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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 애스2', 너희들을 영웅이라 부를 수 있을까

[리뷰] 영화 '킥 애스2' 새로운 캐릭터 추가만이 능사는 아니야

13.10.20 10:14최종업데이트13.10.2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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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킥 애스 2: 겁 없는 녀석들> 영화 포스터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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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 토르 등이 속한 '어벤져스'와 더불어 지구를 지키는 양대 산맥인 '저스티스 리그'에서 중심에 선 영웅은 슈퍼맨과 배트맨이다. 슈퍼맨이야 지구를 날려 버릴 정도로 초월적인 유전자를 지닌 슈퍼히어로이니 당연히 리더 격이겠지만, 어떠한 초능력도 없는 배트맨이 원더우먼, 그린랜턴 등의 초능력자들 보다 앞서는 존재감을 드러낸 점은 흥미롭다. 아마도 DC코믹스는 초인과 인간의 균형 잡힌 시각을 드러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도시자경단의 상징인 배트맨이 평범한 사람도 슈퍼히어로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면, 2010년에 개봉한 <킥 애스>는 조금 더 현실적인 숨결과 장난기를 함께 불어 넣으면서 슈퍼히어로 장르를 현실화, 희화화시켰다. <킥 애스: 영웅의 탄생>의 주인공인 킥 애스, 힛걸, 빅대디 등은 보통의 사람과 다를 바 없다. 단지 적을 제압할 훈련이 되었는가와 나설 용기를 지녔는가의 차이만이 존재한다.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했다고 다 새로운 이야기인가요?

<킥 애스: 영웅의 탄생>이 '누구나 한 번쯤은 슈퍼히어로가 되길 꿈꾸지만 왜 슈퍼히어로가 되려고 시도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면, 2편 <킥 애스 2: 겁 없는 녀석들>(이하 <킥 애스 2>)은 여타 속편들과 마찬가지로 전편에 등장한 인물들의 이후를 다룬다.

평범한 현실로 돌아간 킥 애스 데이브(애런 존슨 분)는 진짜 슈퍼히어로가 되기 위해 힛걸 민디(클로이 모레츠 분)에게 훈련을 시켜달라 요청하는 등 도시의 수호자가 될 꿈을 접지 않는다. 전편에서 어머니의 복수를 위해 아버지의 손에 의해 살인 병기로 길러진 힛걸은 평범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경단으로 활약하며 범법자들을 처단하는 일에만 몰두한다. 아버지의 그늘에 있던 레드미스트 크리스(크리스토퍼 민츠 플래스 분)는 킥 애스가 아버지를 죽인 것에 분노하며 레드미스트를 집어치우고 마더 퍽커로 새로이 태어난다.

<킥 애스 2>는 슈퍼캡틴(짐 캐리 분)을 필두로 배틀가이, 나이트비치, 토미를 기억하며 다른 슈퍼히어로들이 새롭게 등장한다. 이들이 킥 애스와 함께 '정의수호단'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통해 영화는 슈퍼히어로의 정신이 확산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선이 있다면 악도 있는 법. 복수심에 불타는 마더 퍽커는 돈의 힘을 빌려 마더 러시아, 블랙데스, 진키스카니지 등의 악당들을 규합한다. 이들은 모두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한쪽은 정의의 이름으로, 반대쪽은 악의 이름을 걸고 맞붙는다.

▲ <킥 애스 2: 겁 없는 녀석들> 영화 스틸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실제로 HBO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슈퍼 히어로스>를 보면 미국 각지에서 가면과 복장을 착용한 채로 자칭 슈퍼 히어로라 주장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범죄가 급증하지만 도리어 사람들은 점점 타인에게 무관심해지는 사회 분위기에 반발하면서 가면과 복장을 착용하고 영웅이 되겠다 나선 사람들이다.

가면을 쓰고, 이상한 복장을 했다고 해서 이들을 만화와 현실조차 구별 못 하는 정신 나간 얼간이들로 오해해선 곤란하다. 그보단 내면에 집중해서 봐야 한다. 이들은 침묵하는 사람들과 달리 나설 줄 아는 용기를 지닌 슈퍼 히어로들로, 거리에서 노숙자를 돕고, 아이를 보살피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사회에 이바지한다. 사회를 전부 바꾸기는 힘들어도 한 걸음씩 나가자고 목소리를 높이는 우리의 선량한 이웃이다.

자기반성 없는 영웅은 곧 사회악일 수 있다

<킥 애스 2>도 이런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면서 '정의수호단'의 기치 아래 모이는 사람들을 묘사한다. 문제는 이들을 이끄는 주인공들이 전혀 성장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더는 영웅놀이를 그만두라는 충고에 힛걸이 자기의 정체성이라 주장하는 민디에게선 아이언맨이나 배트맨이 표출한 정체성의 고민을 읽을 수 없다. 소녀는 변함없이 살인 기계로 작동할 뿐이다.

킥 애스도 전편과 다름없이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어머니의 죽음에도 별다른 감정 표현도 없는 마더 퍽커는 한낱 미치광이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인물들이 난동을 부리는 영화에서 극단적인 폭력 묘사나 완전히 뭉개진 공권력의 문제, 여성을 비하하는 문제 등을 지적하는 것 따윈 부질없는 짓거리다.

▲ <킥 애스 2: 겁 없는 녀석들> 영화 스틸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킥 애스 2>에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하여 슈퍼 히어로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얄팍하게나마 고민하길 바란 것 자체가 번지수를 잘못 찾은 행위였는지도 모르겠다. 재미를 위해 만든 오락 영화인데 왜 그렇게 까칠하냐고 반문하는 분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장난처럼 사람을 죽이는 행동을 소녀에게 책임 지우면서 슈퍼 히어로의 행위며, 길이라 포장하는 <킥 애스 2>의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더욱 무서운 점은 1편에서 별다른 윤리적 교육을 받지 않은 채로 살인의 기술만을 습득한 '겁 없는' 소녀가 이제는 가정의 품마저 벗어나 사회 속으로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영화 속 대사인 "정의는 영원하다"가 공허하게 들리고, "이제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는 대사가 가슴에 와 닿는다.

"세상은 위험한 곳이다. 나쁜 짓을 하는 사람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보고도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 사람들 때문이다."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오독하지 말자. 아무 행동이나 할 바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 게 낫다.

킥 애스 2 제프 와드로 애런 존슨 클로이 모레츠 짐 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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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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