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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것의 '더 화신 라이브', 싱싱한데 덜 익었네

[TV리뷰] 27일 첫 생방송 시도, 쌍방향 토크쇼의 가능성 보였지만 어수선한 진행은 문제

13.08.28 12:30최종업데이트13.08.28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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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방송된 SBS <더 화신 라이브>는 대한민국 최초로 100% 생방송 예능 토크쇼를 시도했다. ⓒ SBS


"녹화 방송 시청률이 잘 나왔으면 이런 짓까지 안했다. 평소 6~7% 애매하게 나오니까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거다."

지난 27일 첫 선을 보인 SBS <더 라이브 화신>이 토크쇼에서 무리수라고 여겨지는 생방송을 하게 된 계기는 방송 초반 김구라의 멘트로 정확하게 밝혀졌다. 화제성을 띠며 나날이 상승하고 있는 KBS 2TV <우리 동네 예체능>의 시청률, 고군분투하지만 이미 안정적 궤도에 들어선 MBC <라디오스타>와의 차별성을 두기 힘든 <화신>은 마치 영화 <더 테러 라이브>의 하정우가 자신의 방송 생명을 걸고 배수진을 치듯, 생방으로 토크쇼를 진행하는 모험을 시도했다.

첫 생방 토크쇼에 임하는 <화신>의 네 MC는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게 한 눈에 느껴졌다. 현장성을 살리기 위해 생방송 진행을 하는 음악 방송과 달리, 토크쇼의 생방송 진행은 다소 위험해 보인다. 딱 우리 속담처럼, 이미 한 번 입 밖으로 나온 말을 주워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화신>과 같은 토크쇼의 성격 상 그간 '풍문으로 들었소' 코너에서처럼 게스트에게 부담이 되는 내용을 물어볼 수밖에 없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게스트의 입장에서 혹은 제작진의 편의에 의해 이른바 '편집'을 할 수 밖에 없는 사안들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데, 생방송은 그런 거름 장치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날 것의 싱싱함은 가능하지만, 이야기들이 미처 익지 않은 채 생으로 전달되는 부작용도 불가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불평등한 분량 분배 등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생방'

<화신>에서 스캔들과 논란을 해명한 가수 승리(왼쪽)와 배우 클라라. ⓒ SBS


그런 무모함에도, 벼랑에 몰린 처지에서 친 배수진 <더 화신 라이브>는 어땠을까? 한 마디로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르랴'라는 속담이 생각났다.

우선 가장 분명하게 '나쁘지 않은' 지점은 <더 화신 라이브>가 더 이상 <라디오스타>의 아류 같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생방송의 현장성을 살리기 위해 신청한 관객을 부르고, 게스트가 들고 온 질문을 시청자들의 투표로 마무리 짓는 방식은 분명 신선한 시도였다. 클라라의 선정성에 대한 호감, 비호감을 묻는 질문에 100원의 자비를 들인 문자 투표임에도 7만 건이 넘는 조회 수를 보인 것으로 보아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일정 정도 유도했음을 증명하기도 했다.

네 명의 MC가 게스트를 요리하는 토크쇼에서 적어도 토크의 방향을 열어 그것을 시청자의 선택에 맡기는 방식은 미국 토크쇼의 관객 투표에서도 조금 더 발전됐다. 지금의 지지부진한 쌍방향 토크쇼의 가능성을 열어 보인 신선한 시도였다.

하지만 첫 회인 만큼, 너무도 당연하게 '첫 술에 배부르지 않은 '지점들이 드러났다. 무엇보다, 동등한 게스트로 초청하고서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김준호와 김대희가 발언 기회를 10분정도밖에 얻지 못하거나 그나마도 주어지지 않은 것은 해프닝을 넘어 무례를 범한 결과를 낳았다.

80분의 시간이 정해져 있다고 MC 자신들이 거듭 반복해 언급하면서도, 화제성이 있는 클라라에게 40여분이 넘는 시간을 제공하는 방식은 첫 회의 미숙한 운영이라고 핑계를 대기에도 너무 노골적인 실수였다. 그나마 김준호, 김대희 두 사람이 개그맨이기에, 또 MC들의 후배이기에 앙탈을 부리며 넘어갈 수 있었지, 다른 분야의 게스트들이었다면 그럴 수 있었을까?

이런 화제성 여부에 따라 토크 할애 시간의 불평등이 지속된다면, 출연 대상이 될 게스트들이 순번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거나, 아니면 아예 출연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더구나 생방송 토크라는 게 게스트에게 이미 부담을 지고 시작하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이미 <무릎팍 도사>가 1인 게스트 중심 토크쇼임에도 화제성을 잃자, 게스트의 충원에 어려움을 겪어 스스로 침몰했던 것처럼, 복불복과도 같은 <더 화신 라이브>의 게스트 배분 문제는 회를 거듭하면서 프로그램의 목줄을 죄는 결과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더 화신 라이브>를 통해 어쩌면 그간 <화신>에 내재되어 있던 치명적 단점이 확연히 부각되었다는 것이다. 80분의 촉박한 진행, MC들이 게스트들보다 더 많이 비춰지는 화면을 보면서 '과연 저 네 명의 MC들이 <화신>에 다 필요할까'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네 명의 게스트들을 불러놓고, 마치 무슨 순위 프로그램처럼 첫 번째 게스트는 40분, 두 번째 게스트는 30분, 세 번째 게스트는 10분, 마지막 게스트는 외마디의 시간을 할애하는 동안 게스트가 한 마디 할 때마다 네 명의 MC들은 빠짐없이 저마다 한 마디를 얹는다. 심지어 말할 시간이 얼마 없었던 김대희, 김준호가 자신들은 어떻게 하냐고 하소연을 할 때도, 시간이 없단 말도 MC 네 명이 다 한 번씩 돌아가면서 한다.

처음엔, 저런 식이라면 게스트들을 줄여서 불러야 하지 않을까? 차라리 불러놓고 허수아비를 만드느니, 오프라 윈프리 쇼처럼 한 게스트당 딱 잘라 정해진 시간을 할애하고 퇴장시키는 방식이 낫지 않을까 라고 하다가, 문득 과연 저 네 명의 mc가 굳이 있어야 할까 란 생각에 이르게 된다.

더구나 <더 화신 라이브>처럼 게스트가 자신의 질문을 가져오고, 그걸 MC들이 풀어내 주고 시청자들이 투표하는 방식이라면, 지금처럼 MC들이 북 치고 장구 치는 식의 진행이 필요하지 않다면, 네 명은 너무 과하지 않은가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화신>이란 프로그램에서 네 명의 집단 MC 체제가 과연 유효했었는지의 의문까지 이어졌다.

생방송 진행은 그저 녹화로 하던 방송을 날 것으로 보여주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아니 그럴 수도 없다. 생방송이라면, 생방송의 포맷에 맡게, 프로그램의 운영도 보다 타이트하게 다이어트 해나가야 할 것이다. 비록 첫 술에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않았지만, 가능성을 보인 <더 화신 라이브>가 새로운 방식으로 잘 살아남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
화신 더 화신 라이브 클라라 승리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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