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걸려 포착한 진짜 오로라, 한 번 보실래요?

박종우 사진전 <오로라 보레알리스(Aurora Borealis)>

등록 2013.05.03 10:44수정 2013.05.03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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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빚은 빛의 예술, 오로라 ⓒ 박종우


멋진 예술 작품이나 장엄한 풍경, 출중한 사람에게서 우리는 종종 '아우라(Aura)'를 느낀다는 말을 하곤 한다. 예술작품에서 흉내 낼 수 없는 고고한 분위기라는 의미로, 발터 벤야민이라는 한 독일 철학가의 예술 이론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아마 그는 오로라 (Aurora)를 접하고 나서 그런 말을 지어내지 않았을까 싶다.

갤러리 토포하우스에서 열리고 있는 박종우 작가의 사진전 <오로라 보레알리스(Aurora Borealis)>을 감상하다가 퍼뜩 든 생각이다. 오로라 보레알리스는 '북극광'이라는 뜻으로, 북극 지방의 밤하늘에 나타난 오로라를 촬영한 풍경사진들이 눈앞에서 비현실적으로 펼쳐진다. 남극 지방에 나타나는 같은 현상은 '오로라 오스트랄리스'로 부른다고. 벤야민은 오로라의 철학가다운 의미도 남겼다.


'아무리 멀리 있어도 가까운, 아무리 가까이 있다고 느껴지더라도 먼 것의 일회적 나타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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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 토포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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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 박종우


가끔씩 인터넷에서 사진으로만 떠돌던 오로라의 신비한 모습을 큰 사진으로 현장감 있게오롯이 감상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언젠가, 한때, 분명히 하늘 한 구석에 존재하고 있었지만 사진으로 담아내기는 쉽지가 않다는 그 '오로라'의 실체가 촬영되어 지금 내 앞에 펼쳐지고 있다니...

사진을 보면 볼수록 자연이 만든 판타지에 빠져들어 쉬이 눈을 떼기가 힘들다. 더불어 이런 사진을 찍기 위해 지구의 북쪽 끝 동네까지 가서 얼마나 힘들고 많은 노력을 했을까, 하며 작가의 노고에 감탄했다. 

사진 장비들이 첨단화되고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오로라 사진이 이렇게 예술 작품으로 탄생하기까진 온전히 작가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원석이 보석으로 다시 탄생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작품 설명이 담긴 안내장에 작가가 오로라를 제대로 포착하기까지는 15년이 필요했다고 적혀 있었다. 

빛의 시원(始原), 오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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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지방의 혹한의 계절속에서 홀연히 나타나는 기상현상, 오로라 ⓒ 박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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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현상이 예술 작품으로 탄생하기까지엔 작가의 오랜 노력이 숨어있다. ⓒ 박종우


'사진가는 본능적으로 빛을 좇게 되는데, 지구상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궁극적인 빛의 움직임이 바로 오로라다. 오로라 사진은 풍경사진이지만 그 안에는 원형의 빛이 들어 있다. 그 환상의 빛을 찾아다니는 것은 마치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 박종우 작가

머나먼 지구의 북쪽 끝, 지상에서 100여 km 정도 떨어진 우주공간에 아주 가끔씩 나타나 커튼 모양으로, 또는 나비의 날개 모양으로 춤을 추다가 꿈결인 듯 이내 사라져버리고 마는 오로라.

과학적 상식과는 별개로, 나에게 오로라는 우주로 높이 날아 올라간 지상의 티끌들이 반짝이는 별무리가 되어 밤하늘을 여행하다가 가끔씩 사람의 마을에 놀러오는 것처럼 보였다. 북극지방에 사는 이누잇(Inuit)족의 전설에 따르면, 오로라는 저승에 영혼이 있다는 증거라고 한다. 오로라가 횃불을 들고서 방황하는 여행자들을 최종 여행지까지 안내하는 영혼에게서 나온다고 믿고 있다.

올해 2013년은 11년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태양 활동의 극대기라고 한다. 태양의 흑점이 수시로 폭발하고 우주로 퍼져나간 태양의 입자들이 태양풍을 타고 지구 근처에 왔다가 지구의 자기장에 이끌려 대기 중으로 진입, 공기 분자와 상호작용을 하며 북극과 남극 혹은 북반구와 남반구의 고위도 지방에 자주 오로라를 발생시키고 있다고 한다.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이 신비하고 아름다운 기상 현상은 태양이 만들어 내는 작품이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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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름다운 빛의 시원이 태양이라니 더욱 신비롭다. ⓒ 박종우


위대한 모험과 도전의 길, 1800km의 아이디타로드(Iditarod)를 달리는 세계적인 개썰매 대회를 보러 꼭 가보고 싶은 곳, 알래스카에서도 가장 경이롭고 장엄한 오로라를 자주 볼 수 있다고 한다. 별이 빛나는 밤에 하늘 위에서 빨간색, 초록색 그리고 노란색 등으로 빛나는 오로라가 나타나는데 이 광경을 보면 누구라도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과 경외심을 느낀다고.

그 멀리까지 가서 오랜 시간을 투자해 이런 사진을 찍어 보여주는 작가가 고맙고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진작가 박종우는 11년간 <한국일보> 기자로 근무했다. 저널리스트에서 다큐멘터리스트로 전환한 후 히말라야와 티벳 지역 기록, 몽골리안 루트와 숨겨진 오지 탐사 등을 통해 세계 각지의 사라져가는 소수민족 문화를 남기는데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그는 현재 유네스코 문화 교류 활동과 함께 종전 60년을 맞는 한국의 DMZ 지역에 대한 촬영을 진행 중이다.
덧붙이는 글 ㅇ 갤러리 토포하우스 ;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4번지 (수도권 전철 1호선 종각역 3-1출구, 지하철 3호선 안국역 6번 출구 도보)
ㅇ 관람기간 ; 5월 14일까지
ㅇ 관람문의 ; 02)734-7555
#박종우 #오로라 #토포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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