동을 하는 친구가 있어요. 하루는 그 친구를 따라서 길거리에서 서명운동을 하는데 '뭔가 부족하다' 싶더라고요. 속에서는 울화가 치미는데, 무얼 할까 하다가 반주도 없이 메가폰으로 세 시간 내내 '아리랑'을 불렀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애국심이 우러나더라고요. 사람들에게 '아리랑'의 참 의미를 알렸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그때 갖고 있던 종이 한 귀퉁이에 가사를 적어 뒀다가, 정규 앨범에 싣게 됐어요."

"신나는 노래에 눈물 흘리는 관객 보며 '힐링'이라는 목표 갖게 돼"

"이런 게 트로트의 매력이 아닌가 싶어요. 어르신들이 재밌게 춤추시면 저도 따라 웃게 되고, 아무렇게나 춤을 춰도 박자가 맞고, 설령 안 맞는다 해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으니까요." ⓒ 제이엠엔터테인먼트


365일 노래를 하면서 박주희는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했다. 맛있는 아이스크림도, 아이스커피도 그에겐 그림의 떡이다. 한여름 목이 타도 차가운 물은 꿈도 못 꾼다. 목에 좋다는 음식이며 체력을 보충하는 건강식품은 필수다. 그럼에도 박주희가 무대 위에서 에너지를 쏟아낼 수 있는 이유는 그의 노래에 함께 웃고 춤추는 관객에 있다. '밥 챙겨 먹으라'며 쥐어주는 꼬깃꼬깃한 5천원 지폐, 그 흔한 포장 없이 건네주는 홍삼 캔디나 젤리 등 그들의 투박한 진심에 덩달아 힘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일단 무대에 서면 관객 수와 상관없이 모두의 시선과 에너지를 다 저 하나에 집중시켜야 하잖아요. 그래서 무대가 끝나고 나면 땅이 꺼질 정도로 피곤해요. 말할 힘도 없죠. 그런데 저는 공연장이 뒤집어지지 않으면 직성이 안 풀려요. (웃음)

요즘 노래하는 게 정말 재밌어요. 예전엔 무대 위에서 멋있어야겠다는 생각만 했지만, 지금은 저를 흐뭇한 눈빛으로 바라봐 주시는 모두가 제 친척 어른들 같고, 더불어 세상을 살아가는 동반자라는 느낌이 들어요. 이런 게 트로트의 매력이 아닌가 싶어요. 어르신들이 재밌게 춤추시면 저도 따라 웃게 되고, 아무렇게나 춤을 춰도 박자가 맞고, 설령 안 맞는다 해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으니까요."

이 말처럼, '가수' 박주희가 갖고 있는 최대의 목표는 바로 '힐링'이다. "공연에서 미친 듯이 춤을 추고 손뼉을 치며 노래를 부르다 보면, 눈물을 흘리는 분들을 보기도 한다. 그게 꼭 슬퍼서가 아니라 마음이 엉켰던 것이 풀어지면서 시원해지기 때문"이라고 운을 뗀 박주희는 "내 노래로 사람들의 마음이 열리고, 그 마음에 소중한 사랑을 심어드렸으면 좋겠다"며 "이 세상에서 가수라는 직업을 갖고 노래를 하면서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보람되지 않을까 싶다"라는 소망을 전했다.

"2014년엔 일단 '오빠야'로 활동을 열심히 할 생각이에요. 또 여러 장르의 곡들이 앨범에 실려서 그런지, 다양한 곳에서 연락을 주고 계세요. 좋은 기회가 된다면 트로트 무대 말고도 다른 곳에서 저를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앨범을 내면서 많은 분들과 공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음반이 나오고 이런 제안을 받으니 정말 기분이 좋네요."

박주희 자기야 오빠야 사랑의 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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