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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올림픽 시청, 이거 안 지키면 훅 갑니다

[뉴스 속 건강 122] 8시간 시차나는 런던 올림픽 건강하게 즐기는 법

12.08.01 14:04최종업데이트12.08.0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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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올림픽의 새벽 경기를 보느라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올림픽 기간에도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면과 규칙적인 생활이 필수다. 사진은 7월 30일 새벽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한국-스위스 축구경기를 시청하며 응원하는 사람들의 모습. ⓒ 연합뉴스


당신도 '올림픽 폐인'이신가요? 런던 올림픽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우리 선수들의 승전보도 매일 전해져 오고 있고, 신문과 방송은 4년을 기다려온 선수들의 드라마 같은 이야기들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영국과 한국의 시차는 대략 8시간. 한국이 더 빠릅니다. 경기를 TV로 보는 우리 국민의 고민도 8시간이라는 시차에서 출발합니다. 런던에서 오후에 벌어지는 경기는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새벽에 방송됩니다. TV를 시청한 직장인들은 시차 적응에 애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새벽 2~3시에 잠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 정상생활을 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낮에는 더위와, 밤에는 열대야와 싸우며 경기를 시청하는 생활을 올림픽이 끝나는 8월 13일까지 한다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만약 반복된 새벽(한국 시각) 경기 시청과 열대야로 수면이 부족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일상생활 리듬이 깨지고 낮 시간의 피로감이 심해지며 작업능률은 떨어집니다. 또한 짜증, 신경과민, 피로를 유발시킬뿐만 아니라 잠에 대한 스트레스로 더욱 잠을 이루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어, 결국 만성적인 수면장애를 겪게 됩니다.

신철 고려대 안산병원 수면장애센터 교수는 "만성적인 수면장애는 신체적인 면역기능과 자율신경계에 이상을 일으켜 소화기계 질환, 심혈관계 질환, 내분비계 질환 등의 각종 질환을 유발하고 우울증과 불안증 같은 정신 건강도 해칠 수 있다"면서 "올림픽 기간의 수면장애와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 글을 쓰는 기자도 새벽까지 경기 시청을 하기 때문에 감히 밤 12시 이후의 올림픽 경기는 보지 말고 잠을 청하라고 말씀드리지는 못하겠습니다. 그러나 저와 같은 올림픽 폐인들이 올림픽이 끝난 후 수면장애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중요한 경기가 없는 날을 골라, 최소 2~3일에 한 번은 숙면을 취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정상 수면 패턴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무조건 정해진 시간에 기상해야

열대야와 올림픽 응원으로 밤에 잠을 설쳤어도 아침에는 일정한 시간에 일찍 일어나야 우리 몸의 수면각성주기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평소 일어나는 시간에 맞춰 항상 기상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한편 오전 산책으로 햇빛 보는 시간을 늘리는 것도 잠을 청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낮에 한 시간 이상 눈으로 많은 햇빛이 들어오면, 밤에 뇌의 송과체에서 잠들게 만드는 멜라토닌 호르몬을 왕성하게 분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시민이 런던올림픽을 시청하느라 밤잠을 설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한국 선수가 출전한 몇몇 경기에서 오심이 나와 많은 시민이 분노했다. 사진 7월 31일(한국시각) 영국 엑셀 런던 사우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여자 펜싱 에페 개인 준결승에서 대한민국의 신아람 선수와 독일의 브리타 하이데만 선수의 대결 모습. 이 경기 역시 오심 논란에 휩싸였다. ⓒ 런던올림픽조직위


잠이 부족하면 낮에 20분 정도 낮잠을 자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필요하면 아침에 기상한 후 5시간 간격으로 2~3회 낮잠을 잘 수도 있습니다. 홍승봉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수면부족 후유증은 며칠 반복하면 더 심해지므로 중요한 경기가 없는 날에는 평소 보다 일찍 취침해 전날 부족한 수면을 보충해야 한다"며 "낮잠을 잘 때에는 햇빛을 차단하는 눈가리개와 소음을 막는 귀마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합니다.

한편 덥다고 시원한 것만 선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너무 차가운 물보다는 어느 정도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는 것이 좋은데, 이때 물기를 완전히 닦아내지 말고 적당히 남겨 자연스럽게 증발되게 하면 체열을 낮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옷은 더위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완충장치 역할을 하므로 과도하게 벗기보다는 얇은 옷을 적당히 입고 자는 게 좋습니다.

열 받는 오심, 가슴이 다 답답하네

이번 올림픽은 '오심 올림픽'이라 불릴만큼 오심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유독 우리나라 선수들에게 오심이 집중돼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우리 국민들이 흥분하는 상황이 거의 매일 발생하고 있습니다.

수영 자유형 400m에서 2연패를 노리던 박태환 선수의 실격소식은 전 국민을 '멘탈붕괴'에 빠트렸습니다. 비록 밤늦게 판정이 번복되었지만, 이미 상처를 입은 박태환은 최선을 다 했음에도 경쟁자 쑨양 선수(중국)에게 금메달을 넘겨줘야 했습니다. 유도의 조준호 선수는 4강 진출이 걸린 중요한 시합에서 판정 번복으로 4강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박주영 장풍 사건'으로 알려진 축구 스위스전 오심도 있습니다.  2-1로 승리를 거둔 스위스전에서 경기 후반 25분, 스위스 모르가넬라 선수는 박주영과 볼 다툼을 벌이던 중 신체 접촉 없이 쓰러지고, 이로 인해 박주영은 옐로 카드를 받습니다. 누리꾼들은 모르가넬라가 박주영 선수의 장풍을 맞고 쓰러졌다고 비아냥 거렸습니다.

마지막 오심은 바로 펜싱대표팀의 신아람 선수 경기에서 나왔습니다. 런던 올림픽 사상 최악의 오심이라는 오명까지 쓴 이 오심은 7월 30일 여자 에페 준결승에서 발생했습니다. 신아람 선수는 브리타 하이데만(독일)과 연장까지 가는 접전을 펼친 끝에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패했습니다.

결정적 오심들이 유독 우리 대표팀에게 집중되면서 많은 국민이 흥분을 넘어 격분하고 있습니다. 경기에 몰입해 응원하다보면 극도로 흥분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데, 과도한 긴장과 흥분은 혈압을 상승시키고 건강에 해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쉽게 혈압이 상승하는 고혈압 환자의 경우 새벽 경기 내내 응원에 열을 올리다가 높아진 혈압으로 협심증, 뇌졸중 등 합병증을 겪을 수 있습니다. 평소 자신의 건강 상태를 고려한 응원이 필요합니다.

가슴이 아프면 즉시 병원으로 가야

경기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강렬한 분노, 흥분 등 정신적 스트레스가 발생해 심근허혈을 일으키고 치사 부정맥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즉 교감신경 계통의 흥분이 고조되어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하면, 혈관은 수축되고 혈소판은 자극을 받아 응집력이 증가돼 혈전이 만들어지기 쉽고 혈관 내의 동맥경화반(동맥벽에 동맥경화로 융기된 부분)이 터지기 쉬운 상태가 됩니다. 이와 동시에 혈압은 상승하며 맥박이 높아져 심장의 부담은 커집니다. 이 모든 현상은 심장 근육에 산소 부족을 유발해 치사 부정맥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이상철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심장혈관센터 교수는 "평소에 심장질환 인자가 있는 사람들은 흥분을 자제하고, 사람이 많이 몰려 열광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는 곳보다는 가족단위의 시청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합니다. 또 올림픽 경기 중간 중간에 흥분을 가라앉히고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하며 TV를 장시간 시청하는 것을 삼가는 게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올림픽 경기를 시청하다가 갑자기 숨이 가쁘거나, 가슴에 통증이 느껴지면 병원으로 바로 가는 게 좋습니다. 심근경색으로 누군가 쓰러질 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심근경색을 겪으면 일반인이 할 수 있는 별다른 응급처치가 없기 때문에 가급적 병원에 빨리 도착하는 게 중요합니다.

런던 올림픽 수면장애 건강 오심 흉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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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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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두영의 <뉴스 속 건강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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