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 속에서 추억 하나를 만들 수 있을까?

[사소한과학이야기] 비밀스런 밤하늘 이야기

등록 2012.07.27 13:35수정 2012.07.27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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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시절, 스쿨버스를 타는 언니 때문에 나도 덩달아 학교에 일찍 갔다. 우리 집은 산 밑에 있었는데 주위가 컴컴해서 버스정류장까지 혼자 가기가 무서웠기 때문이다.

난 하늘을 보는 걸 좋아했다. 특히 밤하늘의 별과 달은 내게 신비와 경외 그 자체였다. 추운 겨울, 고개를 젖혀 아직 해가 뜨기 전 까만 하늘을 바라보는데, 유난히 네모난 별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자세히 보니 네모 옆쪽으로 별 세 개가 꼬리처럼 이어져 있었다. 가만 있어보자. 혹시, 저게 말로만 듣던 북두칠성인가? 별자리가 하늘에 그렇게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줄 몰랐다. 신기했다. 왕 호들갑을 떨며 언니에게도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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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자리 ⓒ 김동호


스무 살 시절, 친구들과 강촌으로 놀러갔을 때 한 친구가 오리온자리를 알려줬다. 3월이었다. 서쪽 하늘에 기울어져 박혀 있는 오리온자리가 아름답고 반가웠지만, 왠지 쓸쓸해보였다. 내게 별자리를 알려준 그 친구는 입대를 앞두고 있었다. 어쩌면 난 그 친구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이후 날이 따뜻해지면서 그 별자리가 밤하늘에서 사라지자 서운했던 기억이 난다.

재작년 여름엔 지리산에 갔다가 또 하나의 별자리를 발견했다. 산장 예약을 하지 못해 밖에서 침낭과, 밤이슬을 대비해 우비를 뒤집어쓰고 초저녁부터 잠을 청하던 중이었다. 모처럼 별을 많이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마침 보름을 맞은 환한 달빛 때문에 별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추워서 자다가 눈을 떴다. 아마 새벽 3시쯤 됐던 것 같다. 깊은 산속이라 달도 빨리 졌다. 대신 달빛에 숨어 있던 별들이 하늘에 총총 모습을 드러냈다. 무수한 별밭 사이로 별똥별도 휙휙 지나갔다. 낮에 산을 오르느라 땀을 많이 흘려 뼈 속까지 찬 기운이 스몄지만, 그 순간만큼은 정말 황홀했다. 그 중 십자가 모양의 별자리가 눈에 띄었다. 아! 저게 백조자리구나.

내가 하늘에서 찾을 수 있는 별자리는 열 개도 되지 않는다. 앞으로 알고 싶은 별자리가 더 많다. 그런데, 작년 가을, 집에 놀러온 동생이 신기한 걸 보여준다며 스마트폰을 내 눈앞에 갔다 댔는데, 화면엔 별자리 모양과 이름이 둥둥 떠 있었다. 뭐야, 이젠 스마트폰이 별자리도 알려주네! 화면이 향한 곳의 별자리를 제대로 짚어냈다. 정말 신기했는데, 한편으론 뭔가 김이 새는 느낌도 들었다.

내게 밤하늘은 단순히 정보를 위한 공간이 아니어서 그랬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사람도 변하듯, 계절에 따라 별자리도 바뀐다는 걸 밤하늘을 통해 배웠다. 별이 없는 게 아니라 주위가 밝아 별이 잘 보이지 않을 뿐이란 것도 몸소 체험했다. 달이 차고 기우는 것을 보면서 해의 위치를 상상해보기도 했다.

무엇보다, 난 밤하늘을 천천히 알아가고 싶었다. 지금까지 별자리를 '발견'했던 순간들처럼 하나 둘, 그렇게 가슴 속에 추억을 만들고 싶었는데….

이런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는데, 곁에 있던 언니 왈, "그래도 스마트폰 덕분에 밤하늘 한 번 안 보던 나 같은 사람도 흥미가 생기던 걸? 네가 가르쳐 준 북두칠성 빼고 별자리 아는 거 하나도 없었는데, 난 좋더라" 헉, 언니도 기억하고 있었구나! 그게 벌써 20년 전 일인데 말이다.

밤하늘을 보기에 좋은 계절, 여름이다. 스마트폰이 없는 난 여전히 아직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별자리를 찾아 밤하늘을 헤맬 것이다. 이번 여름휴가 때도 밤하늘 속에서 추억 하나를 만들 수 있을까? 부디, 맑은 밤하늘이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주)부평신문사(www.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주)부평신문사(www.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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