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제안이 전향적... 더 이상 정부 편 들지 않겠다"

개성입주기업들, 정부 성토... "신변안전 스스로 책임질 것"

등록 2013.07.30 14:17수정 2013.07.3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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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입주기업 "남북당국 정상화 조속히 합의해야" 개성공단 출입차단 119일째인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린 개성공단 입주기업 긴급 비상대책회의에서 한재권 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위원장(왼쪽 세번째)과 입주기업 대표들이 개성공단 정상화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 유성호


공단 폐쇄 위기를 맞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30일 남북한 당국을 향해 조속한 개성공단 실무회담 재개와 공단 정상화 합의를 촉구하면서도 "더 이상 정부 편은 들지 않겠다"며 격앙된 모습이었다. 이들은 지난 6차례의 당국 실무회담에 대해서도 "북측 제안이 전향적"이라 평가했다.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입주기업 전체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 4월 이후 우리 입주기업들은 피가 마르는 심정으로 정상화를 고대하면서 우리 정부를 믿고 정부 방침에 순응해왔다"며 "6차례에 걸친 실무회담이 결렬위기에 처했고 더 이상은 버틸 수 없는 한계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비대위는 이어 "남북 양측은 실무회담을 신속히 재개하고 정상화에 합의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어진 요구 사항에선 6차례에 걸친 실무회담 과정에서 합의안 절충보단 원칙을 고수한 정부에 대한 원망이 배어 나왔다.

비대위는 "우리는 지난 6차회담에서 (나온) 북측 제안에 대해 전향적이었다고 본다"고 평가하면서 "단 북측은 금번 사태와 관련해 전제조건 없는 재발방지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비대위는 이어 "여섯 차례 회담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의제가 대부분 북측 (합의)안에 반영된 것으로 본다"며 "그럼에도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폐쇄를 결정한다면, 우리 입주기업들의 희생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남북 양측이 개성공단의 진정한 정상화를 원한다면 우선 설비점검 및 유지보수를 위한 관리인원 방북을 허락해 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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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입주기업인 "정부가 성명서 내용도 간섭하냐" 개성공단 출입차단 119일째인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린 개성공단 입주기업 긴급 비상대책회의에 참석한 정기섭 기획분과위원장이 공동위원장단이 발표하려고 한 성명서를 들어보이며 "어제 결정된 내용과 다르다"며 항의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북측 당국은 정치적 언동과 군사적 위협 등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가동중단 사태가 재발할 수 있는 입장을 확실하게 철회해야 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는데 이런 문장을 넣는 건 결국 또 정부에 놀아나는 것 아니냐"며 "더 이상 정부가 하자는 대로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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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입주기업인 "신체 포기각서도 쓰겠다" 개성공단 출입차단 119일째인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린 개성공단 입주기업 긴급 비상대책회의에 참석한 입주기업인들이 최근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실무회담이 결렬되자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다. ⓒ 유성호


6차 실무회담에서 공단 중단사태 재발방지 보장과 관련, 북측이 추가한 "남측은 공업지구를 겨냥한 불순한 정치적 언동과 군사적 위협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담보하며, 북측은 이상의 문제가 제기되지 않는 한 출입차단, 종업원 철수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것을 담보한다"는 조항만 철회한다면, 입주기업 입장에선 북측 합의안도 받아들일 만하다는 것이다.

이 조항과 관련해선 해프닝도 있었다. 주최측이 이날 발표하려고 한 성명서에는 "북측 당국은 정치적 언동과 군사적 위협 등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가동중단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확실하게 철회해야 합니다"라는 문장도 들어 있었다. 그러나 비대위 공동위원장들이 '하루 전 회의에서 결정된 성명서에는 이 대목이 없었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공동위원장들은 "북측이 저런 말을 하지 않았는데 이런 문장을 넣는 건 결국 또 정부에 놀아나는 것 아니냐"고 따졌고 회의 참석자들이 박수로 이들을 뒷받침했다. 결국 성명서는 하루 전 회의에서 합의한 대로 발표됐다. 그만큼 이날 회의에선 '더 이상 정부가 하자는 대로만 할 순 없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정부 신뢰 잃었다"... "차라리 내가 회담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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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입주기업인 "삶의 터전 돌려 달라" 개성공단 출입차단 119일째인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 위치한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 사무실에서 입주기업 대표들이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해 논의를 하고 있다. ⓒ 유성호


이런 분위기는 회의 중 나온 발언 내용에서도 거듭 확인됐다. 유창근 비대위 대변인은 공단 중단 사태 경과를 보고하면서 "정부가 신뢰를 중시하면서 신뢰 프로세스를 한다고 하지만 이미 정부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린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정기섭 공동위원장은 공개 발언을 통해 "정부가 '개성공단이 남북관계의 시금석'이니 뭐니 하면서 개성공단을 통해 남북관계를 바로잡겠다고 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을 바로 잡는데 왜 기업이 손해를 보느냐"면서 "정부가 50년, 그 이후까지도 투자재산을 보장해 놓고, 남북회담이 입맛에 맞지 않으면 폐쇄한다고 하는 게 상식에 맞느냐. 과거 정부가 한 약속이라고 지금 정부가 아무런 책임이 없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새 정부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공단을 일방적으로 폐쇄할 합당한 권한이 정부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참석자들이 큰 박수로 호응했다. 정 위원장은 정부가 '국민 신변안전 보장' 차원에서 개성공단 완전 철수를 단행한 데 대해서도 "공단 안에서 신변위협은 없었다. 주식꺼리도 충분했다"며 "공단에서 10년 동안 사업을 하면서 주재원이나 방문한 기업인에 대한 신변위협은 단 한번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집에서 기르던 개도 잡아먹힐 것 같으면 주인에게 대든다"며 "이제는 우리도 할 말은 할 때가 됐다"고 소리 높였고 참석자들이 다시 큰 박수로 호응했다.

한 참석자는 "정부가 계속 그렇게 신변안전을 이유로 내세운다면 신체포기각서를 쓰든지, '우리 신변은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연판장을 만들든지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다른 참석자는 "회담이 6차까지 온 건 정부에 공단 정상화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며 "차라리 내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오겠다. 내가 목숨 걸고 받아둘테니 날 회담장으로 보내달라"고 하기도 했다.

비대위는 개성공단 폐쇄를 막기 위해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는 인터넷과 거리에서 온·오프라인 100만명 서명운동을 벌이고 국회 앞과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릴레이 3000배를 이어가고, 각 기업대표들의 단식투쟁 등을 계획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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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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