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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라이트> 초유의 대결이 무색한 허무 반전

관객에게는 통하지 않은 속임수. 배우들의 불꽃 튀는 연기 대결은 인상적

12.08.25 09:59최종업데이트12.08.2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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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드 라이트> 공식 포스터 ⓒ 노스트로모 픽쳐스

초능력은 과학인가. 초능력을 둘러싼 학계의 논의는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영화 <레드라이트>는 '심령술과 과학의 충격적 대결'이란 문구로 홍보하고 있고, 실제 스토리도 심령술을 믿지 않는 젊은 물리학자 톰 버클리(킬리언 머피)와 잔인무도한 심령술사 사이먼 실버(로버트 드 니로)의 팽팽한 대결을 다루고 있다.

영화는 나름 심령술을 과학적으로 파헤치는 과정을 전달해준다고 하나, 미끼일 뿐이다. 결국은 자신이 소중하다고 여기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물러날 수 없는 싸움에 돌입한 두 남자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극 중 톰 버클리는 30년 넘게 가짜 심령술사들을 조사해온 마가렛 매티슨(시고니 위버) 교수를 따라 심령술의 허구를 확신하는 인물이다. 그런 그 앞에 나타난 톰에게 세기의 심령술사 사이먼 실버는 궁극의 연구 대상이다.

평소 냉철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유독 '사이먼 실버' 앞에서는 한없이 약한 모습을 보이던 마가렛은 사이먼의 진실을 알고자 혈안이 된 톰에게 사이먼을 자극하지 말라고 끊임없이 경고한다. 마가렛의 충고를 뒤로하고 뒷조사에 나선 톰은 급기야 이유를 알 수 없는 갈등에 빠진다.

미지의 힘을 가진 사이먼 실버는 그동안 톰과 마가렛이 상대한 어설픈 사기꾼들과는 차원이 다른 인물이다. 빈틈이 없어 보이는 마가렛마저 그녀의 약점을 파고들며 공격하는 사이먼은 심령술사라기보다 저명한 심리학자보다 사람의 마음을 꿰뚫으며 그들의 환심을 사는 정치인에 가깝다.

자연 원리를 역이용하여 과학 위에 군림하고자 범죄 행위까지 서슴지 않고 벌이는 주도면밀한 사이먼을 한 방에 무너뜨리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허점을 제대로 찔러버린, 상상도 못한 결말이긴 하다. 충격이라기보다 허무하기까지 했던 반전은 철저히 계산된 속임수로 사람의 눈을 속인다는 이 영화의 주제와 맥락을 함께한다.

영화 내내 지속된 톰 버클리의 미심쩍은 행동으로 보여준 복선이 다소 어이없어 보이는 반전과 결말에 제법 진지한 설득력을 보여주긴 한다. 그러나 초반 잘 형성된 긴장감과 20세기가 배출한 최고의 배우 로버트 드 니로와 할리우드 거장들이 사랑하는 아일랜드 출신 대세남 킬리언 머피 간의 살 떨리는 대결을 아쉽게 하는 마무리는 꼭 그런 반전 카드를 꺼내야 했는지를 묻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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