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스틸러스의 FA컵 우승으로 인해 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진출 티켓은 정규리그 4위까지 주어지게 되었다. 4위 자리를 두고 FC 서울과 수원 블루윙즈가 치열한 순위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수원이 스스로 그 희망에서 멀어지며 아쉬움을 남기고 말았다.
수원은 10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3 현대 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6라운드 포항과의 홈경기에서 1-2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수원은 이날 역전패로 3연패를 당하며 승점 50점에 머물렀고, 승점 54점을 기록중인 4위 서울을 추격하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수원의 역전패는 포항의 제로톱 전술에 대한 수비 대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가운데, 팀의 주전 골키퍼이자 국가대표 No.1 골키퍼인 정성룡이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며 동점골을 허용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수원은 포항 원정에서 2004년 이후 단 한번의 승리를 기록하지 못한데다 최근 포항전에서마저 1무 5패를 당하며 지긋지긋한 포항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10월 6일에 열린 포항 원정에서 2-2 무승부를 기록했는데 경기 종료 직전 동점골을 허용했지만 좋은 경기 내용을 보이면서 징크스 탈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를 반영하듯 수원은 경기 시작 2분 만에 산토스가 선제골을 터뜨리며 앞서나갔다. 미드필드에서의 패스 플레이를 통해 포항의 수비진을 흔든 수원은 오장은의 침투 패스를 산토스가 오른발 슈팅을 통해 선제골로 연결하면서 좋은 출발을 보였다.
산토스의 선제골은 수원에 커다란 의미를 안겨준 골이었다. 기선 제압에 성공하면서 포항 원정에서 좋은 경기 내용을 보였던 흐름을 이어갔고 포항 징크스 탈출에 대한 기대감을 드높였기 때문이었다.
포항은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김승대를 투입한 제로톱 전술을 가동하며 수원 진영에서 강한 압박을 가했다. 수원도 포항의 제로톱 전술에 대응하면서 안정된 수비를 보였고 추가골을 노리면서 앞서가는 팽팽한 공방전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경기 흐름은 단 한순간에 바뀌었다. 수원의 주전 골키퍼이자 국가대표 No.1 골키퍼 정성룡의 실수가 나온 것이다. 전반 31분 김승대의 패스를 이어받은 이명주의 칩샷을 정성룡이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동점골이 되면서 포항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었다.
이명주의 골로 기억되었지만 사실상 정성룡의 자책골이었다. 정성룡은 이명주의 오른발 칩샷을 쳐내려 했지만 이 공을 놓쳤고, 정성룡이 놓친 볼은 그대로 골문으로 빨려들어가면서 순식간에 경기 흐름이 바뀌고 말았다.
후반 들어 수원은 신세계 대신 구자룡을 투입해 오른쪽 측면 수비를 정비했고, 포항은 후반 10분 노병준 대신 문창진을 투입하며 공격에서의 스피드를 강화했다. 그리고 후반 27분에 수원이 조동건을 투입하고 포항이 신영준을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수원은 후반 24분 정대세가 페널티박스 안쪽에서 상대 수비수와의 몸싸움 끝에 넘어졌지만 페널티킥이 선언되지 않았다. 경기장의 분위기는 급격히 어수선해지기 시작했고, 수원은 급격히 집중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후반 30분 포항이 역전골을 넣었다.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신광훈이 홍철을 제치고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고무열이 곽희주보다 반 박자 빠른 움직임을 통해 슈팅을 가져가서 골을 성공시켰다. 곽희주와 정성룡 사이를 절묘하게 빠져나가며 역전골이 되었는데, 정성룡으로서는 막을 수 있었던 볼이 다시 실점으로 연결되며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수원은 이용래를 교체 투입하며 반격을 노렸지만 포항의 수비는 단단했다. 정대세는 심판 판정의 영향으로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고, 염기훈 또한 포항의 집중적인 수비에 막히며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결국 경기는 포항의 2-1 역전승으로 마무리되었다. 포항은 2번의 유효슈팅을 골로 연결함과 동시에 상대 수비진의 실책을 놓치지 않는 집중력을 보였고, 박성호 대신 김승대를 투입한 제로톱 전술의 성공을 통해 수원의 공격 흐름을 차단하면서 상대의 체력을 소진시키는 효과까지 얻었다.
반면 수원은 뼈아픈 역전패를 당하며 최근 3경기 연속 1-2 패배를 당했고, 2경기 연속 역전패를 당했다. 포백 수비진과 미드필드진에서 부상 선수들이 나오며 제대로된 조직력이 가동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포항전에서는 정성룡의 치명적인 실수가 나오면서 경기의 흐름이 바뀐 것이 그대로 역전패로 이어지고 말았다.
정성룡은 흔히 말하는 '슈퍼 세이브' 는 없지만 안정감을 통해 수원과 대표팀에서 No.1 골키퍼로 활약을 보였는데, 최근에는 잇따른 실점으로 흔들리고 있다. 정성룡으로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잠재우면서 심리적인 부분 및 경기에서의 안정감을 되찾는 것이 중요하다.
포항은 정성룡의 실수와 수원 수비의 안정감 부족이라는 틈을 영리하게 파고들었고, 수원은 포항 징크스를 깨고자 N석 골대를 바꾸는 등 많은 준비를 했지만 결국 뼈아픈 역전패를 당하면서 ACL 출전 티켓 획득이 멀어지는 큰 아쉬움을 남긴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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