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악동뮤지션 스타일'이라는 짐, 이 남매가 걱정이다

[주장] 'K팝스타2' 출신 악동뮤지션의 음악적 변질 우려?…그 우려가 우려스러워

13.05.31 15:10최종업데이트13.05.31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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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서바이벌 오디션 우승을 차지하며 가요계에 데뷔한 악동뮤지션(이찬혁·이수현 남매).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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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잘 모르겠다. 사람들의 말대로 악동뮤지션(이찬혁·이수현)이 천재인지 말이다. 확실한 건 이들이 자기 나이에 맞는 감성을 아주 절묘하게 살려낼 줄 안다는 거다. 어른들의 작품을 흉내 내지 않고 자기 나이, 자기 수준, 자신의 정서에 맞게 글을 쓰는 아이들이 백일장에 꼭 한명씩 있지 않던가.

어른을 흉내 내지 않은 그 당당함이 대중들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오디션 프로가 원하는 신인의 모습이 이미 공고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혀 예상치 못한 보석들이었다. 한결같이 비슷하게만 보이는 R&B 창법에 집착하며 가창력의 향상을 고민하는 것에 대해 남매는 큰 의미를 느끼지 못한다. 누군가를 따라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으니 표현의 제한이 있을 리 없었다. 제한이 없으니 아이디어는 넘치고 음악을 하는 매 순간이 즐거울 수밖에.

악동뮤지션은 그렇게 자유분방하게 자신들의 생각과 이야기를 노래에 담았다. 카메라 앞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음악을 가지고 놀았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결국 이들이 SBS <K팝스타2>의 우승을 차지했지만, 대중들에게 오디션 순위는 이미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대박 신인의 탄생이었다. 

즐거운 '놀이'에서 '직업'이 된 남매의 음악

악동뮤지션 ⓒ SBS


집에서 음악을 놀이로 해오던 남매는 그렇게 생각지도 않게 대중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업고 직업적 음악가가 됐다. 국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했고, CF에도 출연했으며, 유명 제빵업체의 프로모션 음원 '콩떡빙수'도 발매했다. 음원 성적도 준수하다. 얼마 전에는 드라마 OST 음원에 맞춰 뮤직비디오도 찍었다. 한 마디로 잘 나간다.

김 빼긴 싫지만 한창 주가를 올리는 이 시점에서 슬슬 걱정이 든다. 아무리 즐거운 일이라도 그것이 일이 되면 고달파지는 법. 어떤 직업이든 돈이 걸린 프로의 삶은 언제나 고되다. 음악가도 다르지 않다. 자기감정과 상관없이 비즈니스로 돈을 벌기 위해 곡을 써야할 때도 생기고,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무대에서 웃는 얼굴로 사람들을 대해야 하는 순간도 찾아오기 마련이다.

비상식적인 공격도 서슴지 않는 누리꾼들의 댓글 하나하나에 의기소침해질 수도, 본의 아닌 말실수에 머리를 숙이는 일들도 생길 수도 있다.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논란성 기사를 써대는 연예매체들의 표적이 될 지도 모른다. 그쯤 되면 길을 가다 아는 척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슬슬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할 것이다. 그런 일은 아예 없는 게 좋지만 그게 어디 쉬울까. 시련은 언제나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찾아온다.

유명해질수록 그만큼 적은 많아진다. 적은 자신이 될 수도, 누리꾼이 될 수도, 아주 가까운 사람이 될 수도 있다. 당연히 온갖 스트레스에도 의연히 대처할 수 있는 고도의 정신력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연예계는 그만큼 거친 분야다. 모든 사회생활의 본모습이기도 하다. 서른 남짓의 어른이 되어서도 견디기 힘들다고 말하는 세상살이다. 하물며 중고등학생인 이들 남매가 막 시작한 사회생활이 오죽할까.

스타일 고수 아닌 음악적 자산 축적해야 할 때

무엇보다 걱정이 되는 건 이 남매의 음악이다. 기획사에 들어가면 이들의 음악적 스타일이 변질되지 않겠냐는 우려 따위를 말하는 게 아니다. 사실 그 우려가 우려스럽다. 사람들은 아직 어린 나이의 그들에게 '악동뮤지션 스타일'이라는 무거운 프레임을 얹어줬다. 많은 음악을 듣고 이런 저런 시행착오를 거치며 다양한 음악적 자산이 축적돼야 할 나이에 벌써부터 자신들의 스타일을 고수해야만 하는 무거운 사명이 주어진 것이다.

이렇게 창작의 폭이 제한될수록 이후에 만들 음악들은 생산이 아닌 소진이 된다. 심적인 압박은 커지고 그만큼 임팩트는 떨어지게 돼있다. 그렇게 대중의 요구로 고수한 현재의 음악 스타일이 5년, 10년이 지나서도 사랑받을 수 있단 보장도 없다. 이전 스타일을 계속 선보이면 식상하다 말하고, 새로운 시도를 선보이면 이전 음악이 더 좋았다고 말하는 게 대중의 취향이다. 그 딜레마 속에서 허우적대다 몰락한 프로 뮤지션들은 셀 수 없이 많다.

그간 장황히 늘어놨지만, 결국 걱정은 하나다. 남매가 즐겁게 하던 놀이가 이제 직업이 됐고, 앞으로의 일상이 사회생활이 됐으며, 결정적으로 이 모든 것을 너무 어린나이에 시작하게 됐다는 사실이다. 앞으로는 버스킹 활동을 하던 이전 시절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고민들을 안고 지내야 한다. 몽골에서 자란 순수한 이 남매,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냉혹한 현실을 이 남매가 아는지 모르는지 알 수는 없지만, 어쨌거나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는 앞으로 헤쳐 나가야만 한다. 일이 힘에 부칠 때, 세상이 뜻대로 응해주지 않아도, 지금의 선택이 두 남매, 더 나아가 가족 모두의 결정임을 잊지 마시라. 아무쪼록 앞으로의 음악생활, 별 탈 없이 순탄하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더불어 기획사와 팬들을 포함한 모든 이들이 악동뮤지션을 소중히 다뤄주기를. 분명 그만한 가치가 있는 새싹들이다. 확실히.


악동뮤지션 이찬혁 이수현 K팝스타2 콩떡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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