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전략은 매너교육이 아니다

[착한 정치컨설팅(13)] 이미지 정치와 이미지 전략

등록 2013.12.08 17:35수정 2013.12.0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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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정치와 이미지 전략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려니 걱정부터 앞섭니다. 원래 이야기 하려는 의도와는 다르게 엉뚱하게 오해가 될 여지가 많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실제로 이렇게 오해하면 힘이 빠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이미지 전략과 이미지 정치와 관련된 이야기는 정치 컨설팅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니만큼 잘 정리하겠습니다.

여기서 예시로 든 사례들은 '옳다 또는 그르다'를 떠나서 독자 여러분께서 이해하기 쉬운 사례를 든 것입니다. 정책 혹은 공약의 가치판단이 아니라는 점, 꼭 유념해 주시기 바랍니다. 유권자는 '옳다 또는 그르다'로 판단하지 않고 '좋다 또는 싫다'로 판단한다는 선거판의 명언이 여기서도 적용 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잘 숙지하셔서 예비후보자(정치인)에게는 영감을, 착한 시민(유권자)에게는 선택의 기준을 제공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 기자 말

매너 교육은 잊어라

흔히들 이미지 정치나 이미지 전략을 이야기 하면 항공사의 스튜어디스 미소 교육이나 미스코리아들이 받는 교육 등을 떠올립니다. 그래서 포털 사이트 다음과 네이버에 각각 이미지 정치와 이미지 전략을 검색어로 넣고 찾아 보았습니다. 대체적으로 이미지 정치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풍기는 결과가, 이미지 전략은 이미지 컨설팅과 관련된 업체들에 대한 홍보가 대부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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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전략 개념후보자가 원래 가지고 있던 고유 이미지와 추구하는 보조 이미지가 결합해서 시대정신과 부합 할 때, 후보자는 선거에서 승리하게 된다. ⓒ 최요한


이미지 컨설팅 업체들이 하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어떻게 하면 유권자들에게 잘 보일 수 있는가를 중심으로 이야기합니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컬러는 무엇인가? 어떤 옷을 입어야 하고 어떤 향수를 써야 하는가? 더 나아가 인사는 어떻게 하고 술자리에서는 어떤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가? 등등의 이야깁니다.

뭐, 이런 이야기들은 다들 맞는 이야기고 어쩌면 출마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실제로 필요한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것은 '이미지 메이킹'이라고 하지 않고 매너교육으로 불러야 하지요. 사람 만나서 어떤 매너를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이지 정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지요. 지금부터 제가 이야기 하는 것은 매너교육이 아닙니다. 진짜 이미지 이야깁니다. 매너 교육은 잊으십시오.

이미지란 무엇인가?

이미지가 도대체 무엇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이를 학문적으로 정리하기도 했지요. 시카고 루스벨트 대학의 고든 팻져 교수라는 분은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이미지는 외모 이상이다. 이미지는 진실이면서도 거짓이고, 정확한 지각이면서 동시에 실제와 지각 사이의 간격이다.

말은 어렵지만 뜻은 어렵지 않습니다. 이미지라는 것은 이중성을 갖는다는 겁니다.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겁니다. 이 이야기를 거꾸로 생각하면 이미지라는 것은 창조성을 가진다는 것이죠. 노력하면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그것도 아주 훌륭하게 만든다는 것이죠. 그래서 이미지를 '메이킹'한다는 이야기가 가능한 겁니다.

이미지 메이킹이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이미지 메이킹은 무엇일까요? 이미지 메이킹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흔히들 전문가들은 이 요소를 패션(Fashion), 헤어(Hair), 메이크업(Make-up), 연설(Speech), 저스처(Gesture), 매너(Manner) 등의 여섯 가지로 꼽습니다. 다 중요한 요소들입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요소는 따로 있습니다.

어떤 후보든 그 후보자가 원래 가지고 있던 고유 이미지가 있습니다. 그 이미지가 똑똑한 이미지든, 성실한 이미지든, 섹시한 이미지든 다들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여기에 그 후보자가 추구하는 보조이미지, 출마하고자 하는 지역의 든든한 일꾼이 된다든지, 유권자들의 고민을 상담해 주는 신뢰의 정치인이 된다든지 하는 추구하는 이미지가 있지요.

원래의 고유 이미지에 후보자가 추구하는 보조이미지가 결합해서 후보자의 이미지가 형성 되는 것지요. 이것이 바로 후보자의 이미지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형성된 후보자의 이미지가 그 시대가 요구하는 정신과 부합할 때 선거에서 승리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미지를 메이킹한다는 것은 바로 이렇게 후보자의 원래 고유 이미지에 보조 이미지를 덧씌우는 작업을 의미합니다. 보조 이미지를 덧씌워서 그 시대가 원하는 이미지를 만드는 것! 이 작업은 머리를 만지고, 메이크업을 하고, 제스처 연습을 하고, 유권자의 손을 부드럽게 잡는 교육을 하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중요한 것입니다. 진짜 이미지 메이킹이라는 것은 바로 바로 이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매너 교육은 잊으라고 당부 드린 것입니다.

어느 국정원장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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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 이미지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정치인과 선거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심지어 포스터의 넥타이 색깔이 맘에 들어 지지하는 경우도 많다. ⓒ 최요한


전직 국정원장 A씨가 현직에 있었을 때 면담을 가진 적이 있었습니다. 마침 선거를 막 지나고 나서인데, 그 국정원장은 선거에 대한 인식이 아주 엉망이었기에 속으로 좀 불쾌했지요.

"투표를 하러 가면서 처음 벽보를 보았는데, 잘 모르겠더라고…. 그래서 내 넥타이 색깔과 가장 비슷한 후보자를 찍었어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을 해 보니까 이 국정원장 A씨나 일반 유권자들도 별반 다를 것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선거 시기에는 유세차다 전화홍보다 뭐다 시끄럽게 해서 정신이 없지만, 선택의 기준이라든지 후보자 간에 차이가 별로 보이지 않을 때는 그저 자신의 넥타이와 비슷한 색깔을 가진 후보를 선택할 것 같습니다. 이 국정원장의 간택을 받은 후보자는 넥타이 색깔 덕분이지만 대부분의 후보자는 자신의 이미지로 유권자의 선택을 받게 되지요.

이렇듯 원래 가졌던 이 후보자의 이미지에 후보자가 원하는, 보조로 가져간 이미지가 시대의 정신에 부합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컨설턴트가 만드는 것이 아닌 후보자가 결정해야 하는 문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것은 컨설턴트 간에 의견이 갈리는 문제인데요, 어떤 컨설턴트는 이 보조 이미지마저 만들어 줌으로써 후보자를 당선시켜야 한다고 보는데 반해 저 같은 경우는 "그렇게 당선되더라도 결국은 국민들에게 다 드러난다, 후보자 선택의 문제다"라고 주장하는 편이지요. 여러분은 어떤 의견이신가요?

김대중 대통령의 뉴 DJ플랜과 이미지 변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봅시다. 우선 김대중 대통령의 이미지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누가 뭐래도 김대중 대통령은 민주투사입니다. 오랜 세월 동안 박정희와 전두환 시대를 거치면서 민주투사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했습니다. 구축하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 시절을 거치면서 굳어진 것이지요.

군부독재정권은 그에게 '빨갱이' 이미지를 덧씌웠고 그는 이를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 쳤습니다. 그러다가 1992년부터 자신에게 덧씌워진 과격한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빨간 넥타이, 헹커치프, 부드러운 표정 등이 소품으로 나왔고 결정적으로 정책적으로 나온 것이 '뉴 DJ플랜'입니다.

혹자들은 김대중 대통령의 뉴 DJ플랜이 대통령이 되기 위한 '화장술' 정도로 인식을 했지만 실제 내용을 들어가 보면 김대중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인식변화를 읽을 수 있습니다.

원래 김대중 대통령의 경제정책의 시발(始發)은 1971년 대통령 선거가 있던 해 3월에 약 10만 부를 찍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대중경제론>입니다. 실제 책 이름은 <김대중씨의 대중경제, 100문 100답>입니다. 생전의 인터뷰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박정희 정권의 경제발전 추진을 들여다보니… 재벌에 독점적 이윤을 주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대중이 참여하고 대중이 공동 운영하고 같이 분배받는 경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중이, 노동자가 주식을 소유하고, 감사도 노동자들이 직접 선출한 사람들이 해서…. 대중경제의 목표는 중산층을 지원하고 하위계층을 중산층 화하는 것이다. 당시 내 주장은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체제'였다. …당시 대중경제론을 만들면서 박현채 교수와 함께했다."(김대중, 2008년 7월 <역사비평> 가을호 인터뷰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제시한 한국경제의 방향성은 '자립적 국민경제', '한국형 혼합경제체제'입니다. 지금이야 새로울 것도 없지만 사실상 사민주의 경제체제에 가까웠던 것이죠. 박정희 정권의 수출 의존형 경제개발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노동자들의 경영참여 제도화라든지 사회보장기금의 신설(재정의 5%) 등 지금 생각해도 상당히 진보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이 책은 민족주의 경제학자로서 지금도 재조명 받고 있는 故 박현채 조선대 교수의 작품입니다. 박현채 교수는 1960년대부터 꾸준히 김대중 대통령과 교류를 해왔고 대중경제론의 이론적 근거와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뉴 DJ플랜은 바로 이 대중경제론을 부정하는 것이었습니다. 대중경제론이 '빨치산' 출신 박현채 교수 주도로 만들었다는 것, 또 박정희 정권의 수출 주도형 패러다임을 부정했다는 점에서 군부독재 정권은 끊임없이 김대중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해서'색깔론'을 입혔는데, 김대중 대통령은 이러한 굴레를 벗어나려고 했고, 또 실제 그의 생각도 바뀌기도 했습니다.

1986년 '대중경제론' 개정판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박정희 정권의 경제정책에 대해서 상당히 후한 점수를 줍니다.

"박정희 정부가 외부지향적 경제개발 전략과 정부 주도형 개발방식을 선택한 것은 '현명한 정책'이었다."

대중 경제론의 핵심가치인 '자립경제노선'을 완전히, 그리고 공식적으로 폐기한 것입니다. 이는 김대중 대통령의 인식이 바뀌었음을 의미합니다. 개방경제 노선의 필요성과 한국적 현실에 대한 수용인 것이죠.

박현채 교수는 이러한 '뉴 DJ플랜'에 대해 실망하고 결별을 고합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박현채를 잃었지만(정태인 교수는 김대중 대통령이 이때부터 신자유주의적 성향을 보였다고 주장합니다) 일반 국민에게는 경제정책 부문에서 과격함보다는 '안정감'을 얻게 되지요. 이 기조는 1997년까지 이어지게 되면서 'DJ노믹스'를 완성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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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 이미지김대중 대통령은 민주투사의 이미지에 뉴DJ플랜이라는 친근한 이미지로 유권자에게 어필했다. ⓒ 최요한


DJ노믹스의 핵심은 대외개방형 경제체제의 유지·발전 그리고 정부주도 관치경제에서 민간 중심의 시장경제로의 전환, 시장관리에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시키는 것입니다. DJ는 이렇게 경제정책을 수정하면서 시장의 부작용을 고려해 '생산적 복지'와 '사회안전망의 확충'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한다는 내용 역시 잊지 않았습니다.

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이러한 뉴 DJ플랜의 기본 정신을 이어갔고, DJ덕과 춤을 추면서 믿음직스럽고 안정적인 이미지로 변화를 꾀했습니다. 친근한 할아버지로 접근을 한 것이죠. 항상 엷은 미소와 인자한 모습을 보이고 때로는 남대문 시장에서 옷도 팔았습니다. 그렇게 이미지 변화에 신경을 쓰면서 결국 대한민국 제 15대 대통령으로 당선이 된 것입니다.

원래의 이미지인 '민주투사'의 이미지에 보조 이미지로 뉴DJ플랜이 깔린 친근한 할아버지가 합세하면서 '준비된 대통령'이란 슬로건처럼 후보자 이미지가 만들어졌습니다. 이미지 메이킹과 이미지 전략만으로 선거라는 것을 온전히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선거의 종합예술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후보자의 이미지에 대해서 설명을 하려면 이렇게 해석이 가능합니다.
덧붙이는 글 다음에는 노무현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과 현직 박근혜 대통령의 이미지와 이미지 전략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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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요한, 1969년 서울 산(産), 2000년부터 방송에 관심 있어 주변을 맴돌다 2005년 우연히 얻어 걸린 라디오 전화인터뷰부터 시사평론 방송시작, 2014년부터는 경제 Agenda에 집중, 시사경제평론을 하면서 몇몇 경제채널 출연하고 있음, 어떻게 하면 쉽게 이야기 할 수 있는지 종일 고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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