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치' 1급 시각장애인, 태권도 사범될 수 있을까

[인터뷰] 시각장애인 최초로 태권도4단 성공한 김주호씨

등록 2013.12.18 14:16수정 2013.12.18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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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역사에 또 하나의 기록이 추가됐다.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1급 시각장애인이 태권도 4단을 따낸 것이다. 태권도에서 4단이라면 사범이 가능한 고단자다. 주인공은 경기도 여주시에 살고 있는 김주호(50)씨. 국기원에서는 4단에 성공한 시각장애인은 김씨가 최초라고 밝혔다.

김씨의 무예는 태권도뿐만이 아니다. 해동 검도를 비롯하여 합기도 2단, 특공 무술 2단이라는 놀라운 실력을 지닌 무술인이다. 지난 16일 이메일과 전화를 통해 김씨를 인터뷰했다.

도복 준다는 말에 태권도 시작? 사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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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시각장애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태권도 4단을 따낸 김주호씨가 스승인 조찬우 관장과 국기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김주호


김씨는 28살이 되던 때에 약물에 의한 급성 녹내장으로 실명했다. 대학로에서 '노고단'이라는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던 때였다.

"제가 다른 사람에 비해 낙천적인 성격이거든요. 처음에는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가게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줄어들더라고요. 인생의 쓴 맛을 조금 알았다고나 할까요."

지난날의 힘든 시절을 이야기하면서도 김씨는 쾌활하게 웃는다.

"마흔 살에 늦장가를 갔거든요. 마누라가 너무 잘 먹여서 그런지 슬슬 살도 찌는 것같고,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마침 동네에 태권도장이 생겼어요. 이건 비밀인데요. 동네에 새로 생긴 태권도장에서 도복을 공짜로 준다고 하더라고요. 마침 잘 됐다 싶어 태권도를 선택했죠."

어떻게 태권도를 시작하게 되었냐는 기자의 물음에 김씨는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김씨의 태권도 시작은 말처럼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김씨의 태권도 스승인 명륜체육관의 조찬우 관장의 말은 달랐다.

"처음 김주호씨가 아내와 함께 저희 도장을 찾아 왔을 때 솔직히 조금 놀랐습니다. 김씨 이전에 청각장애인을 가르쳐본 경험도 있었고, 현재도 발달장애를 가진 제자들도 가르치고 있지만 시각장애인은 처음이었거든요. 그런데 김씨가 다른 도장에서는 아무데서도 받아주지 않는다며 간절히 부탁을 하더라고요."

조 관장 본인도 시각장애인을 어떻게 가르칠지 몰라 난처했지만 "한 번 해보자"며 김씨와 의기투합했다. 그렇게 김씨의 태권도 수련이 시작됐다. 

"앞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자세 하나 가르치는 것도 힘이 들었습니다. 다른 제자들과 달리 김씨 한 사람을 위해 따로 시간을 내어 개인지도를 해야만 했습니다. 무엇보다 시각의 상실로 인해 균형감각이 무너진 것을 보완하는 일이 어려웠죠. 그래도 누구보다 열심히 수련을 하더라고요."

조 관장은 당시를 회상했다. 김씨는 태권도를 시작한 지 7년 만에 4단에 올랐다. 비장애인도 어려운 일이다. 태권도는 1단에서 2단이 되려면 최소 1년의 수련 기간을 두는 것처럼 4단이 되려면 아무리 빨라도 7년의 수련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태권도를 수련하면서도 합기도와 특공 무술도 함께 익혔다. 그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것은 태권도 4단, 합기도 2단, 특공무술 2단 모두 8단에 이른다.

안 보이는 눈도, 그의 발차기를 막을 순 없다

김씨는 내년 3월에 국기원에서 있을 사범 연수를 받을 계획이다. 사범으로 활동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시각장애인들도 자신처럼 태권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활동도 하고, 시각장애인들이 태권도를 쉽고 친근하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볼 생각이란다.

"제가 처음 태권도를 하려고 하니까 주위에서 많이들 말리더라고요. 시각장애인이 태권도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죠. 그래서 더욱 오기가 생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원래 몸치거든요. 운동도 잘 못하고…. 그런 나도 태권도를 할 수 있으니 시각장애를 가졌어도 누구나 태권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증명한 셈이죠.

아직은 장애인 태권도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만, 2016년 장애인 올림픽에 태권도가 시범 종목으로 채택이 되었다고 합니다. 태권도가 장애인 올림픽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이 되어 더 많이 보급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를 계기로 더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생활 체육으로 태권도를 수련해 몸과 마음을 갈고 닦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씨는 태권도를 시작한 지 처음 3개월 가량은 "내가 내 돈 내가며 왜 이런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을 만큼 어려웠단다. 그런데 국기원에서 처음 1단에 도전하고 검은띠를 맸을 때를 잊지 못한다. 그 기쁨을 다른 시각장애인과도 함께 나누고 싶은 것이 그의 바람이다. 김씨는 장애인태권도협회와 함께 시각장애인의 태권도 보급을 위해 여러가지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김씨는 지금까지 다양한 삶을 살아 왔다.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며 직접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로도, 동인들과 함께 시집을 내기도 한 시인이기도 하다. 현재 개인 시집을 출간 준비중이며 소설로도 등단하고픈 욕심도 있다. 그는 끊임없이 움직인다. 눈이 안 보인다는 사실은 그의 삶의 발차기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시각장애인 태권도 사범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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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1급 시각장애인으로 이 땅에서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장애인의 삶과 그 삶에 맞서 분투하는 장애인, 그리고 장애인을 둘러싼 환경을 기사화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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