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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맞은 영화 '크리스마스 캐롤'의 재해석...4편 철저분석

[영화리뷰] 제철맞은 영화 <크리스마스 캐롤> 4편을 분석했다

12.12.24 16:45최종업데이트12.12.2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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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트위스터>, <위대한 유산> 등으로 유명한 영국 소설가 찰스 디킨스가 1843년에 발표한 소설 <크리스마스 캐롤>은 이후 '크리스마스'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소설은 발표 이래 한 번도 절판된 적이 없으며, 현재도 많은 판형으로 출판되고 있다. 연극, 뮤지컬, 영화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도 <크리스마스 캐롤>은 인기 소재다.

소설이 만들어진 1840년대는 경제적으로 불안했던 시기다. 찰스 디킨스는 소설 <크리스마스 캐롤>으로 함께 사랑을 나누는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했다. 어려운 시기를 소설로 치유해주고 싶었던 그의 바람은 소설에 잘 표현되어 있다. <크리스마스 캐롤>은 가진 사람이 없는 사람을 도와주어야 한다는 자선을 독려하고, 서로 마음을 열어 모두 웃는 사회를 만들자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발표된 지 170년이나 지난 소설이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모두가 함께 웃고 즐기는 크리스마스를 염원하는 마음은 시대를 초월한 보편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구두쇠의 상징이 된 (<크리스마스 캐롤>의 주인공) 스크루지가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를 돌아보는 여정을 거치며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난다는 줄거리는 우리 모두에게 설득력이 있다.

<크리스마스 캐롤>는 많은 실사 영화와 만화 영화로 우리에게 선보였다. 그중에서 국내에 DVD로 출시되었거나, 웹하드의 다운로드 서비스를 통해 접할 수 있는 <크리스마스 캐롤> 영화 4편을 소개한다. 이 영화들을 통해 잃어버린 동심을 찾는 시간을 가지고, 주위 사람들에게 조금 더 관심을 쏟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이 따뜻한 크리스마스 보내시길. 메리 크리스마스!

▲ <크리스마스 캐롤> 감독 브라이언 데스몬드 허스트/ 출연 캐슬린 해리슨, 머빈 존스, 앨러스테어 심/ 1951년/ 88분 ⓒ Nettlefold Studios


브라이언 데스몬트 허스트 감독의 1951년 작품 <크리스마스 캐롤>은 흑백으로 제작되었다. 흑백의 화면은 배금주의에 물든 스크루지가 지닌 냉정한 얼굴의 명암을 도드라지게 나타내는 효과를 발휘한다.

원작 소설에서 표현된 유령이나 시공간의 이동은 기술적인 한계 때문에 단조롭게 표현되었다. 대신에 원작 소설에서 다소 부족했던 스크루지의 성격 형성 과정을 새롭게 추가시켰다. 아버지와의 관계, 여동생의 죽음, 조카의 의미, 동료 말리와의 만남 등은 스크루지가 왜 그렇게 변했는지에 대해 인과를 부여한다. 또한, 급속하게 기계화로 변모하는 시대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우는 대목에선 영화가 만들어진 1950년대 미국 사회의 불안감을 읽을 수 있다.

▲ <크리스마스 캐롤> 감독 클라이브 도너/ 출연 조지 C. 스콧, 프랭크 핀레이, 안젤라 플리센스/ 1984년/ 100분 ⓒ Entertainment Partners


TV용 영화인 클라이브 도너 감독의 <크리스마스 캐롤>은 TV용에 맞게 1.33:1의 화면 비로 제작되었다. 화면 비 외에도 불특정 다수가 시청하는 TV 성격에 맞추어 변화를 주었다. 시청자를 위한 친절한 배려로 생략보다는 상세한 설명이 잦다. 이를 위해 대사와 행동은 풍부하게 제공된다. 지나치리만치 많다고 느껴질 정도다.

과장된 연기가 적다는 점도 눈에 들어오는 특징이다. <패튼 대전차 군단>으로 1971년에 개최된 제43회 아카데미상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명배우 조지 C. 스콧이 분한 스크루지엔 위엄이 있다. 영화의 성격도 그의 연기에 맞춘 모습을 보여준다. 스크루지와 유령들은 담담하게 인생을 논하는 대화를 나눈다. 쉽사리 자신의 선택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완고하게 저항하는 스크루지의 모습엔 현실성이 담겨있다.

기술적인 표현은 여전히 한계를 띄고 있지만, 원작 소설과 다르게 맞춘 연기 덕분에 영화의 완성도는 대단히 높다. 다소 을씨년스럽게 구성된 몇몇 장면은 공포 영화를 연상케도 한다. 마치 한겨울의 공포 특선이라고 해도 어울릴만하다.

▲ <스크루지> 감독 리처드 도너/ 출연 빌 머레이, 카렌 알렌, 존 포사이스/ 1988년/ 101분 ⓒ Paramount Pictures


리처드 도너는 <오멘>, <슈퍼맨>, <구니스>, <리쎌웨폰> 시리즈 등으로 1970~1980년대 할리우드를 대표했던 명감독이다. 다양한 장르에서 재능을 발휘했던 그는 코미디에도 능통했다. 그의 재능에 한 시대의 코미디를 풍미했던 명배우 빌 머레이가 힘을 합친 영화가 <스크루지>다.

소설 <크리스마스 캐롤>을 기반으로 했지만, 이야기는 완전히 현대적인 색채로 고쳐졌다. <스크루지>의 주인공은 시청률에만 오로지 목멘 나머지 크리스마스 특집 방송 '스크루지'조차도 자극적으로 변형시켜 방송하려는 프랭크 크로스(빌 머레이 분) 사장이다.

영화 <스크루지>는 원작 소설의 '돈'을 현대적인 시각에서 재해석하여 '시청률'로 치환시킨다. 프랭크 크로스의 모습을 통해 방송의 순기능을 언급하면서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부각하는 방식을 취한다.

코미디라는 장르에 걸맞게 동료 말리의 유령은 황당하기 짝이 없는 모습으로 등장하여 관객의 웃음을 자아낸다. 이어지는 크리스마스 과거, 현재, 미래의 유령도 예상치 못한 모습과 행동으로 관객을 놀라게 만든다. 찰스 디킨스가 살아있다면 이 영화를 보고 어떤 웃음을 지을지 궁금하다.

▲ <크리스마스 캐롤>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출연 짐 캐리, 게리 올드만, 콜린 퍼스, 밥 호스킨스/ 2009년/ 96분 ⓒ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지금 3D 영화를 거론하면 첫 번째로 떠오르는 인물은 단연코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다. 하지만 <아바타>가 도착하기 이전에 3D 영화의 대표주자는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었다. <백 투 더 퓨쳐> 시리즈, <포레스트 검프>, <콘택트> 등의 영화로 대단한 성공을 거두던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3D 영화에 매진했다. <폴라 익스프레스>와 <베오울프>는 그가 3D 영화로 고스란히 보낸 10년의 결과물이다. 그리고 10년의 마지막은 <크리마스 캐롤>로 장식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안면 표정 연기로 세계적인 배우에 올라선 짐 캐리는 로버트 저메키스가 구상한 <크리스마스 캐롤>에 가장 이상적인 연기자였을 것이다. 이미 <그린치>에서 크리스마스 악당의 이미지를 구축한 바도 있으니 금상첨화. 짐 캐리의 연기와 로버트 저메키스의 기술이 만나 소설 <크리스마스 캐롤>은 3D CG 애니메이션으로 태어났다.

로버트 저메키스의 <크리스마스 캐롤>은 기술적인 면에서 다른 <크리스마스 캐롤>들을 넘어섰다. 상상을 제한하지 않는 기술력은 소설의 모든 묘사를 훌륭하게 재현한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도시의 풍경은 소설 속 풍경 그대로 눈앞에 나타나고, 지금까지 기술의 제한으로 인해 묘사가 제한되었던 크리스마스 과거, 현재, 미래의 유령은 가장 소설에 가까운 모습으로 선보인다.

원작 소설과 다른 영화들에서 '현재의 크리스마스 유령'이 자신의 이름을 팔아먹는 존재들을 모호하게 언급했던 반면,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은 '성직자'라고 직접적으로 비판한다. 감독이 종교에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유추해볼만한 흥미로운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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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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