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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교육감 '반성'하게 한 영화, 짠하다

참교육을 향한 젊은 교사의 고군 분투, 교육 힐링 영화 <지상의 별처럼>

12.08.31 19:17최종업데이트12.08.31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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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샨과 대면하는 니쿰브 선생. 영화 '지상의 별처럼' 한 장면 ⓒ 엣나인필름


영화가 클라이맥스에 다다르는 순간 관객들의 손은 눈가에 가 있었다. 외톨이였고 왕따였던 이샨이 숨겨진 재능을 통해 둘러싸여 있던 굴레에서 벗어나는 순간 다들 감정이입이 된 듯했다. 사막처럼 메마른 감정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누구든 마음을 촉촉이 적시는 감동의 빗줄기에 반응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낙오자요 패배자였던 주인공이 미운오리새끼에서 백조로 변신하는 모습은 뭉클함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그보다는 과정을 통해 가르치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아이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가 더 눈에 들어온다. 이론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천이 부족한 시대에, 그 실천의 필요성을 일깨워주려는 것이 영화가 맞춘 초점이기도 했다.

헌신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한 사람의 주인공을 통해 상징적으로 묘사된다. 그 순간 영화는 스크린 안에 머물지 않고 파장을 밖으로 넓혀 나간다.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이 떠올려지기도 하지만 <지상의 별처럼> 니쿰브의 매력이 훨씬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경쟁사회의 수혜를 입고 있는 사람들은 외면할지도 모르겠으나, 영화가 보여주듯 상처 입은 교육을 치유할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하게 된다.

이샨을 치유하는 내용이지만 영화를 곰곰이 들여다보면 정작 치유가 필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아는 것은 어렵지 않다. 치유가 필요한 사람이 학생인지, 교사나 학부모인지, 아니면 제도인지를 알려주는 게 영화 <지상의 별처럼>의 미덕이라고나 할까?

'미운오리새끼'를 향한 교사의 고군분투 

혼자 상상하기를 좋아하는 이샨 아와스티. 영화 '지상의 별처럼' 한 장면 ⓒ 엣나인필름


이샨 아와스티. 초등학교 3학년인 그는 참 독특한 아이다. 3학년이 됐는데도 읽기는커녕 쓰기도 제대로 못하는 학습 부진아다. 수학실력은 또 어떤가? 곱셈을 농락하는 발칙한 상상력은 아주 대단하다. '3×9=3'이라는 답을 아주 천연덕스럽게 적어낸다. 수에 대한 개념보다는 은하계 3번째 행성인 지구가 9번째 행성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위치해 있으니 3이라는 답이 나올 뿐이다. 상상력의 결과물이다. 

자기 앞으로 굴러온 공을 엉뚱한 데로 던져 동네 아이와 싸움을 벌이지 않나, 문장을 읽으라는 선생님의 지시에는 글이 춤을 춘다면서 중얼중얼 횡설수설로 벌을 초래하지 않나. 무단으로 학교를 이탈해서는 혼나는 게 걱정돼 형에게 조퇴사유서 조작을 사정할 만큼 엉뚱한 구석도 많다. 상상하기를 좋아하고 해맑은 이샨이지만 우등생인 형과 비교해 볼 때 어떤 점에서는 돌연변이 같은 아이다. 

학습 진도를 제대로 못 쫓아가는 이샨에게 선생님들도 모두 두 손 든 표정이다. 한 학년을 유급당했는데 이 상태로는 또 다시 유급이 불가피한 상황. 끝내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게 된 부모는 이샨을 기숙학교에 보내기로 한다.

가족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에 이샨은 울부짖으며 싫다고 하지만 이샨의 아버지는 아들과 아내의 눈물 앞에서도 냉혹하기만 하다. 형벌을 받는 듯한 이샨의 모습은 안타까우면서 연민의 마음을 갖게 만든다. 그렇다고 기숙학교에 들어간 이샨의 학습능력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가족과도 떨어진 마당에 학습부진으로 끊임없이 매 맞고 벌 서면서 힘 잃은 어깨는 더욱 쳐지기만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젊은 니쿰브 선생이 임시교사로 부임하면서 전환점이 생긴다. 제대로 읽고 쓰지 못하는 이샨을 눈여겨보기 시작한 니쿰브 선생님. 이샨은 왜 남들만큼 학습능력이 떨어지고 그의 눈에는 왜 글씨가 춤추는 걸로 보일까?

해답을 향한 니쿰브 선생의 고군분투가 시작되면서 영화는 더욱 흥미 있어진다. 이샨의 숨겨진 재능을 일깨워주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과정은 감동적이다.

인도 이야기라는데, 우리 사회 현실도 똑같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가르치는 니쿰브 선생. 영화 '지상의 별처럼' 한 장면 ⓒ 엣나인필름


<지상의 별처럼>은 따뜻하고 감성적인 작품이지만 내용적으로 교육제도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개인의 개성과 능력이 각각인 만큼 아이들의 재능 역시 하나의 기준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무리라고도 말해준다. '모든 인간은 선하다'는 성선설처럼 모든 아이들은 별과 같다는 것이 영화가 남겨 주는 교훈이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오직 승자와 패자만이 존재하다보니 다양한 개성은 획일적 교육체계 안에서 공존할 수 없게 보이기도 한다. 창의적인 교육을 말하기는 하지만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그 틀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는 모두 패배자와 낙오자가 되고 만다.

그 과정에서 하나하나가 소중한 별들의 가치가 퇴색되는데, <지상의 별처럼>은 이런 상황을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롭게 꼬집는다. 맹렬한 비판보다는 부드럽게 지적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 특징이다. 따뜻하게 모두를 보듬어 안으면서 동화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 안에는 깊은 사회성이 담겨 있다.  

영화 속 교육 현실은 전혀 낯설지가 않다. 인도의 모습이지만 우리의 현실이 그대로 투영돼 있어서다. 주변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그러다 보니 이야기 전개가 더욱 공감된다. 학습능력이 부진해 웃음거리가 되고 체벌을 당하는 등 인도 아이들의 모습은 다른 나라 아이들이 아닌 지금 우리 사회 아이들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니쿰브 선생의 존재가 한 줄기 빛과 다름이 없게 보이는 것 역시 이런 현실 덕분이다. 특수학교에서 장애아들을 가르치기도 하는 그는 특수학교 학생들도 일반학교에서 교육을 받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깨어있는 교사다. 무리에 뒤쳐진 한 아이의 잠재성을 살려내기 위해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는 모습은 참교육의 표본이기도 하다.  

"상태만 이야기할 뿐 원인을 찾지 않으려 한다"는 외침은 영화 속 상대에게만이 아닌 이 땅 학부모나 교사들 모두를 향한 외침처럼 들린다. 매우 실제적인 문제에 대한 지적이기에 그의 외침은 영화 속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우리 교육 현실에 대한 쓴소리가 되어 스크린 밖으로 메아리치는 것이다. 영화를 본 교사 학부모 등이 뜨끔해 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곽노현 교육감 "반성도 되고 감동도 먹었다, 아이들한테 미안"

'지상의 별처럼' 특별시사회에 참석한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 성하훈

9월초 개봉을 앞두고 있는 이 영화는 지난 16일 특별시사회를 통해 교육 주체들에게 먼저 선보였다. 곽노현 교욱감을 비롯한 서울 교육청 관계자들과 교사·학부모 단체,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 집행위원장 등이 직접 참석해 영화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영화가 상영되기 전 "아이들은 모두 별이고, 교육은 별을 끌어주는 것이기에 진정한 사랑으로 다가가면 어떠한 장애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 곽노현 교육감은 영화가 끝난 후 관람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내내 반성도 되고 감동도 먹고 그랬다. 이런 영화를 처음부터 보았더라면 우리 애들을 훨씬 더 잘 키웠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아이들한테 미안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엇보다도 학부모 선생님들 이 영화 많이 보시면 좋겠다. 어떤 게 바른 교육인지 다 깊이 깨달을 것 같다. 저도 그랬다. 아이들 어떻게 키우고 이해해야할지 뭘 줘야할지 마음속 깊이 깨달음을 얻은 것 같다."

한 교사는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는 영화로 학생들에게 선생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느끼게 했다"고 말했고, 또 다른 교사 역시 "다양성을 가진 아이 모두가 빛날 수 있게 한 교육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나게 했다"며 영화에 대한 공감을 나타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의원의 부인 김정숙씨는 "아이들을 잘 키우겠다는 게 내 욕심을 투영한 것인지 반성한다"며 "영화에 '남을 밟고 일어서야만 성공한다'는 (분위기의) 한국사회가 잘 반영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영화배우 유지태씨는 "자신감을 상실한 아이들이 있다면 이 영화를 통해 치유되면 좋겠다"면서 "감동이 컸다"고 말했다. 2009년 아들을 하늘나라로 보낸 배우 이광기씨는 "따뜻한 감동을 주는 수작이다, 아이들이 세상의 별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줬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교육체계 변화 시킬 만큼 사회적 파장 컸던 <지상의 별처럼>

<지상의 별처럼>은 인도 개봉 시 최고의 흥행성적을 올렸고 인도의 각종영화제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 각본상 등을 휩쓸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월트디즈니에서 수입한 최초의 인도영화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제작 감독 주연 등 1인 3역을 맡은  인도의 국민배우이자 '발리우드' 최고의 흥행배우 아미르 칸의 연기는 안정적이면서 돋보인다. 5000대1을 뚫고 주연으로 발탁된 8살 배우 다쉴 사페리(이샨 역)의 연기 역시 천연덕스럽고 자연스러워 감탄이 나올 정도다. 우는 장면을 연기를 할 때 감정을 풍부하게 담은 탓에 촬영하던 스태프들의 눈시울까지 뜨거웠을 정도라고 한다. 

니쿰브 선생을 맡은 '아메르 칸'은 인도의 국민배우다. 영화 '지상의 별처럼' 제작과 감독까지 맡았다 ⓒ 엣나인필름


무엇보다 가장 큰 화제는 영화가 인도의 교육 체제에 영향을 끼쳤다는 점이다. 영화가 상영되면서 성적지상주의에 빠져 있던 인도 교육계가 발칵 뒤집혔고, 교육 체계의 변화까지 초래할 만큼 후폭풍이 만만치 않았다. 그만큼 사회성이 깊게 담겨 있다. 

이같은 전력 덕분에 <지상의 별처럼>은 한 장면도 편집 없이 2시간 20분간의 분량이 모두 상영된다. 인도영화는 긴 상영시간 때문에 국내서 개봉할 때는 양해를 얻어 20~40분 정도의 분량이 편집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배급사 엣나인필름 주희 이사는 "감독이 편집 없이 전체 분량의 상영을 요청해 따르게 됐다"며 "발리우드 작품의 풀버전 상영은 유일할 만큼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은 "절대 지루함을 못 느낄 만큼 영화가 잘 만들어졌다"며 긴 상영시간에 대한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덧붙이는 글 9월 6일 개봉
지상의 별처럼 곽노현 인도영화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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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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