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25년 전 TV에 비친 유재하의 모습은?

[TV리뷰] 고 유재하를 진심으로 추모한 <유희열의 스케치북> 'Thanks to 유재하'

12.11.03 12:29최종업데이트12.11.03 12:29
원고료로 응원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공개된 고 유재하의 유일한 TV 출연 모습. ⓒ KBS


1997년 8월, 김현철이 프로듀싱하고 조규찬이 '사랑하기 때문에'를, 정재형과 이적이 '우리들의 사랑'을, 이소라가 '그대와 영원히'를 부른 <유재하를 추모하는 앨범 1987 - 다시 돌아온 그대 위해>는 그 자체만으로도 화제였다. 유재하의 첫 번째 앨범이자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출신 가수를 비롯해 당대의 내로라하는 뮤지션이 총출동한 완성도 있는 음반이었다.

'그대의 작은 나무, 우리에겐 큰 그늘을 드리우죠. 이 노랠 드릴게요. 이제 다시 돌아온 그대 위해.' (<다시 돌아온 그대 위해> 중)

1987년 11월 1일, 고 유재하가 유명을 달리한 지 25년이 지났다. 언제나 그랬듯이 사람은 떠났어도 음악은 남는다. 고 유재하를 위해, 3일 방송된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또 한 번 빛나는 감각을 뽐냈다. 'Thanks to 유재하' 편을 통해서다.

유희열을 필두로 추모앨범에 참여했던 이적과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출신 스윗소로우, 그리고 유재하의 동료인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 전태관 등이 출연해 프로그램 전체를 고 유재하의 1집 노래로 채웠다. 지상파 사상 첫 시도였다.

"저는 요즘도 컴퓨터 켜면요, 유명한 SNS에서 친구 중에 '유재하'를 찾아봐요."

유재하와 함께 연주했던 기타를 들고 나온 김종진의 목소리가 촉촉해졌다. 동료들과 모임을 갖고 귀가하던 유재하가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비보를 듣고 1시간을 울었다던 그다. 한양대 작곡과에 재학 중이었지만, 대중음악에 대한 열정이 누구보다 컸다는 유재하는 생전엔 대중의 열광을 받지 못했다. 전태관 또한 그 점을 가장 아쉬워했다.

"재하가 사실은 대중 앞에서 노래를 굉장히 하고 싶어 했어요. 심혈을 기울여서 음반을 만들었고, 그 음반이 여러분에게 사랑받았지요. 여러분이 좋아하는 모습을 재하가 봤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마음이 아파요."

유재하와 함께 연주했던 기타를 직접 들고나온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 전태관과 진행자 유희열 ⓒ KBS


시간이 흘러도 바래지 않을 음악의, 유재하의 힘

클래식 선율이 접합된, 1980년대 당시로써는 세련된 대중음악. 열창도, 서정시인류도 아닌 꽤 담백한 목소리. 유재하는 당시 PD들로부터 방송불가 판정을 받기도 했단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이날 유재하의 유일한 TV 출연 화면을 공개하기도 했다.

1987년 3월 1집을 발매하고, <젊음의 행진>에 출연해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을 부르던 그의 모습을 브라운관에서 확인한 것만으로 이날 방송은 충분히 의미 있어 보였다. 유독 11월 초에 그를 추억하는 이가 많은 만큼, SNS에선 동 시간대 방송된 '슈퍼스타K4'와 화제를 양분하기도 했다.

더불어 22회까지 이어지며 유재하를 기리는 후배를 배출해온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1회 대상 출신 조규찬과 21회 대상 수상자 김거지가 나란히 조규찬 금상 수상곡 '무지개'를 들려준 무대 또한 팬들의 감흥을 불러일으킬 만했다. 생전 유재하가 받지 못했던 환호는 오래도록 지속될 후배 뮤지션의 작업과 그에 대한 대중의 사랑으로 보답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는 11월 17일,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출신 후배 뮤지션들은 < Dear 유재하 그대 내 품에> 라는 공연 무대에 선다. 정지찬(8회), 박원(19회)이 결성한 원모어찬스, 오지은(17회), 이한철(6회), 스윗소로우(16회) 등이 함께하는 스탠딩 공연이다.

15년 전 출시된 <다시 돌아온 그대 위해>가 동시대 활약할 수도 있었던 후배들의 마음이 담긴 추모앨범이었다면, 2일 출시된 <우리들의 유재하>는 제22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출신 가수들이 자발적으로 작업한 첫 번째 추모 앨범이다. 유재하의 '가리워진 길'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우리들의 유재하> 프로젝트는 앞으로 지속될 계획이라고 한다. 

매해 11월이면 음악 팬들의 가슴을 촉촉하게 적시는 유재하를 브라운관으로 소환한 <유희열의 스케치북>. 'Thanks to 유재하' 편은 사람과 사람을 매개시켜 주고 기억을 되살리는 음악, 특히 유재하의 힘을 확인시켜 준 '레전드' 편으로 남지 않을까.

유재하 유희열의스케치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