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내각 내정자, 17명 중 9명이 '병역 의혹'

'치킨호크' 정권 비판 피하려면 국민 의혹 해소해야

등록 2013.02.21 18:47수정 2017.06.05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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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총리, 장관, 청와대 수석이 차례차례 발표되고 있다. 국무총리 후보자인 정홍원을 시작으로 국회 청문회가 진행되고 있고 곧 장관들의 청문회도 잇따를 예정이다.

세금탈루, 위장전입 등 여러 의혹들과 함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병역 관련 사항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이 대통령부터 정운찬, 김황식 국무총리, 그리고 원세훈 국정원장,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이만의 환경부장관, 정종환 국토부장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한상대 검찰총장 등 내각과 정정길 대통령실장, 윤진식 대통령 정책실장 등 청와대 요직에 병역 면제자가 너무 많아 '치킨호크(실제는 겁 많은 '병아리'면서 겉으론 '매'인 척하며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떠밀고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정치인) 정권'이라는 비판을 산 바 있다(관련기사 : <대북 강경론 외치는 이들, 알고봤더니 '치킨호크'>)

박근혜 정부 내정자 상당수 병역면제 또는 기피 의혹 제기

새롭게 들어서는 박근혜 정부 역시 이런 비판에서 그다지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먼저 초대 총리로 내정되었다가 낙마한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자신과 두 아들이 모두 질병을 이유로 병역을 면제받았다. 이어서 총리로 내정된 정홍원 후보자는 자신은 육군병장으로 병역을 마쳤지만 아들이 병역면제를 받아서 이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이외에도 여성이라 병역 의무 해당사항이 없는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을 제외하고 허태열 비서실장, 황교안 법무부장관, 이동필 농림수산부 장관,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완전히 병역을 면제받았고,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 역시 국적 상실로 우리나라 군대를 간 적이 없다(미국인으로 미해군에 근무하였다고 한다).

또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 겸 부총리, 서남수 교육부장관, 윤병세 외교 외무부 장관은 질병을 이유로 보충역 판정을 받은 바 있다. 나머지 통일부 유길재, 국방부 김병관, 고용노동부 방하남, 환경부 윤성규, 보건복지부 진영, 산업통상자원부 윤상직, 안전행정부 유정복, 문화관광부 유진룡 장관 등 8명만이 장교 또는 병장으로 만기제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 공직자들의 병역 면제에 대해서 국민정서는 매우 민감하다. 특히, 첫 신체검사에서 현역 대상이었다가 나중에 재검으로 병역을 면제 받는 경우, 또는 이후 호전되거나 증상이 사라져서 아무런 문제가 없이 생활하고 있는 경우 등에 대해서는 더욱 의혹이 갈 수밖에 없다. 각 후보자들의 병역 현황을 사유별로 자세히 살펴 보자.


두드러기, 손가락마비, 통풍, 디스크, 색맹... 사유도 가지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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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도 병역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할 듯하다. 후보자들 중 총리아들, 비서실장과 법무부, 농림수산부, 국토교통부 장관, 교육부 장관 후보자 등의 병역 면제 또는 기피 의혹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 김행수


먼저 정홍원 총리 내정자는 자신은 육군병장으로 제대를 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후보자의 아들이 첫 신체검사에서는 현역 판정을 받았다 4년 뒤 재검으로 허리디스크로 면제 판정을 받았다. 이후 그는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로 재직 중인 것에 대해서 시선이 곱지 않다. 총리 후보자였다 낙마한 김용준 전 총리 후보자의 아들도 통풍과 체중미달로 군면제를 받은 후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변호사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의혹을 산 바 있다.

내정자들의 병역 면제 사유는 다양하고 독특하다. 먼저,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 내정자는 폐결핵을 앓아 왼손 검지와 중지, 약지 등 세 손가락에 마비 증상(수지강직)이 있어 군 복무를 면제받았는데, 이후 치료를 통하여 지금은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병무청은 2004년 병역면제를 위해 손가락 마비를 악용하는 사례가 많아 수지강직 판정을 병역 면제 사유에서 제외했다고 한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대학 재학을 이유로 징병검사를 연기했하다가 징병검사에서 가려움을 수반한 피부 두드러기의 일종인 만성 담마진으로 병역 면제 처분을 받았는데, 그는 당시 계속해서 통원치료를 받고 약을 복용하였다고 밝혔다.

농림축산부 이동필 장관 후보자도 폐결핵을 이유로 병역이 면제받았는데, 이 후보자 자신은 신체검사를 받을 때까지 자신에게 폐결핵이 있는 줄도 몰랐다고 한다. 평소 정상적으로 생활하고 있어 병이 있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1, 2차 신검 모두에서 폐결핵으로 면제 판정을 받은 것이다.

국토교통부 서승환 장관 후보자는 태어나자마자 오른쪽 다리에 소아마비가 있어 그 후유증을 계속 앓아오다가 신체검사에서 5급을 받아 병역 면제 판정을 받았다. 미래창조과학부 김종훈 장관 후보자는 한국 국적을 포기하여 우리나라의 병역 의무는 면제를 받았다. 그는 미국시민권자로서 미국 해군 장교로 지원 복무했다고 밝혔다.

국민 신뢰 얻으려면 고위공직자부터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보충역 판정을 받은 후보자들에 대한 시선도 곱지는 않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결핵으로 인한 골수염을 이유로 보충역 판정을 받았는데, 그의 아들도 허리 디스크 판정을 받아 현역 대신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한 것으로 밝혀졌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애초 신체검사에서 현역 입영대상 판정을 받았지만, 외무고시에 합격한 뒤 재검을 받아 허리(척추) 디스크를 이유로 보충역 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의혹을 사고 있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신체검사를 연기하다가 색맹과 근시, 하악 관절 장애를 이유로 보충역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1974년 징병검사 때는 양쪽 모두 0.5로 근시판정을 받았던 시력이 1979년 공무원인사카드에는 좌 1.5, 우 1.2로 돼 있고, 보충역 판정의 근거였던 '색맹'이 '적록색약'으로 되어 있다.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의학적으로 불가능한 치유능력이 생겼다"며 의도적인 병역 회피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고위 공직 후보자 17명 중 9명이 현재 자신 또는 아들과 관련하여 병역 면제 또는 기피 의혹을 받고 있다. 물론 이들을 모두 의도적인 병역 기피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강조'되는 고위 공직자들이 일반 국민들보다 더 병역 면제가 많은 것은 비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그 사유가 일반인들에겐 드문 만성 담마진(두드러기), 통풍, 손가락 마비, 체중미달, 색맹, 디스크 등이라는 것은 의혹을 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신체검사 이후에는 치료되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는 점 역시 국민들의 의혹을 살 만하다.
#병역면제 #박근혜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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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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